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온 Jan 13. 2023

찻집딸래미의 티마스터 1급 시작

차를 한다는 것은

티마스터 자격증.

자격증이라고 피터지게 공부하는 그런 류의 자격증은 아니다.

차에 대한 이론을 배우고 매시간 8-12가지의 차를 마셔보며 음미하고 탐구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을 마치면 이론과 다례시험을 보고 자격증이 주어진다.


처음에 2급을 신청했을 때는

막연히 우리 집 차만 마셔온 내가, 정식으로 차를 배우면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고 다른 나라, 다른 찻집의 차들은 어떨지 궁금했다. 그리고 수업에서 마셔보는 차는 대부분 품질이 좋은 차여서 차에 대한 기준도 자연스레 높아질 터였다. 육아를 하고 있는 내게 차를 배우는 2시간은 일주일의 유일한 낙이었다. 2급은 6월부터 11월까지 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사실 차의 이론은 듣고 읽고 해도 돌아보면 까먹는 것이 많았다. 그래도 나는 한중일이 연결된 차의 역사가 너무 재미있었고 또 중국에서 처음 영국이나 네덜란드로 홍차가 수출되는 이야기를 듣는것도 재밌었다. 티마스터 과정 말고도 여러가지 차에 관한 책들도 많이 읽어보았고 그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차 속으로 자연스레 스며들고 있는 것 같다.


차를 배운다는 것은,

무언가를 암기하듯 속성으로 배우고 끝내는 것이 아니다. 천천히, 조금씩, 오래도록.

그저 일상이 된다는 것 같다.


아무것도 배운게 없을 줄 알았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차를 따르고 차를 대접하는게 자연스러워지고 차를 이야기하는데에 있어 부담이 없어졌다. 그걸로 나는 차생활하기 참 잘했다 싶다.

차를 마신다는 것은 조금은 주의깊게 내자신 그리고 주변을 돌아본다는 의미인 것 같다.

햇살이 비치는 오후, 서서히 국화차가 물에서 피어나는 과정을 초등학교 과학시간에나 탐구해볼 그런 실험들을, 나는 차를 하기에 느껴볼 수 있다.

자연스럽고 당연시되는 것들이 차를 할때는 조금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차에 스며든 이상 헤어나올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뭐 대단한 도를 향하는 그런 배움은 아니고 그저 생활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 아닌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도 말이다. 이 좋은 걸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으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같이사는 남편 조차도 홍차와 녹차를 구분하지 못하고 매일 다른 차를 내주어도 맛이 똑같다고 하니 말 다했지 뭐.


가까이 사는 우리 어머니는 차 공부할 돈으로 돈을 모아야지 아깝다고 하시는데, 차마 "어머니, 저 차에 투자하는 거예요. 언젠가 찻집할지도 모르잖아요?"라고 말하지는 못하고 고개만 숙인다.

그래도 찻집하는 우리 부모님은 멋지다고 잘하고 있다고 응원해주시고 수업료도 얼만큼 내주시기도 한다.


몇해 전까지 항상 시작하는 일을 끝맺기 어려워 내 자신이 싫어질 때가 많았는데, 한번 어떤 일(학교졸업)을 끝내고 보니 그 다음부터는 모든 도전에 끝을 내고 싶어졌다.

물론 차는 생활이기에 내가 살아있는 동안 끝내긴 어려울 거다. 일단은 한번 꾸준히 오랫동안 해보는 거다. 차를 음미하고 배우는 그 시간이 정말 소중하고 인생의 쉼표같은 시간이기에.


우유를 마시는 듯한 옥로.

일본의 녹차중 고급녹차인데, 어린잎의 윗부분을 잘라 만들어 단백질이 풍부하고 부드럽다.

매거진의 이전글 보이차는 왜 비쌀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