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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넛레터 Jun 03. 2022

연애나 결혼을 안 하면 텅 빈 마음으로 사는 건가요?

도넛레터의 인생 조언을 배달합니다.


연애를 안 해도 완벽하게 행복할 수 있을까요?

연애나 결혼을 하는 이유가 외로움이 가장 큰가요? 누군가가 항상 곁에 있어야 마음이 채워질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인 걸까요? 연인이 없다면 친구라도 많아야 혹은 가까운 친구가 있어야 채워진 마음으로 살 수 있는 걸까요? 요즘 비혼식 하시는 분들 보고 생각해요. 저분들은 다른 인간관계가 좋아서 가능한 건가... 혹은 인간관계와 전혀 상관없이 진정 채워진 맘으로 행복하게 사는 사람도 있을까? 아니면 한편이 비워져 있을까? 그런 게 궁금하네요. 조언 좀 부탁드릴게요.



lunarian의 조언

저는 어릴 적 부모님의 심각한 가정불화로 인해 늘 무언가 충족되지 않은 채 살았어요. 그래서 스무 살, 대학생이 되자마자 미친 듯이 연애를 했고, 누군가에게 기대어 제게 드리워진 그 공허함을 채우려고 애를 썼죠. 그렇게 이십 대 후반까지 비슷한 패턴으로 사랑과 이별을 반복하며, 제 마음에 난 구멍은 타인이 메워줄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때부터 저 자신에게 더 몰두하는 시간을 가진 것 같아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그냥 제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을 하루하루 공부하듯 알아갔고, 그러면서 낮았던 자존감도 높아졌어요. 삼십 대가 된 지금은, 결혼 생각은 아직 없네요. 제가 정말 하고 싶은 꿈도 찾고 이루게 되어서, 그 자체로 너무 보람 있고 행복합니다.

물론 때때로 외로움이 찾아오지만, 이건 단순히 연애나 결혼을 하지 않아서가 아닌 것 같아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자연스러운 공허라고 생각합니다. 결혼한 친구들도 늘 속마음을 털어놓을 때면 사실은 지독히 외롭다고 하더라고요. 다들 다른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렇게 보면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사는 듯해요.

연애와 결혼으로서 무언가 완성되었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테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거예요.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이 어떤 취향과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행복한지 제대로 아는 거라고 생각해요. 꼭 '결혼이 행복이다', '비혼이 행복이다'라는 답이 있는 게 아니라요.

저는 지금은 결혼 생각이 없고, 현재 꿈을 이루며 사는 제 모습에 큰 만족을 느끼지만, 또 어느 때가 되면 누군가와 사랑을 주고받는 걸 원하게 될지도 모르죠. 그냥 자기의 현재 감정과 지향하는 바가 무언지 알고, 솔직하게 그 결대로 나아가면 그게 행복한 지금을 살아가는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



손님000의 조언

연애나 결혼은 외로움을 덜어주긴 하겠지만, 그것이 이유의 전부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건 제 생각인데요..! 연애와 특히 결혼은 인간관계에서 맺을 수 있는 가장 어렵고, 까다롭고, 궁극적인 관계라고 생각해요. 연애 많이 해봐라, 여러 사람들과 많이 다양하게 어울려보는 게 좋다~ 소위 "어른"들의 이런 소리는 물론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또 경험을 쌓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니 하라고 하시지만.. 제 생각엔 이 수많은 관계들을 통해 결국 나 자신이 좀 더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는데 필요하기에 그런 소리를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여러 인간관계, 예를 들어 친구들이나 가족들을 통해서 내가 성장하기도 하지만, 연애는 가족이나 친구와는 차원이 다른 친밀감과 유대감을 타인과 형성하게 되거든요. 사랑, 질투, 존경, 미움, 애착, 짜증, 그리움, 죄책감.... 이 오만가지 감정들을, 나와 전혀 다르게 살아온 생판 남이랑 같이 느끼고 공유하며 관계를 형성하고 맞춰나간다는 것. 인간관계의 끝판왕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ㅋㅋ 이런 관계는 결국 나 자신을 성장시킵니다. 이 관계를 통해 나의 생각이, 가치관이, 취향이 훨씬 더 강화될 때도 있고 아예 바뀌어버릴 때도 있고요. 타인이 나에게 그만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나 역시 타인에게 그만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관계는 연인 관계, 부부 관계 이외에는 보기 드물지 않을까요? 꼭 그런 관계를 연인이나 부부로서 찾아야 된다는 건 아니지만요! 그래서 생에 한 번쯤은, 인간관계의 끝판왕까지 경험해보는 것이 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보다 더 나은 '나'로 성장하는데에 엄청난 밑거름이자 촉매가 되지 않나란 생각을 해요. 이건 외로움 때문이 아니라, 관계를 통해 나도 미처 몰랐던 나 자신을 알게 되고, 서로를 보듬 어가는 과정을 다른 사람과 이어나간다는 것에 의미가 있어서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본질의실마리의 조언

연애/결혼을 하는 이유 = 외로움 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상관관계일 수는 있지만 절대 인과관계는 아닐 테고요

저는 결혼이라는 제도와 사회적 시선에 대해 크게 동의하는 게 없는 사람이라 원래 비혼 주의였는데 8년 넘게 연애를 하고 결혼한 지 1년 정도 되었어요

비혼 주의에서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외로움이 아니었어요 이 사람을 정말 많이 사랑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 내가, 그리고 우리가 분명 더 행복할 것이라 생각되었고 이를 위해 좀 더 단단한 약속의 장치로 선택한 것이 결혼이었어요

사람이 행복을 느끼는 순간들은 다양하게 있을 거예요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때, 맛있는 걸 먹을 때, 흥미진진한 무언가를 할 때 등등... 그런데 그 요소들 중 대부분이 나 아닌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되거나, 관계로 인해 완성이 되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아요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라는 이론에서도 보면 3단계부터는 사람과의 관계적인 부분이 필수 요소이기도하거든요 사람은 그렇게 만들어진 건가 봐요 아무리 값비싸고, 좋고, 맛있고, 뛰어난 걸 소유해도 나 혼자만 좋으면 의미가 없을 거 같긴 해요

인간이 부여하는 모든 행복의 의미에 100% 전부가 인간관계가 필요한 건 아니겠지만, 인간관계를 빼서는 무의미해지는 것들이 너무 많아질 거 같아요

그래서 많이는 필요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1~2명 정도의 정서적 지지가 이뤄지는 깊은 관계는 꼭 필요한 거 같아요 :)



 인마드의 조언

심리학 교수님께서 하셨던 비유가 생각나네요.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곱 연산이라, 심리적으로 건강한 에너지가 1인 사람 둘이 만나면 총에너지는 1이, 에너지가 2인 사람 둘이 만나면 총에너지는 4가 된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1/2인 사람 둘이 만나면 1/4이 되고, 1/2인 사람과 1인 사람이 둘이 서로 만나도 1/2이 되어버린다고요.

무슨 뜻이냐 하면 외로워서 연애를 해선 결과적으로 무의미하다는 거예요. 비혼을 추구하든, 결혼을 추구하든 간에 그 이전에 혼자서 지내도 행복해야 합니다. 누구나 외로움을 느껴요. 다만 심리적으로 건강한 상태의 사람은 아무래도 자신의 외로움을 다양한 방법으로 해소할 수 있죠. 혼자서 하는 취미생활로 어느 정도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고요.

그렇다고 해도 인간은 어쨌거나 사회적인 동물입니다. 당연히 혼자서 행복한 일들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소통할 상대입니다. 일반적으로 친구나 연인이 되겠지요. (직장 상사라거나 동료 등 수직적인 관계를 포함하는 주변인은, 어쨌거나 퇴사 전엔 애매한 관계라고 할 수 있으니 제외대상입니다.) 물론 그것도 대화에서 어느 정도 서로 공감할 수 있다고 느껴야 유의미하겠죠. 반려견이랑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내 고민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건 아니니까 대화가 되진 않듯이요. 그렇다고 친한 사람이 단 한 명뿐이라면, 항상 그 사람한테만 모든 고민을 털어놓게 될 테고, 그렇게 되면 언젠가 그 사람도 지나치게 피곤 해질 테고 힘들어하겠죠. 그게 친구든 연인이든 똑같아요. 그러니 친구의 숫자가 많을수록 좋은 건 당연합니다.

저는 딱히 비혼 주의는 아니고 현재 솔로로 지내고 있습니다만,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원래 친구가 많진 않았는데 많아지고 나니 확실히 마음에 뭔가 허하다, 그런 느낌도 잘 안 들고요. 코로나라서 자주 만나진 못하지만 연락은 굉장히 자주 하는 편입니다. 연애 안 해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하면 더 좋고요.

아, 그리고 혼자로서는 불안감이 든다면 외로움 외에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 나를 비방하는 것에 취약한 경우는 특히, 내가 사회적으로 너무 인정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든다거나 -- 내 삶이 안정적이지 못하다고 느낀다거나. 그런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으니 한 번 고민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부디 스스로도 온전히 행복한 사람이 되시길~






안녕하세요. 도넛레터입니다.
도넛레터는 누구나 익명으로 질문하고 조언할 수 있는 경험 지식 커뮤니티입니다. 

진로, 마음, 연애 등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고민하는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면 따뜻한 위로와 공감 또는 경험자의 현실적인 조언, 실질적인 해결 방법 제안, 나의 경험담 공유 등 각기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각자 다양한 관점으로 진정성 있는 조언을 남깁니다. 질문자는 조언자에게 도넛, 커피, 밥 중 선택해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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