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승이가 태어나고 두 번째 성탄절.
작년, 현승이가 태어나고 치료받고 퇴원하고. . 그렇게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나니 하늘에선 눈이 흩날리고, 라디오에선 하루종일 캐럴이 흘러나왔다.
핏덩이 녀석이 사람 색을 좀 찾아갈 무렵. 그렇게 현승이의 첫 크리스마스가 찾아 왔고,
그저 아프지 않게 자라주기만을 기도하고 또 기도했었다.
다행히 아기는 잘 먹고 무럭 무럭 자라 의사들도 깜짝 놀랄 만큼 회복했고,
반면 나는 점차 육아에 대한 불만을 키워
갔다.
'현승이가 아프지만 않다면. .'
이었던 나의 바람은
'나도 좀 살자..'
는 투덜댐으로 변모하면서
올 크리스마스엔 현승이랑 물놀이도 가야겠고
올 겨울방학엔 가까운 해외라도 나가야겠고
여기저기 바람 좀 맞으러 가야겠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첫 출발로 서울 나들이를 강행했다.
첫 날,
그저 언니네 집에 도착했을 뿐인데 현승이의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아. .설마. .
결국 현승이는 꼬박 나흘을 40도가 넘는 고열과 싸우고 마침내 집으로 돌아왔다.
혹시 아직도 뜨거울까봐 잠자는 아기의 몸을 만지기가 꺼려질 만큼. .
지겨운 열과의 싸움 속에서
다시금 나는 작은 바람을 위해 기도하는
숭고한 애미의 자세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 세 식구는 기나긴 성탄연휴를 집에서 고구마나 삶아 먹으며 따뜻하고 안정되고 편하게 보내고 있다.
화려한 야경도
멋진 트리도
맛있는 음식도
자식이 아프면 무슨 소용이랴.
얼마 전,
응답하라 1988에서
심장병을 갖고 태어난 7수생 정봉이가 재수술을 마치고 나왔을 때
라미란이 정봉이의 손을 잡고 엉엉 울며 말했다.
"건강하게 못 나아줘서 미안해. ."
여섯번 대학에 떨어지면 어떠하리
아프지만 않다면야. .
그래도 언젠가는 1박 이상의 여행. .
꼭 성공해보자 아들아! ! !
아무튼. .
아기가 정상체온을 유지하고 있는 아주 행복한 크리스마스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