치앙마이가 왜 그립지?

여행 이야기

by 정원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를 한 지 1년이 지났다. 2024년 처음으로 한 달의 시간을 치앙마이라는 낯선 도시에서 보낸 것이다. 첫 1~2주는 바쁘고 즐거웠다. 3주부터는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지' 하는 회의감과 무료함이 느껴졌다. 미세먼지로 가까이 있는 산도 안 보이는 3월의 치앙마이는 답답했다. 마지막 4주 차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으나 두고 온 집에 대한 그리움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그리고 돌아와서 1년, 그동안 여러 번 길고 짧은 여행을 다녔지만 유독 치앙마이가 그립다. 치앙마이를 생각하면 괜히 미소가 지어지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런데 치앙마이가 왜 그리운 거지?


치앙마이에서 여행이 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곳은 잘 알려진 여행지이지만 별로 관광할 곳은 없다. 즉 꼭 해야 할 숙제 같은 방문지가 없다는 것이다. 경이로운 건축물도 꽉 찬 박물관도 신비로운 자연경관도 없다. 대부분의 볼거리는 봐도 되고 안 봐도 상관없다. 마음 내킬 때 슬슬 가보면 된다. 필수 관광지가 없다는 것은 한 달 여행자에게는 그냥 쉬라는 의미다. 만날 사람도 해결해야 할 업무도 없으니 몸과 마음이 릴랙스 할 일만 남았다. 지금까지 이렇게 단순한 하루하루를 보낸 적이 있었던가? 무료함이 쉼으로 변주되는 순간이다.


치앙마이에서 진정한 머니 세러피를 경험했다. 여기에서는 커피를 마시든 식사를 하든 가격은 중요 고려 사항이 아니다. 싼티탐 작은 카페 '그린 로스터리'의 커피 맛은 월드커피 챔피언 급이지만 가격은 우리 돈 3,000원이 못된다. 라테 한 모금에 웃음이 새어 나온다. 이 맛에 이 가격이라고? 우리는 무엇이든 소비를 할 때 본능적으로 경제 뇌가 날카롭게 활성화된다. 특히 여행지에서는 예민하게 식당을 고르고 교통수단을 결정하며 상대적 금액을 비교한다. 치앙마이에서는 다르다. 여행 경비에 대한 긴장의 끈을 느슨하게 하여도 좋다. 밥값을 계산할 때마다 그동안 돈 앞에 낮아졌던 나의 자존감이 한 계단씩 상승한다. 경제적 편안함이 하루 이틀 쌓이면서 돈이 그동안 내 마음을 각박하게 했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낀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돌면서 마음에 따뜻한 기운이 훅 들어오는 순간이 있을 수도 있다. 나는 그랬다.


유명하다는 여러 여행지를 다녀봤지만 치앙마이만큼 내 마음의 감성을 흔든 곳이 없었다. 남프랑스의 바닷가 마을도 산토리니의 좁은 골목길도 로마의 어느 광장도 무척 아름다웠지만 치앙마이의 담장 밖 흐드러진 꽃들과 숲 속 작은 다리 위에 만들어진 베이커리, 나무 그늘 아래의 카페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들은 천성적으로 감성의 DNA를 장착하고 있나 보다. 음악을 나누는 방법마저도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늦은 밤 올드타운 'The North Gate Jazz' 바의 좁은 의자에 비집고 앉아 치앙마이 밤하늘로 흩어지는 재즈 연주를 들으면 메마른 나의 감성도 촉촉이 적셔진다. 그들의 감성은 젊고 소박하며, 진심이 담겨 있다. 공간을 들어서는 누구에게도 배타적이지 않고 다정함이 깃들어있다.


치앙마이의 추억은 이 순간도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아마 무료할 정도의 쉼과 경제적인 부담 없이 흠뻑 느낀 그곳만의 감성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었나보다. 그리움을 달래려면 일단 그리움의 대상을 만나야 한다. 호시탐탐 치앙마이에 갈 수 있는 시기를 살피고 있다. 이미 따뜻한 위로를 받을 준비는 되어있으니 곧 만나자. 치앙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