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아버지가 보이차를 만들 때 쇄건(햇볕에 건조) 한차와 홍건(숯에 건조) 한차 중 어떤 것이 맛이 깊을까에 대해서 질문을 했고 나중에 보이차 수업할 때 선생님께 물어보라고 했다.
그 질문을 한 게 수업 초반이었는데 벌써 수업의 마지막 차시인 보이차 수업이다. 물론 티 마스터 1급에서 흑차에 대해서도 깊게 알아볼 것이기 때문에 2급에서는 생차와 숙차만 마셔본다고 한다.
차를 잘 모를 때는 중국에는 보이차만 있고 일본에는 말차만 있는 줄 알았다. 내가 보이차에 대해서 궁금했던 것은, 보이차'만' 좋아하는 다인들이 많고 보이차는 오래될수록 더 비싸다는 것이다. 또 보이차'만' 취급하는 찻집과 티샵도 많다. 도대체 보이차의 매력이 무엇이길래 보이차 한편이 100만 원에서부터 2억 정도의 고가여도 팔리는 것일까?
"와아~! 선생님 이게 다 보이차예요?"
"승희 씨, 어서 와요. 이건 내가 가진 일부예요. 보이차 찻집에 가면 멋진 조명에 멋진 선반에 예쁘게 진열을 해놓는데, 이 몸값 높은 애들이 이렇게 봉지에 싸여있어서 미안하네."
아무튼 신기하다.
버섯모양의 보이차, 1990년대 보이차, 부스러기가 흘러 겨우 봉지로 싸여있던 보이차, 색이 너무 진해져 흑색에 가까운 보이차, 벽돌 모양인 보이차.
오늘도 역시 나를 포함한 네 명이 두 차례로 총 8가지의 차를 우렸다.
나는 2021 산차 경매고수생차와 1990년대 교목노수병차를 우렸다. 선생님께서 90년대 당시 보이차가 이렇게 몸값이 오를 줄 모르고 정확한 년도를 표시해놓지 않으셨다고 한다.
보이차는 많이 마셔보지 않았지만, 보이차는 나무 맛, 옛날 마루의 냄새가 난다고 생각했고 그게 전부인 줄 알았다.
오늘의 수업을 통해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다. 경매 고수와 경매단주고수는 생차의 맛, 청차와 녹차가 적당히 어우러졌던 남나산 반포노채, 그중 2013 빙도 청병은 비 온 뒤 바위 옆에 낀 이끼의 맛이 났다. 그 이끼를 내가 먹어보진 않았지만 먹는다면 딱 이런 맛일 것이다 하고 상상했다. 난생처음 맛본 차의 맛. 또 2008 금호소타는 백차와 홍차가 섞인 맛으로 내가 짧게나마 접한 보이차의 세계는 방대하고 깊어 보였다.
중국의 운남지역 옆에는 베트남이 위치해 있는데 그래서 베트남에서도 보이차를 만든다고 한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이걸 인정하지 않고 오직 중국 운남지역에서만 생산된 차를 보이차로 인정하기로 법을 정했다고 한다.(보이차 부심이 강하게 느껴진다.)
"어머, 나래 씨! 죽을 각오하고 마셨어요?"
보이차는 보통 자사호에 우리는데, 1-2g만 넣어도 충분하다. 선생님이 5g 정도 주셨는데 세차를 하지 않고 너무 오랜 시간 우려서 진하게 마신 것이다. 보이차를 마시기 전에는 밥이나 다식을 많이 먹고 속이 든든해야 한다고 한다.
"왜 이렇게 머리가 몽롱하죠 선생님?"
선생님이 우리들이 우린 공도배에도 따뜻한 물을 더 추가해서 넣어주신다.
"자 이제 괜찮을 거예요. 너무 진하다 싶으면 물을 추가해서 마셔요."
나는 아직도 왜 보이차가 비싼가에 대한 의문을 풀지 못하고 있다. 언제부터, 왜, 어떻게 비싸게 되었을까? 보이차는 부르는 게 값이라고 그렇게까지 비싸게 받지 않아도 되는데 2,3배로 파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그만큼 가치 있는 차인가? 보이차의 매력은 무엇일까? 확실히 중국의 다른 차들에 비해 보이차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환영받는 보이차.
세상의 어떤 존재가 나이 들수록 환영받을 수 있을까?
기왕이면, 보이차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이가 들수록 맛이 더 깊어지고, 스스로 빛을 발하며, 자신의 존재를 남들이 더 가치 있게 생각해주는 그런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