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아머의 눈물겨운 이미지 쇄신기
2018년 여름, 온라인에선 ‘언더아머 단속반’이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이는 일정 운동 기준을 달성한 사람들만 언더아머를 입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DC인사이드 헬스갤러리에서 장난처럼 시작된 이 말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고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우리는 어떤 브랜드를 보며 특정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그 이미지가 한정된 소수에게만 허락된 것처럼 느껴진다면, 당연히 그 브랜드는 세일즈에 있어 위축될 것입니다. 명품과 언더아머의 차이점이 있다면 그 허락이 자의가 배제된, 타인의 시선에 의해서만 정해진다는 것이겠습니다.
언더아머를 입는 과정에서 입어도 되는지, 누가 놀리지는 않을지 하는 자기검열이 생기니까요.
올해 새롭게 시작한 언더아머의 캠페인은 기존과 전혀 다른 메시지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지나치게 마른 10대 청소년이 나와, 강도 높은 운동은 아니지만 매일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강해진다는 내용입니다. 언더아머 단속반으로 대변되는 이미지를 희석시키고자하는 의도가 강해보입니다.
이번 캠페인에 대한 소비자의 의견은 대부분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미지 개선을 위해 영리하게 접근했다는 칭찬이 주를 이룹니다. 저 또한 이번 캠페인이 등장인물에만 변화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형적 스포츠웨어 같지 않아 눈이 즐겁습니다.
그 동안 언더아머의 광고도 각 스포츠 분야의 유명 선수들이 나와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는 형태의 영상들이 많았습니다. 김연경 선수가 포기하지 않고 배구 훈련하는 모습이거나, 나성범 선수가 타석에서 마음을 다지는 장면처럼 말입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아드레날린이 뿜어나올 수 있도록, 운동하고 싶은 욕구가 차오를 수 있도록 말이죠.
대부분의 스포츠웨어 브랜드의 광고는 이런 '나이키'스러운 화법을 사용합니다. 때문에 우리는 뉴발란스 광고영상을 보며 오히려 나이키를 함께 떠올리기도 하고, 프로스펙스 광고를 본 뒤 나이키에서 새로운 러닝화를 구매하기도 합니다. 그 관점에서 볼 때 이미지 개선과 함께 언더아머를 소비자 인식에 각인시킬 수 있던 뛰어난 광고로 보입니다.
이와 함께 언더아머는 10대 청소년들이 좋아할만한 디지털 활동을 연계하여 캠페인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영상과 함께 언더아머는 인생네컷이라는 무인사진관과 콜라보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아이디어는 간단합니다. 주변 인생네컷 사진관에서 언더아머 통해 받은 무료 사진권으로 사진을 찍고 SNS에 업로드하여 상품 받는 것입니다.이를 통해 언더아머의 2가지 의도를 추측해보면, 기존 30~40대에 포커싱된 이미지를 조금 더 영하게 가져가고 싶은 의도 하나와 (굳이 운동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일상적으로 언더아머를 소비시키고 싶은 의도 하나를 읽어볼 수 있습니다.
언더아머의 탄생에는 순수한 기능적 우위가 있습니다. 기존 면으로 된 운동복들은 땀을 잘 배출하지 못해 무거웠으며, 건조가 빠르지 않아 불쾌감도 높았습니다. 이를 개선한 아이템인 언더아머 컴프레션 티셔츠는 순식간에 스포츠 웨어 시장의 판도를 뒤바꿉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쫄쫄이 티셔츠가 언더아머의 작품입니다. 당연히도 프로 스포츠 선수들부터 이를 찾기 시작했으며 특히 격하고, 활동량 높은 NFL(프로미식축구)부터 그 인기가 퍼져나갔습니다.
언더아머의 미국 초기 캠페인 또한 건장한 흑인 미식축구 선수들이 나와 소리를 지르고 감정을 배출하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이런 기능적 우위, 메인 타겟 층에 대한 접근으로 쌓아올려진 언더아머의 이미지는 퍼포먼스 중심의 스포츠웨어 브랜드로 가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때문에 언더아머 단속반이라는 개념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번 언더아머의 접근은 기존 언더아머 이미지를 조금은 바꾸기 위함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지 개선이 곧 더 나은 성과와 매출을 담보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 표를 보시면 네이버에서 월 평균적으로 스포츠 브랜드를 검색하고 해당 브랜드를 클릭한 수치를 볼 수 있습니다. 나이키의 경우 워낙 압도적으로 높은 인기를 가진 것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실제 구매나 정보 획득은 클릭에서 발생하기에 클릭이 검색보다 더 중요 수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다 (출처 : 네이버 2022.05)
재미있는 점은 스포츠브랜드 중 상대적으로 색깔이 뚜렷한 룰루레몬과 언더아머의 경우 검색 수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클릭률이 대부분 높은 수치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언더아머만 놓고봐도 뉴발란스와 아디다스보다 검색 양은 적어도 클릭 수가 훨씬 높습니다.
이를 통해 유추해보면 현재의 언더아머는 비록 소수지만 절대적인 지지자 층을 가진 팬들이 많다고 볼 수 있으며, 뉴발란스의 사례로 볼 때 타겟을 넓히고 대중적으로 가는 것이 세일즈의 확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요가 브랜드로 입지를 뚜렷하게 구축한 룰루레몬의 클릭 수, 클릭률을 보면 잡을 타겟을 확실하게 잡아두는 것처럼 보입니다.
다시 영상이야기를 해보면, 앞서 긍정적 반응 위주로 소개해드렸지만 언더아머의 브랜드 본질을 흐린다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그렇다고 이번 메시지에 따라 언더아머 페이지를 들어가봐도 10대 전용 상품을 별도로 판매하거나 일상적 패션을 위해 접근한 행동도 없습니다.
때문에 이번 캠페인에 대해 요약해보자면, 브랜드 인식개선에는 좋았으나 뒷받침되는 브랜드 활동에는 조금 아쉬움이 남습니다. 또한 앞으로의 이미지를 어떻게 잡아가느냐에 따라 언더아머의 흥과 망이 결정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로 보입니다.
언더아머가 앞으로 한국에서 어떻게 이미지를 잡아가고 만들어갈까에 대해서 궁금해집니다. 너무 강한 퍼포먼스 이미지 때문에 고생했던 언더아머, 그러나 본질적인 이미지를 놓친다면 이도저도 아닌 수많은 스포츠 브랜드 중 하나로 전락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