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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정 Mar 06. 2024

남들은 내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아.

퇴직하고 8년차 무직 남편과 살면....

일상의 생활을 공유하는 사람이 가족?

아이들은 어느덧 자라서 각자의 일터에서 자신들의 몫의 인생을 살고 있다. 모두 독립해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데 우린 가족일까. 가족의 개념이 바꿔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지는 않는지 잠깐 생각에 잠긴다.('家族' 대체로 혈연, 혼인, 입양 등으로 관계되어 같이 일상의 생활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을 말한다. 위키백과)


남편과는 결혼 30주년이 되는 해다. 30년 동안 23년은 주말 부부로 지냈다.

서울과 목포를 오가며 직장 생활을 했던 상황이라 우린 대화를 많이 못하고 지냈다. 아니 대화할 시간이 없었다. 항상 여행을 가도 아이들과 부모님을 모시고 다녔고, 주말에 내려와도 언제나 시댁에 가서 식사를 했다. 그때는 아이들 키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시키는 대로  말 잘 들어주며 하자는 대로 따르며 내 마음이나 의사는 아랑곳 하지 않고 살아 낸 시간이었다.


'내 남편은 효자 아들이구나.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보고 잘하겠지.' 하는 마음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기대도 잠깐, 나중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모두 각자 삶이 너무 바쁘고 분주하다. 자녀들에 대한 기대는 일찍 마음을 비우고, 부모도 독립을 해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야 할 것 같은 예감이다. 


아이들이 더 이상 엄마의 돌봄이 필요 없어졌을 때 나는 조금씩 내면의 아이가 고개를 들고 나오는 것을 느꼈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 소녀 시절 꿈이었던 문학소녀, 배움에 대한 열망, 이런 것들이 나를 움직이게 만들면서 조금씩 내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8년 전 어느 날, 남편이 퇴직을 하고, 시아버지가 병석에 눕게 되고, 친정 엄마는 요양 병원에 들어가시고, 여러 가지 일들이 겹치게 되었다. 예전의 나 같으면 내 마음의 소리보다 남들 눈에 보이는 것, 남편이 어떻게 생각할지 등의 타인의 마음을 먼저 생각했을 것이다. 5년의 투병 끝에 시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퇴직한 남편은 그 기간동안  아버지 병간호를 했다. 돌아가시고 혼자 남은 어머니를 왔다 갔다 하면서 식사,청소등 집안일을 돌보며 어머님 댁 집사가 되어 지내고 있는 것이 3년째이다. 퇴직하고 8년을 일자리 없이 지내고 있는 남편의 현실이다. '언젠가 일자리를 찾겠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쉽지 않은 것 같다. 


"각자 부모님은 각자가 신경 쓰기로 합시다."

"이제 나도 나 하고 싶은 것 하고 살고 싶어요."

시댁과 남편에게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나를 먼저 챙기며 살고 있다.

친구들과 해외여행도 가고, 한 달에 한번 국내 여행도 다니고 있다.

연차나 반차를 쓰면서 꿈꾸던 9 to 6 오피스 라이프 생활을 하면서 내가 생각했던 나의 삶을 감사하며 즐겁게 지내고 있다. 한 가지만 빼고! 남편과 살아내는 것이 그 한가지다.


이런 상황은 생각해 보지 않았다. 남편과의 이런 상황이 내 인생에 갈등으로 올 줄은 몰랐다. 

남들과 시간을 거꾸로 살고 있는 것 같다. 신혼 초에 서로 알아가느라 많이 들 싸우는데 우린 30년 동안 몰랐던 우리를 새롭게 알아가고 있는 것일까.


"너는 너 하고 싶은 것 다하고 네 맘대로 살고 있냐! 남들한테 하는 것처럼 엄마한테도 해봐라!"

'남들은 내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아요. 여보.'



#책과강연#백일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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