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혜미 Jan 26. 2016

아들의 이별을 바라보며

원래 이별은 이렇게 아프고 힘든 거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무덤덤해질 때가 온단다.


아들이 생애 첫 이별을 맞이했다.

그것도 너무 사랑하고 좋아하고 아끼는 존재와.

하루 24시간을 거의 함께하며

자다가도 찾아가 행복을 느끼던 그 존재와의 이별에 좀처럼 우는 법이 없는 순둥이 아들도 어제만큼은 서럽디 서럽게 울고 또 울었다.


나도 같이 울었다.

힘들어하는 아들이 아파서 울었고,

같은 이별을 해야 하는 나도 아파 울었다.


태어나던 날,

첫 만남부터 입을 야무지게도 오물대며 쭈쭈를 찾아물던 그 모습이 여전히 또렷하게 그려져 슬펐고,

쭈쭈를 물고 한 손으로는 다른 쪽 쭈쭈를  꼼지락꼼지락 가져 놀던 때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떠나보내야 함이 서글퍼 울었다.


쭈쭈도 우리 아가랑 헤어지기 싫대.

그런데 이제 쭈쭈가 너무 늙고 지쳐버려서 더 이상 맛있는 쭈쭈를 줄 수가 없대.


갑작스런 이별통보를 하게 된 건 며칠 전 언니네 집을 방문했던 날 밤, 갑자기 찾아온 복통과 구토 때문이었다.

모유는 오래  먹일수록 좋다는 말에  힘닿는 한 끝까지 먹여볼 생각이었는데,

영양주사 한 팩에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 해 한 팩 더 추가를 외치던 나의 눈꺼풀을  위아래로 까뒤집어보던 의사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엄마! 이제 그만 모유를 끊으시는 게 어때요?

엄마 몸이 엉망이에요.

엄마가 살아야 아기도 살죠.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친정아빠도 병원문을  나서면서부터 내게 당부를 시작하셨다.


끊어라.

할 만큼 했다.

복직 전에 몸 보강도 좀 해야지.

현승이는 이미 너무 잘 크고 있다.

손자 녀석도 중요하지만 내 딸이 비리비리 쓰러지니 안 되겠다.

이제 그만 끊어라.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콧잔등이 시큰거렸다.

웬일인지 단유라는 말만 꺼내어도 목이 메어와 말을 잇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난..

출산 우울증도 아닌 단유 우울증이 찾아왔다.


단유를 결심하고 며칠 동안 쭈쭈를 먹는 아기에게 일러줬다.


이제 현승이는 이가 많이 나서 빠빠도 먹고, 까까도 먹고, 과일도 먹고 우유도 먹지?

이가 없는 아가는 쭈쭈먹는대.

이제 그만 쭈쭈랑  안녕하고 인사하고 보내주자.

현승이가 쭈쭈 사랑하듯, 쭈쭈도 현승이만 영원히 사랑할 거래.

너무 사랑하는데 이제 늙고 지쳐서 더 이상 맛있는 쭈쭈를 줄 수가 없어 너무 미안해하고 있어.


한동안은 알아듣기라도 한 듯 칭얼대며 혼자 자려고도 애쓰던 아들이 어제 오후 정말로 쭈쭈와 헤어진걸 알곤 숨이 넘어가게 울었다.


오늘 아침,

현승이는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다.

아니, 평소라면 다시 쭈쭈와 잠을 청할 시간이지만 그럴 수가 없기에 애써 몸을 일으켰다.

거실로 천천히 나간 아들은 꽤 오랫동안 우두커니 서서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창밖엔 눈이 너무나 예쁘게 내리고 있었다.


아들의 이별을 그렇게 바라보며 난 울음을 삼켰다.


수유하는 동안 몸에 좋은 음식 좀 많이  먹을걸..

괜히 인스턴트 음식 먹었던 생각, 그리고 커피도 한잔씩 홀짝였던 생각에 후회가 밀려온다.

그렇게 마시고 싶던 커피도 막상 이젠 생각도 나질 않는다.

딸기를 한 입 베어 물면서도 이제와 이런 신선한 과일은 먹어서 무엇하나 싶다.

이젠 모유로 만들어 줄 수도  없는데..


수유를 하는 동안은  이것저것 먹으며 참 행복했다.

뭘 먹어도 맛있었고,

뭐든 더 먹어서 현승이에게 주고 싶었다.

이젠 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아무것도 먹고 싶지도, 맛있지도 않다.

진작 더 맛있는 음식 더 건강한 음식을 모유로 줄걸 속상하고 후회스럽다.


그러면서도 바보같이 아직 내 습관은 이별을 못 했나 보다.

머리를 감으면서도 린스가 행여 가슴 쪽으로 흐르지 않게 조심하는 날 보면.


현승이는 오늘 긴 오전 시간을 보냈다.

아침 먹고, 간식 먹고, 우유 마시고, 치즈  먹고..

끝없이 먹다가 졸리는지 내 손을 이끈다.


이리오라고, 누워서 쭈쭈하자고.

잠투정과 함께 아기의 손이 더듬더듬 티셔츠 속으로 찾아들어온다.

아들도 아직은 오랜 습관과는 이별하지 못 했나 보다.


그래도 곤히 잠든 아들을 보며 아주 기특하다고 잘 하고 있다고 응원해준다.


쭈쭈만 봐도  함박웃음 지으며  행복해하던 아기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라 마음이 무너진다.

그렇게 좋아하는 걸.

조금만 더 오랫동안 행복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는데.

그리고 이젠 그 예쁜 모습을 볼 수가 없는 거구나..


너무  미안하다..

하지만 더 늦어질수록 더 힘들 테니깐.

나쁜 습관에 아기가 더 건강을 망칠지도 모르니깐.

여기서 그만 안녕해야겠지?


사랑해도, 아니 사랑하기에 헤어진다는 이별이 이런 건가보다.


이별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무덤덤해지다 잊히는 거니깐

우리 조금만 더 참아보자 아가..

매거진의 이전글 숭고한 애미의 자세로 돌아가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