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인호 Jun 07. 2023

조작이 가능한 세상


정보의 불균형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로 인간의 행동 양식은 지난 수만 년 간 유례없던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클릭 몇 번으로 전 세계를 연결하고, 유행을 범지구적으로 공유하며, 누구나 손쉽게 양질의 정보를 습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정보의 불균형은 존재한다. 디지털 환경은 누구에게나 개방적인만큼 누구나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 유령 팔로워와 가짜 리뷰는 언제든지 만들어낼 수 있고, 그저 그런 제품을 자극적인 광고로 많이 파는 짓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조작이 가능한 세상


  한국은 검색 엔진 시장 점유율에서 구글보다 네이버를 더 많이 사용하는 특이한 나라다. 구글은 웹 문서 형태의 단조로운 검색 결과만을 제공하는 반면, 네이버는 쇼핑, 뉴스, 블로그, 카페, 지식인 등 수많은 형태로 제공한다. 검색 포털보다는 매거진에 가깝다.


  문제는 이 문서들은 전부 조작(어뷰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언론사는 돈만 내면 글을 써주고, 블로그나 카페는 노출에 용이한 계정을 다수 보유하여 상위 노출을 전문적으로 해주는 속칭 ‘실행사’들이 존재한다. 지식인은 더 가관이다. 질문도 직접, 답변도 직접 한다. 이를테면 질문자가 '강남역 맛집 추천해 주세요'라고 질문하면,  답변자가 '제가 가본 강남역 맛집 중에는 A가 최고입니다.'라고 답변을 다는 방식인데... 실제로는 질문자와 답변자가 모두 같은 경우다.


  더 나아가서 네이버 쇼핑 탭의 순위 또한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며, 지금은 사라진 실시간 검색어도 조작*이 가능했다. 연관 검색어는 두 말하면 입만 아프다.


*실시간 검색어 기능이 사라지기 몇 달 전부터 모든 검색어는 각종 금융 기관과 앱 서비스의 퀴즈 이벤트 등으로 도배되었다. 토스 행운 퀴즈, 캐시워크 돈 버는 퀴즈 등이 대표적인 예. 한동안 광고 도배 및 조작으로 말이 많아지자 현재는 기능을 없앴다.




마약 베개와 페로몬 향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몇 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마약 베개는 계란 판 위에 베개를 올리고 밟아도 깨지지 않을 정도로 푹신하다는 광고를 통해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했다. 그러나 실제 제품은 그저 그런 평범한 베개였고, 광고만 보고 혹해서 구매한 고객들은 상당한 불만과 실망감을 표출하였다.


  한 회사는 '페로몬 향수'라며 이 제품을 사용하고 밖에 나가면 여성들이 말을 걸고 싶어 하거나 관심을 보이는 형태의 광고*를 만들어 남성들의 욕구를 자극했다. 이후 각 분야 전문가나 수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허위/과대 광고이자 잘못된 정보라고 지적했지만, 2023년인 아직까지도 이런 광고가 간혹 보이는 것을 보면, 여전히 통하는지도 모르겠다.


  *몰래카메라 포맷을 가장한 광고인데, 이 페로몬 향수를 뿌린 남성이 지나가면 여성이 고개를 돌려 그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고, 더 나아가서는 번호를 물어 본다거나 하는 희망을 심어주는 꿈만 같은 내용의 광고이다. 물론 당연히 말도 안되는 광고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인간은 페로몬이 없으며, 페로몬이 있다고 한들 그것을 감지할 수 있는 기관이 퇴화되었다고 한다.






기획자의 시선

프로젝트룸 대표 기획자 노인호의 지극히 개인적인 업계 관찰 & 인사이트 공유 칼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