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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 Jul 07. 2022

과거의 하루 기록 (6)

2021년 07월 02일의 기록

"시험"


사람은 살면서 매 순간 시험을 받게 된다. 아무런 의미조차 가지지 못한 세상 가벼운 시험부터, 한 순간에 인생이 결정되는 말도 안 되게 부담되는 시험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나 역시도 남들과 다르지 않게 크고 작은 시험들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매번 무언가가 남게 될 때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쌓인 지식이 남기도 하고, 그 기간 사이에 알게 된 사람이 남게 되기도 했다. 하지만 내게 가장 명확하게 남은 교훈은 사람이 시험을 대비하는 과정에서 변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기르게 되고, 결과에 따라 그 잠재력을 통해서 더 좋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기억 중에 가장 어렸을 때 시험받은 것은 미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오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문화가 아예 다른 나라로 5살 정도 되는 그 어린 나이에 갔으니, 충격이 적을 리가 없다. 어렸을 때 봤던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에게 놀림을 받아 트라우마가 되어 아직까지도 외출할 때 반바지를 절대 입지 않게 된 일도 있을 정도다.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는 경험치도 나이가 어려서 부족했던지라 어쩔 수 없었던 점도 있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그 소년에게는 커다란 상처가 남게 되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어찌 보면 꽤나 처참한 패배라고 할 수도 있겠다.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시기는 중학교 때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성인이 되고 더 큰 일들을 겪어본 지금의 시점에서 본다면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지만 그 나이대에서 겪을 수 있는 최고의 시련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내 마음을 다 쏟아붓더라도 안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열 번 백번을 찍어서도 안 넘어가는 나무는 어떻게 해도 안 넘어가게 된다 사실을 알게 되었다. 중학생 시절에 꽤 큰 시련으로 다가왔는지, 성격이나 가치관 더 나아가서 신앙심까지 흔들리던 시기가 있었다. 그 나이대에는 경험을 통해서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생길 나이니까 그랬을지도 모른다. 결국 늘 한 발 물러서게 되고, 낯을 조금은 심하게 가리게 된 지극히 내향적인 성격과 나 자신을 위한 기도를 할 수 없게 된 오늘날의 나는 이 시험의 결과물이다.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겪을 정신과 육체가 지치는 수능과 그 뒤에 따라온 일련의 시험들도 내 삶에서 빼놓기 힘든 시험들이다. 정말 살면서 그토록 죽고 싶고 죽음을 동경했던 시절은 그때 말고는 없었을 것이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정말 말도 안 되게 처참했다. 뭐 하나 뺄 것 없이, 과정과 결과 모두가 처참했다. 미술을 늦게 시작해서 그렇다고 스스로 합리화는 했지만 실은 나 스스로는 꽤 열심히 준비하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했다. 자존감과 삶의 이유가 0에 한없이 가까워졌던 시기다. 홀로 겪는 외로운 싸움이라고 생각했던지라, 정말 심각할 정도로 자살을 고민하던 암울한 시기였다.


형 덕분에 스스로 죽어야겠다는 생각은 안 하게 됐지만, 그 때문에 진짜 독하게 복수의 칼날을 갈며 재수를 했다. 남들 안 할 때에 쉬지 않고 더 했다. 내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더 열심히 악을 쓰고 했다. 수능이 끝나고 나서 정시 전형 실기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에는 더 그랬다. 물론 학원에서 같이 열심히 준비해주고 의지가 되어준 친구들도 많이 생겼지만 이 시절의 나에게 가장 큰 부산물은 내가 나 스스로를 믿는 방법을 배웠다는 것과 든든한 친구로 남아준 사람들이 생겼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는 그 두 명과의 관계가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일부러 마음을 떼고 연락조차 안 되는 한 명과 나를 안타깝게 여기면서 그 동아줄은 썩었으니 우선 내려놓고 보자는 한 명이 있다. 즉, 내 의사에 부합할 수 없는 구조를 지닌 상황이다. 그 와중에 군대라는 제약이 더해져서 관계가 더 복잡해진 것도 사실이다. 이번 시험의 결과는 어떻게 될지, 그리고 그로 인해 나는 어떻게 될지 정말 궁금해지기도 하지만 어느 때보다도 결과를 받아들이기 무서운 시험과 마주하고 있기도 하다. 나는 미래의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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