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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인호 Jul 27. 2024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

브랜드를 만들고, 성장시키는 일에는 높은 책임 의식과 그에 준하는 윤리 의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마케터 또는 마케팅이라는 미명 하에 벌어지는 대다수의 현상에는 책임감이나 윤리 의식 따위를 눈 씻고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유가 무엇일까. 끊임없이 마케팅 소음을 일으키는 행위에 우리는 왜 가담하고, 동조할까.


작업자는 작업물로 말해야 한다.


배우나 감독은 작품으로 말하고, 뮤지션은 음악으로 말한다. 작가는 글로 말하고, 미술가는 그림으로 말한다. 비단 예술가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요리사는 요리로 말하고, 건축가는 집으로 말하고, 사진가는 사진으로 말하고, 회계사는 숫자로 말하고, 개발자는 코딩으로 말하고, 에디터는 발행물로 말한다. 그러니까 아주 당연하게도, 디자이너는 디자인으로 말하고, 마케터는 마케팅으로 말해야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다. 작업물로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많은 열광하는 분야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마케팅일 것이다.


마케터의 작업물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자신만의 고유한 성공 또는 실패담이다. 내가 가진 마케팅 능력을 총동원해서 하나의 비즈니스를 성장시켜 보거나 처참히 망해본 경험. 퍼포먼스 마케터라면 비즈니스의 ROAS나 ROI를 향상시켜본 경험, 콘텐츠 마케터라면 확산력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저비용 고효율의 성과를 내 본 경험, 브랜드 마케터라면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론칭하고 운영해 본 경험일 것이다. 이 경험이 곧 마케터의 포트폴리오이자, 작업물(산물)이다.


그런데 남이 한 것 말고, 남이 한 얘기 말고, 본인의 작업물로 말하는 마케터는 꽤나 드물다. 젠틀몬스터의 성장 전략이나 룰루 레몬의 성공 비결, 뭐 그런 것 말고. 여기저기 마케팅 트렌드를 읽고, 수집하고, 재가공 하는 것을 과연 마케터의 실력이라고 볼 수 있을까. 그게 자신의 작업물인가? 설사 본인의 경험이 많다고 해도, 시장의 흐름은 계속해서 변하고(심지어 매우 빨리 변하며), 운이라는 요소도 매우 크게 개입되기 때문에 과거의 성공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 항상 겸손해야 하는 직업이다.


'나'를 드러내지 말고 '나의 작업물'을 드러내야


대 퍼스널 브랜딩의 시대 아닌가. 모두 자신을 원석처럼 세공하고, 드러내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는 시대다. 하지만 나를 드러내는 일에는 무수한 함정들이 존재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모든 면모를 자랑하고, 인정받고 싶어진다. 그래서 항상 '퍼스널 브랜딩이란 결국에는 비즈니스'라는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나'라는 사람이 유명해지는 것과 '나의 작업물'이 유명해지는 것은 다르다. 작업물이 알려지면 일은 자연스럽게 들어온다. 마케터가 출근 룩북(Lookbook)을 찍어 올리고, 자기 전에 독서하는 영상을 올리고, 열정 있는 사람들과 스터디하는 사진을 올리고, 일주일간 있었던 힘든 일에 대한 일기를 스토리에 올리고, 연인과 해외 워케이션하는 릴스를 올린다고 해서 그 행보들이 해당 인물의 실력을 대변해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얼떨결에 팔로워가 늘어나더라도 일감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의 일과 무관한 콘텐츠를 올리는데도 팔로워가 느는 것이 가장 큰 함정이다.)


반대로 사람들은 '자기 PR'과 '작업물 PR'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여기저기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는 정보들을 짜깁기 해놓은 콘텐츠와 그럴싸하게 자신을 포장해놓은 글솜씨 속에 진정 그 사람의 작업물은 무엇인지를 찾아보자. 의외로 본인의 작업물이 전혀 없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은 그냥 자신의 생각을 끄적여놓은 것에 불과하거나, 증명할 수 없는 경험에 불과한 경우가 태반이다. 대개 자신의 작업물이 없는 사람들일수록 그럴싸한 말과 증명할 수 없는 경험 속에 돈을 벌기위한 의도를 숨어놓는다.


사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란 매우 쉬운 일이다. 사람을 지우고 작업물만 보면 된다. 오직 작업물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것도 어려우면 이 생각을 기억해놨다가 써먹어보자. '그렇게 대단하면 네가 직접 하지 그래?'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은 되도록이면 피하자.





기획자의 시선

프로젝트룸 대표 기획자 노인호의 지극히 개인적인 업계 관찰 & 인사이트 공유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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