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하루 기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수 Aug 07. 2022

하루 기록 (9)

2022년 08월 07일의 기록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방법"


세상을 살다 보면 참 다양한 일들을 겪으며 살아가게 된다. 계획되어 있던 일, 계획되어 있지 않았던 일, 예측조차 할 수 없는 일. 모두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내가 겪는 모든 것들의 가짓수는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의 종류만큼 여러 종류가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런저런 많은 일들을 경험하며 살아가게 되는 동안, 분명 모든 것들이 마음에 들 수 있지 않지만 유난히 마음에 드는 그런 것들이 있다. 흔히 어딘가에 꽂힌다고 하는, 그런 일 말이다. 


우리가 빠지게 되는 그런 일들에는 큰 이유가 없다. 단지 마음에 들어 그렇게 됐을 뿐이다. 그런 순간들을 즐길 때에는 분명 그 순간이 계속되고 끝없이 이어질 것 같지만,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어도 계속 먹다 보면 언젠가는 질리게 되듯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일들도 어느 순간부터는 별 감흥이 없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마음에 드는 것에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흥미를 잃게 되는 데도 큰 이유가 없을 수 있다. 정이 들었던 무언가를 떠나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떠나보낼 때도 예의를 어느 정도 갖출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에 누렸던 행복함에 대한 최소한의 인사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시작이 있다면, 그 반대편에는 끝이라는 게 있다. 다시 말해 어떤 일이 되었든 간에 결국 그것을 마무리지어야 하는 순간은 반드시 찾아오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결말을 내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장르와 상관없이 하나의 이야기를 펼쳐내다가 그 내용을 끝맺음 하는 과정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누군가의 의문을 자아낼 수밖에 없다. 어떤 일의 결말은 늘 모두의 마음에 들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니 완벽한 결말이란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다. 모두가 만족하는 완벽한 결말을 지을 수 없다면 어떤 마무리가 있을 수 있을까. 


사실 마무리라는 것이 거창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냥 말 그대로 어떤 일련의 일들의 가장 뒷 부분을 보게 되어 끝맺음을 짓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원래부터 맞이했어야 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시작을 한 시점에서 이미 끝을 보도록 정해졌던 것이니까. 그러니 오히려 부담을 가지고 최고의 결말을 내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하는 것이 더 맞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억지로 꾸며내는 편보다는 있는 그대로가 분명 더 멋진 모습일 것이다.




무언가를 떠나보낸다면, 누군가를 떠나보낸다면 어떤 방식으로 떠나보내는 것이 가장 좋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별의 그 순간, 떠나보내게 되는 그 순간, '끝'이라는 그 순간은 결국 나와 그 사이의 마지막이라는 이야기다. 달리 말하면 그 순간이 서로를 지켜볼 수 있는 최후의 순간이며 그 모습이 내 안에 남게 될 것이다. 반대로 내 마지막 모습도 기억될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분명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역시 마지막은, 마지막이어서 조금 슬프더라도, 환하게 웃으면서 끝을 짓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루 기록 (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