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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주의 몸 일기

내 몸의 신호

by 정은애


기록하지 않았으면 절대로 몰랐을 일이다.

내가 일주일 동안 얼마나 자주 밀가루 음식을 먹었는지!

내가 얼마나 내 몸을 혹사기 키고 있는지!


매일의 수면 기록과 걸음수, 먹는 음식과 내 몸의 반응에 대해서 매일을 리뷰한 지 50주가 되었다.

45주가 넘어가면서 노트가 화려하다.

핑크색 형광펜 자국이 많은 까닭이다.

오늘은 50주를 지나면서 정말 최악의 하루인 듯하다.

내 몸이 너무 힘들어하고 있다는 아우성으로 온몸이 반응을 하고 있다.


트림은 계속 꺼이꺼이 나오고, 아랫배는 더부룩하고, 화장실은 계속 들락 거린다.

설사는 아닌데 흩어지는 변이 30분 간격으로 배를 자극한다.

답답해서 숨 쉬는 것조차 힘들다.

책상에 앉아있다가 도저히 힘들어서 아파트 계단을 15층까지 20분 동안 오르내리고 오기도 했다.


KakaoTalk_20250618_181240027_02.jpg 화려한 저녁 식사로 내 몸은 반란을 일으켰다.

점심 먹은 후 에그타르트를 시작으로 5시에 열무비빔국수를 먹고, 6시에 모임에 가서 파스타, 피자를 먹고, 후식으로 아포가토 소금아이스크림커피를 마시고!

이러면 안 되는데.... 그렇지만 친구들과 두 달에 한번 만나서 맛있는 것 먹고 수다하는 모임이라는 자위를 하면서 스스로에게 음식테러를 했다.

물론 이것만 먹은 것은 아니다. 점심에 양상추 샐러드와 오트밀바나나 팬케익을 먹고, 간식으로 삶은 계란과 사과, 토마토와 그릭 요구르트까지 먹었다.


오늘 나에게 왜 그랬을까?

평상시와 다르게 조절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 먹은 빵이며 커피가 나의 몸의 이상 반응을 일으킨 것 같다.

지금까지의 보통의 날이라면 ’ 양상추 샐러드와 오트밀 바나나 팬케익. 사과, 토마토, 삶은 계란‘ 이렇게 먹어도 충분했을 텐데......


KakaoTalk_20250619_095344996.jpg 7:3이 무너진 지난주와 이번 주다

어느 날의 음식은 나에게 위로를 주기도, 나를 회복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날의 음식은 내 몸을 상하게도 하고, 힘들게도 한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인 것 같다. 오늘은 분명 최악의 날이었지만 이렇게 기록하면서 나를 멈춰 세웠고, 내 몸을 이해하는 자리로 돌이켜 세웠다.

50주의 기록은 이렇게 나를 이해하고 내 몸을 존중하게 해 주고 있다. 지금도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있는 상황을 교훈 삼아 내일은 나를 더욱 아끼고 존중하는 하루를 만들어야겠다.

어디선가 읽었던 기억이 있다. 글루텐이나 커피를 끊었다가 다시 섭취할 때 전신피로나 두통, 트림, 복부팽만, 설사, 변비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 물론 내가 예민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장기간 금단 후 재 섭취할 때 몸에서 이상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몸이 이렇게 정직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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