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 그리고 『스윙키즈』
사람의 힘으로는 저항할 수 없는 힘, ‘불가항력(不可抗力)’. 살다 보면 가끔은 도저히 제 힘으로 이겨낼 수 없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리는 순간이 찾아오곤 한다. 그렇다면, 그 상황에서 나는 어떠한 태도를 취할 것인가.
이번 ‘영화, 보고서‘에서는 매정한 세상과의 타협을 시도하려는 인물을 조명해 보았다. 혹독한 현실 속에서 나름대로 돌파구를 찾으려 노력하지만, 어딘가 석연치 않은 씁쓸한 잔상만이 짙게 드리워진 두 작품에 대한 심심한 고찰을 시작한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Manchester by the Sea)』, 2016
'챈들러’에게 고향은 그리 달가운 존재가 아니다. 쓰라린 기억으로 채워진 고향으로 돌아온 그가 마주한 현실은 사랑하는 형의 죽음. 과거의 아픔이 아물기도 전 기약 없는 이별을 맞이한 그에게 닥친 가혹한 순간은 마치 매섭게 휘몰아치는 파도와도 같았다.
러닝타임 내내 맨체스터 항의 고즈넉한 전경이 종종 잡히곤 한다. 매서운 소리를 내는 파도가 끊임없이 휘몰아치고 있음에도 저 너머로 보이는 수평선은 늘 고요하고 잔잔하고, 때로는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야기의 끝은 이렇다. 낙담하던 그가 결국 조카와 함께 같은 방향의 길을 걸어 나간다는 것. 즉, 가족 구성원이 해체된 공간에서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암시하고 있다는 것. 마음속에 자리 잡은 거센 파도로 비견되는 과거의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이 비록 힘들지라도, 곁에서 버팀목이 되어주는 존재만 있다면 늘 찬란한 모습을 내비치는 맨체스터 항의 수평선처럼 그 끝 역시 아름다울지도 모른다.
『스윙키즈(Swing Kids)』, 2018
'탭댄스'라는 장르가 주는 경쾌함과 즐거움에 이끌려 감상하게 된 작품이랄까. 이러한 기대에 부흥을 하듯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음악들이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경쾌한 '탭'의 소리와 화려한 발동작들이 시각적인 볼거리를 자극하면서 '수용소'라는 특수한 장소에서 구현할 수 있는 독특한 미쟝센을 극대화해 준다.
출신 배경 그리고 가치관 등 어느 하나 공통분모가 없는 댄스단 '스윙키즈' 소속 단원들은 특정 이데올로기에 묶여있다. 인종, 성별 그리고 이념이라는 울타리가 철저하게 그들을 구속하지만, '탭댄스'를 발판으로 삼아 그 어느 것 하나에 얽매이지 않고 넓은 세상을 향해 경쾌하고도 유쾌한 소리를 낸다는 것. 뚜렷한 경계와 장애물이 존재할 수 없는 ‘비상’을 꿈꾼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지금에야 당연시되는 권리인 '자유'라는 개념이 당대 이데올로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휘말렸던 그들에게 있어서 어찌 보면 스스로를 포로라는 단어에 빗대어 이야기할 만큼 머나먼 하늘의 별 따기의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마냥 경쾌하게만 들렸던 '탭댄스' 소리가 더 이상 그렇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 씁쓸함이란 공명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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