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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백호 Sep 20. 2015

밤하늘의 장막을 드리우며

오로라(극광)에 관하여

밤하늘의 오로라.

 하늘에 수많은 장막이 드리우져 집니다. 수많은 빛들의 춤, 그리고 조화. 우리는 그것에 감탄합니다. 오늘은 밤하늘의 장막, 오로라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로라는 왜 생기는 거야?
태양의 격렬한 폭발.

우리는 태양의 자식 중 '지구'라는 곳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듯, 지구 또한 태양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알다시피 태양이라는 존재는 활발한 핵반응이 일어나는데 강한 자기장의 영향을 받아  내부로부터 대류가 잘 되지 않아 주변보다 온도가 낮은 부분이 존재하게 됩니다. 그 부분을 '흑점'이라고 부릅니다.

태양의 흑점. 주변보다 온도가 낮아 검게 보입니다.

태양의 흑점은 온도가 얼마나 낮길래 어둡게 보일까요? 흑점의 온도는 자그마치 4000~5000K 정도 되며 스스로 매우 밝은 빛을 냅니다. 하지만 주변의 6000K 정도에 비해 온도가 낮고 어둡기 때문에 흑점으로 관찰됩니다.(실제 밝기는 달보다 밝습니다.) 이렇게 강한 자기장의 방해를 받는 주변에선 흑점뿐만이 아닌 다른 현상도  관측됩니다. 바로 '플레어', 태양의 폭발 현상입니다.

플레어 현상이 활발한 태양.

태양은 수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수소는 에너지를 가한다면 반응이 매우 큰 물질 중  하나입니다. 핵 융합 반응으로 에너지를 계속하여 방출하는 태양은 태양의 대기에 존재하는 수소들을 반응시켜 '플레어'를 일으킵니다. 플레어 현상으로 인해 전자, 양성자, 무거운 이온을 광속 가깝게 가속시킵니다. 가속된 입자들이 지구로 날아오게 되는데 이 현상을 '태양풍'이라고 합니다.

대기권의 구조

이때, 태양풍 입자가 열 권에 존재하는 질소, 산소 분자와 원자 및 이온에 부딪치게 되면 상대적으로 에너지 준위가 높아지게 됩니다. 이 상태를 '들뜬상태'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모든 물질은 안정되려고 합니다(바닥상태). 그렇기에 바닥상태가 되려 하는데, 이때 방출하는 에너지가 전자기파. 즉, 빛 에너지로 방출되기 때문에 우리는 밤하늘에 오로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로라의 색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요?



오로라의 색깔은 물질에 따라 결정됩니다.

각각의 분자와 원자 및 이온이 태양풍 입자와 부딪치게 되면 들뜬상태가 되었다가 다시 바닥상태로 돌아옵니다. 이때, 방출되는 에너지가 빛의 형태며 원자, 이온마다 고유의 방출 영역이 다르기에 색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크게 질소와 산소, 높이에 따라 구분됩니다.


N(질소, 대기 중 비율 1위)

청색 오로라, 질소 분자이온이 방출하는 청색 띠스펙트럼(427.8nm)  (100km~200km)
핑크 오로라, 질소 분자가 방출하는 분홍 띠스펙트럼 (100km이하)


O(산소, 대기 중 비율 2위)

녹색 오로라, 산소 원자가 방출하는 녹색광(577.7nm) (100km~200km)
적색 오로라, 산소원자가 방출하는 적색광(636.4nm) (200km이상)


이렇듯 우리는 고도와 원소의 종류의 따라 다채로운 밤하늘의 장막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오로라를 보러 간다고 하면 고위도로 떠납니다. 그렇다면 오로라는 우리나라가 포함된 중위도, 저위도 지방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일까요? 물론 저위도, 중위도 지방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관측 된 오로라.

오로라는 위도 6~80도 지역 내에서 발생 가능합니다. 그 말은 우리나라에서도 오로라가  관측될 수 있다는 것이죠. 오로라는 현재보다 과거에 더 잘 보였습니다. 기록을 살펴보면


삼국시대 7건
“여름 4월 동방에 붉은 기운이 있었다”(백제 다루왕 7년, 서기 34년)
“봄 3월 갑인 밤에 붉은 기운이 태미원에 뻗쳤는데 마치 뱀과 같았다”(고구려 신대왕 14년, 178년)

고려시대 232건
“불같은 적기가 남방에 나타났다”(현종 3년, 1012년 6월 12일)
“밤에 비단 같은 백기가 하늘까지 닿았다가 갑자기 붉은 요기로 변했다”(현종 8년, 1017년 12월 15일)
“밤에 적기가 북에서 서로 흩어져 하늘에 퍼지고 백기가 그 사이에 뒤섞여 일어났다가 잠시만에 흩어졌다”(숙종 6년, 서기 1101년 1월 31일)


그렇다면 여러분은 한국에서 오로라를 본 적이 있었나요? 대부분이 "아니요"를 말하실 것입니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오로라를 보기가 힘듭니다. 오로라를 보기 위해선 11년 주기로 태양활동이 강해질 때, 고위도 지방으로 올라가야 오로라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극지방 부근에만 자주 발생하는지, 고려시대에는 현재보다 더 많이 발생했는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구는 자석입니다.

지구는 하나의 자석입니다. 북극 쪽이 S, 남극 쪽이 N을 가리키기 때문에 우리의 나침반이 작동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 했던 자석 위에 철가루 뿌리기 실험. 철가루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기장의 영역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철가루들을 본다면 자석의 주변 보다는 양 극에 훨씬 많이 몰려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말은 자석 양극의 자기장이 가장 강하다는 증거가 됩니다. 이 원리는 지구에서도 통하게 됩니다. 지구자석의 주변보다는 지구의 양 극인 자북, 자남부근에서는 자기장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그로 인해 대전된 입자가 지구의 자기장에 의하여 극으로 모이게 되고 오로라가 고위도 지방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이유입니다.


고려시대에는 많이 나타났다며?

왜 현재는 대한민국에서 보기 힘들지만 고려시대 때는 자주 볼 수 있었을까요? 바로 자북극과 자남극의 위치가 변하기 때문입니다.

다이나모이론.

다이나모 이론은 '액체상태인 외핵의 열대류로 인하여 유도전류가 발생되고 그에 따라 자기장이 형성되는 것'을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그런데 외핵의 열대류는 일정하지 않고 계속 형태가 변하기 때문에 자기장의 모습, 형도 변하게 됩니다. 그에 따라 자북극, 남극은 5년에 1 º정도 변한다고 합니다.

현재의 자북극은 한반도와 멀리 떨어진 캐나다 북극권에 위치합니다. 하지만 과거 고려시대의 자북극은 유럽~러시아 북극권에 있었기에 한반도에서도 오로라를 빈번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수호신에게 둘러싸인 아우로라. [프란체스코 몬텔라티치]

아우로라는 '새벽'의 여신입니다(그리스 신화: 에오스). 아우로라의 미모가  오로라처럼 아름답고 중위도에서 관측되는 극광이 새벽빛과 비슷하다 하여 17세기부터 극광을 오로라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오로라는 단지 아름다움과 새벽빛을 주는 존재일까요?


델린저 현상

흑점 폭발 및 플레어 현상이 너무 강해진다면 지구자기장의 방어에도 불구하고 지구는 태양풍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오로라는 뚜렷하게 나타나겠지만 위성체가 피폭을 당해 손상이 된다던가, 무선 통신을 이용할 때 사용하는 전리층이 교란이 되어 전화나 데이터가 터지지 않던가, 유도전류로 송전탑에 고전압이 걸려 장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을 델린저 현상이라고 합니다. 즉, 오로라는 아름답지만 태양풍에 대한 경고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오로라는 지구 안에서만이 아닌 지구 밖, 토성, 목성에서도  관측됩니다.

지구 밖에서 본 지구의 오로라.
토성의 극관에 나타난 오로라.
목성의 오로라.

이렇듯 태양의 영향은 아주 멀리 있는 토성, 그리고 그 이상까지도 영향을 미칩니다.


아름다운 오로라.

하늘에 또 다시 장막이 드리우져 집니다. 마치 우리를 환영하듯 아름다운 춤을 추고 있습니다. 이 춤들은 우리의 후손, 그리고 후손의 후손 또한 보면서 느낄 것입니다. '하늘이라는 존재는 정말로  아름다운 존재이다.'

-천문학자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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