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두렵다
남들이 항상 부러워했다
"네 옆에 있는 그 남자는 참 멋진 사람이야"
"네가 그 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
보잘 것 없는 인생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대단히 볼 것이 있는 인생도 아니었던 여자에게
그런 말들은 살아온 날들에 어떤 자부심 혹은 대단한 우월감까지 느끼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여자도 알고 느끼고 있었던 남자의 호의는 너무나도 달콤했던 것이었다
끝 없는 행복 같았다
언제부터였을까
그가 준비되지 않은 여자에게 결혼을 이야기하면서부터일까
그와의 잠자리가 불편해지기 시작한 순간이었을까
여자는 자신을 행복하게 했던 지인들의 혀에 민감해지고 두려워지고 그리고 부정하고 싶었다
난 행복하지 않아
그는 이전과는 달라
그는 정말이지 변한 것이라곤 눈곱만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네들이 보는 것처럼 여자에게 잘 했고 몸과 마음과 물질과 인간이 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여자에게 주었다
그런데 여자는 더 이상 뜨겁지 않나 보다
더 이상 그와의 미래가 그려지지 않고 우울하다
그와의 미래가 암담하고 두렵고 슬프다
그와 술 잔을 기울이는 것보다 홀로 하는 것이 더 기분이 좋고 편하다
그에게 말하지 못한 것을 뒷전이던 친구에게 터놓고 있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미 끝이 다가옴을 여자는 알고 있지만
그것을 인정하기에 여자는 너무 두렵다
다시 혼자가 되는 것
혼자가 익숙하게 되는 것
누군가를 부러워하게 되는 것
무엇보다 뜨거웠던 그 여자의 마음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식어간다는 것
그토록 여자도 그에게 뜨거웠던 시절이 있었기에
그녀는 순간순간 하루하루 지나갈수록 너무 두렵다
식어간다는 것
하루하루 달라지는 여자의 마음을 스스로 느낄 때마다
몽글몽글했던 마음이 죽어가는 것 같아 매일이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