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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이 형제 May 21. 2022

산새들과 친구 먹기

내 손 위에 새가 오게 하자

머리글  


 새는 인간에게 가깝고도 먼 존재다. 늘 인간 주변에 머물고 있지만 절대 '곁'으로 오지는 않는다. 잡으려고 할수록 잡히지 않고, 가까이하면 할수록 멀어진다. 그러다가 관심을 끄고 있으면 어느덧 가까이에 성큼 다가와있다.

 '잡힐 듯 말듯한' 묘한 거리감, 그리고 하늘 위에서 인간사회를 조감(鳥瞰)하는 듯한 모습으로 인해 새는 역사 속에서 흔히 '상징화' 내지 '신격화'되곤 했다. 하늘의 뜻을 지상에 전하는 영험한 전령사랄까. 봉황이라는 상상의 동물이 등장한 것도 '저 멀리 떨어진 존재'인 새를 통해 삶의 복락을 희구해보려는 인간의 환상과 기대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몬드를 먹고 있는 동고비

 

    그러나 잠시 눈을 들어 하늘을 날거나 나뭇가지에 앉아 지저귀는 산새들의 모습을 보라. 거기에 무슨 '상징'과 '신격'이 있겠는가. 그저 지구라는 같은 공간에서, 조물주가 만든 창조질서의 틀속에서 본능에 따라 자유롭게 살아가는 존재일 뿐이다. 우주 삼라만상 속에서 역시 미미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의 대상이다.

    다만 새는 미물(微物)이면서 미물(美物)이다. 자연을 쏙 빼닮은 기기묘묘함을 다양한 색감과 재질로 벼려놓은 듯한 '천연의 아름다움' 앞에 인간은 그저 감탄할 뿐이다. 고해(苦海) 속에 살아가는 인간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주려는 조물주의 솜씨랄까. 특히 새들이 전하는 활기찬 생의 기운을 관찰하고 음미하고 있노라면 왜 옛 선조들이 새의 존재에 그토록 상징성을 새겨 넣으려고 했을지 수긍이 가기도 한다.     

    이 책은 새에 대한 전문적 생태 보고서나 인문학적 해설서는 아니다. 그저 일생상활 속에서 이 작고 아름다운 '이웃'에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려는 차원이다. 등산이나 둘레길 산행을 즐기는 우리들이 야생의 신비한 숨결을 보다 생생히 체험해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창(窓)을 제공하고 같이 누려보기 위함이다.  


곤줄박이

    사실 미국이나 캐나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새 먹이주기(bird feeding)나 탐조활동(bird searching)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  대중적인 취미활동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새에 가깝게 다가서려는 행위 자체가 여전히 어색하고 생경하게 받아들여진다. 동호회나  관련 서적도 드물며 어떤 식으로 시작하여야 할지 막연한 상황이다. 이에 새에 관해서 호기심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이런 취미에 첫발을 떼는데 도움을 주고자 이 글을 쓴다.

    새를 관찰하고 '친구 삼는' 것은 단순히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새의 자태와 움직임을 관조하고 있노라면 마음이 평안해지고 겸허해진다. 어느 순간 나 자신이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탐조(探鳥)는 새를 찾아다니는 활동을 넘어 우리의 내면을 향해 떠나는 여행의 과정이기도 하다. 이제 그 여행을 시작해보자.


목차


1.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2. 우리 주변의 새들을 알아보자

1) 새 사진 찍는 법

2) 새 그림 그려보기

3) 인터넷에서 찾는 방법

4) 도감에서 찾는 방법

3. 먹이로 유인하기

1) 새들이 잘 오는 장소

2) 새들을 불러보자

3) 새들이 좋아하는 먹이

4) 먹이 놓는 계절과 장소

4. 내 손위에 새가 오게 하자

5. 여러 가지 시도해 볼 만한 것들

6. 본격적인 탐조활동

1) 탐조하기 좋은 국내 지역들

2) 도시 탐조 : 미개척 영역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어떤 새를 볼 것인가,  그리고 내 신체적 조건은 어떤지에 따라 탐조활동은 달라질 수 있다.  산새를 보려고 하면 등산을 즐길 수 있는 신체조건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물새를 좋아한다면 아마도  산새 탐조보다는 덜 걷거나 힘이 덜 들 것이다.

 새들은 쉽게 날아가 버리고 사람 가까이 오지  않는다. 그 때문에 망원경이나 줌 성능이 좋은 카메라가 필요하다. 스마트폰이라면 4배 줌은  가능해야 새의 디테일을 볼 수 있다.

 새들이 많이 날아오는 호숫가나 바닷가를 가면 대포 만한 줌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를 삼각대에 얹고 사진을 찍는 전문 사진사들을  수 있다.

 하지만  가볍게 새를 친구 삼아 보려는 우리에게 그런 고가의 장비는 굳이 필요 없다. 초보자가 그런 렌즈로 새의 움직임을 포착하려면 엄청난 경험과 숙련도가 필요하다. 그런 렌즈는 아주 원거리의 새들을 찍는 데는 적합하지만 어느 정도 가까운  곳에 있는 새는 줌렌즈의 화각이 좁고 흔들림이 심해 찍기가 매우 곤란하다. 더구나  무거워서 휴대성도 별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살펴보자.


카메라


                 


 일부 대기업이 스마트 폰 카메라로 100배 줌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광고하지만 실제 성능은 10배 줌에 불과하지 않을까 한다. 10배 줌으로 사진을 찍어 그것을  원본으로 100배로 불려 흐린 부분들을 좀 보정했을 뿐이고 실제 일반 망원렌즈의 100배 줌과는 현격한 차이가 나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제대로 줌 기능을 가지면서도 휴대성도 있는  소니 X400v와 같은 50배 줌 카메라가 적당할 것 같다.

 그렇지 않고 망원렌즈를 따로 사야 하는 카메라라면 가격도 올라가고 휴대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스마트폰이 줌 기능은 현저히 떨어지지만 장점이라면 간편한 휴대성이다. 늘  지니고 다니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새의 디테일을 찍을 수 있다는 기대감은 버리는 것이 좋다. 10배 줌이 가능한 폰이라면  7~8미터 거리에 있는  새 정도는 비교적 쓸만한 화질로 찍을 수 있을 것이다.

 편법을 쓴다면 먹이를 이용해 새들을 내 가까이 유인하면 꽤 근거리에서 새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스마트폰의 또 다른 장점은 새를 보고 바로 구글로 검색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디테일이 살아 있다면 구글 이미지를 통해서 사진을 업로드하면 바로 어떤 새인지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망원경



   굳이 사진을 찍을 필요는 없고 새를 보기만 해도 된다면 망원경도 좋은 선택이다. 상대적으로 카메라나 줌 기능 좋은 스마트폰보다는 훨씬 싸다.  사실  망원경의 가격은 천차만별로 전문 탐조용 망원경은 200~300만 원을 호가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까지 필요하지는 않다. 요즘에는 중국산 저가 망원경들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구매 시 주의할 점은 리뷰를 잘 살펴보라는 것이다. 어떤 저가 망원경들은 광고된  배율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화각도 매우 좁다.


펜과 노트

    당신이 파브르 스타일의 옛날 생물학자이고 그림에 어느 정도 소질이 있다면 어쩌면  한 자루의 펜과 노트가 필요한 전부일 수도 있다. 가만히 조용히 앉아 새들을 기다리며  관찰한 것을 그림으로 그리고 특징들을 기록하는 것이다. 아직 카메라가 없던 시대의  생물학자들은 다 그렇게 새들을 연구했다. 그림을 아주 잘 그릴 필요는 없고 인터넷  검색을 위해 참조가 될 수 있을 정도로만 그리면 충분하다.


새먹이 : 견과류와 과일

 

한 줌의 견과류

 새들이 모이는 장소를 알고 그 새들이 어떤 먹이를 즐겨 먹는지 알고 있다면  새먹이만큼 새들과 친해질 수 있는 도구는 없다.

 어떤 새들은 견과류를 또 다른 새들은  과일을 좋아할 수 있다. 종류에 따라서는 지렁이나 애벌레들을 즐기는 새들도 있을  것이다.

감귤로 유인한 직박구리


 벌레들을 들고 다니는 건 불편하고 어색한 측면이 있다. 가볍게 소풍 가는 기분으로 간식거리 겸해 견과류와  과일을 싸갔다가 새들과 나누어먹으면 좋을 것이다.


조류도감


 주머니에 들어갈 만한 조류도감 하나쯤은 있으면 좋다. 사진은 노출이  적당하지 않으면 디테일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에 사진위주의 도감보다는 특징을 잘 묘사한 그림이 있는 도감을 추천한다. 너무 큰 도감은 필요 없다.

 초보자인  우리가 원하는 것은 희귀 조류를 찾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새들을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평소에 집에 있을 때도 도감을 뒤적거리며 새들의  특징을 익혀두었다가 야외로 나가면 새들을 식별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어떤 새를  식별했다면 그 새에 해당하는 도감 페이지에 날짜와 장소 그리고 특이사항 등을 적어놓으면 좋다.


새 호출기(bird caller)

 우리말로 적당한 번역이 없어서 새 호출기라고 했는데, 작은 새들 소리가 나는 호루라기 만한 도구를 뜻한다. Audobon bird call이 세계적으로 유명하며  해외 사이트에서 10~40달러 사이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박새나 곤줄박이, 딱새 등 작은 새들이 이 도구에서 나는 소리에 흥미를 느껴 가까이 날아온다. 혹시라도 당신이  휘파람에 일가견이 있다면 굳이 이런 도구는 필요 없다. 휘파람으로 새소리를 흉내 내면  얼마든지 새들을 불러 모을 수 있다. 특히 박새들은 온 동네 돌아다니며 떠드는 수다쟁이들이라서  박새들이 소란스러우면 다른 작은 새들도 몰려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박새 소리를  흉내 내보면 매우 유용하다.


녹음

 새소리를 녹음하기 위해 필요하다. 요즘은 스마트 폰에 이미 녹음 기능이 있기  때문에 따로 준비할 필요는 없다. 새소리를 녹음하면 그 새를 눈으로 찾지 못했더라도  인터넷에서 “여름 산새 소리”등으로 검색하여 어떤 새였는지 알아볼 수 있다. 참고로  개울가에서 지저귀는 새소리를 녹음했다가 나중에 들으면 마음이 평안해진다.


인내심

 

 가장 마지막에 적고 있지만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일 수 있다. 야생동물들은  기본적으로 인간을 두려워한다. 따라서 당신이 다가서면 새들은 날아가 버릴 것이다.  호들갑을 떨거나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 더욱 그럴 것이다. 따라서 우선 입을 다물고  조용히 기다려야 한다. 마치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존재인 것처럼 조용히 한자리에  있으면 새들도 그 풍경에 익숙해져 도망가지 않고 자기 하던 대로 한다. 새들도 영역이 있어서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계속 한자리에 머물며 당신이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우리 주변의 새를 알아보자


새 사진 찍는 법

, 바람을 맞는 쇠박새

 당신이 엄청난 기억력을 지니고 있지 않는 한 눈으로 보고 기억했다가 집에 와서 검색해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가능하면 재빨리 사진을 찍는 것이  좋다.  새들은 위장에 능하기 때문에 눈으로 식별하기가 쉽지 않고 처음에는 소리를  듣고 찾는 편이 낫다. 소리로 찾기에 비교적 용이한 새는 산새 중에 딱따구리  종류가 있다. 나무를 쪼는 소리가 워낙 커서 조금만 주의하면 쉽게 딱따구리를 찾을 수  있다.

 박새도 워낙 재잘거리는 걸 좋아해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직박구리는 목이 쉰듯한  기괴한 소리를 내기 때문에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동고비는 호기심이  많아 다른 새들이 있는 곳에 항상 등장한다.  당신의 카메라가 줌 기능이 좋다면  이런 종류의 산새들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면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하지만  카메라 성능이 좋지 않다면 먹이로 유인하는 수밖에 없다.

겨울철 물가에서 쉬는 흰뺨검둥오리 가족


 물새들은 주변이 트여있기 때문에 소리가 나지 않더라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다만 문제점은 꽤 멀리 떨어져 있어서 카메라 성능이  좋아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초보자인 우리들 입장에서 새를 구경하고 사진 찍을 수 있는 좋은 장소들은 따로  있다.                                                                                                   

 우선 공원에 있는 호수나 연못이다.  이런 장소는 종종 모이를 주는 사람들이  있고 오리류들이 좋아하는 수초나 물고기들이 많기 때문에 쉽게 새들을 볼 수 있다.  

 또 사람들에 익숙해져서 도망가지도 않으므로 비교적 근거리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양평 두물머리에 가면 사람들이 주는 먹이를 먹으러 몰려든 흰뺨검둥오리와  논병아리들의 사진을 쉽게 찍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주안점은 물새들보다는 산새들에 있기 때문에 위의 장소들은 입문 단계에서 즐겨주시길 바란다. 산새들의  사진을 쉽게 찍을 수 있는 곳은 등산로상의 벤치나 테이블 주변이다. 이런 곳은  사람들이 쉬면서 먹다 남긴 음식 부스러기들이 많아 산새들의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맛집'이라고 할 수 있다.              

 너무나 흔한 까치와 까마귀를  비롯해서 멧비둘기, 직박구리, 동고비, 박새, 쇠박새, 곤줄박이 등을 손쉽게 볼 수 있다. 이런  곳에서는 새들이 좋아하는 먹이로도 쉽게 유인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먹이를  쌓아놓고 그 앞에 카메라를 놓은 후 촬영을 하면 아주 가까이에서 흥미로운 영상들을  얻을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먹이로 유인하기' 편을 참조하기 바란다.


백로와 흰뺨검둥오리

 먹이로 유인하기 어려운 새 종류는 사실 카메라 성능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아니면  위장을 하고 가만히 숨어서 새들이 다가오기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렇게까지 하기  싫다면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된다. 마치 원래부터 그곳의 풍경의 하나였던 것처럼 새들이  당신의 존재에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관건이다. 어쩌면 하루 만에 안될 수도 있고 몇 주가 걸릴지도 모른다. 어떤 새들은 산속 개울가나 웅덩이를 좋아한다. 새들도 물을 마셔야  하기 때문에 개울이나 작은 웅덩이 주변에서 기다리면 날아오는 새들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등산로 벤치로 다가온 동고비


 새 사진을 찍는 또 하나의 팁은 동영상으로 찍는 것이다. 새들은 워낙 재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원하는 포즈나 장면을 찍기가 매우 어렵다. 끊임없이 셔터를 누르는 대신  동영상을 찍고 나서 돌려보아 원하는 장면이 나타나면 캡처하는 편이 훨씬 쉽고 의외로 재미있는 사진들을 얻을 수 있다. 요즘은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이 좋아져서 사진과  동영상의 화질에 큰 차이가 없다.


새 그림 그려보기

주변의 새를 알아

 손재주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무리한 요구일지 모르지만 할 수만  있다면 자기 손으로 직접 그려봤기 때문에 사진보다 훨씬 기억에 남는다.  굳이  잘 그리려 하지 말고 크로키 식으로 대충 그리고 필요한 부분은 글로 적으면 된다. 어차피  집에 와서 인터넷 검색할 때 참조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


인터넷에서 찾는 방법

초보자들이 새들의 이름을 알리는 만무하고 찍어놓은 사진을  가지고 구글 이미지에 업로드하여 어떤 새인지 알아보는 것이 가장 쉽다.   

https://www.google.com/imghp?hl=en 이 주소로 들어가거나 검색창에 구글 이미지라고  쳐서 들어가면 아래와 같은 화면이 뜬다. 오른쪽 아이콘 중에서 카메라 모양 아이콘을  클릭한다.

 그런데 이 방법은 전적으로 사진의 품질에 의존하기 때문에 종종 검색에 실패할 경우도 많다. 이럴 때 저자가 쓰는 방법은 “10월의 산새”, “여름 산새”등으로 특정시기의 새들을  검색하여 올라온 사진들을 보며 찾아보는 것이다. 오래 걸릴 것 같지만 우리 눈에 띄는 새들  종류는 의외로 많지 않아 예상외로 쉽게 찾을 수 있다.


도감에서 찾는 방법


 탐조활동을 취미로 하려면 도감과 친숙해져야 한다. 평상시에  그림책 보는 기분으로 뒤적거리며 종류별 특징을 기억해 두면 실제 탐조활동을 할 때 식별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산에서 어떤 새를 찾은 후 도감에 날짜와 장소를 기록해 놓으면 다음에 그 새를  다시 찾는데 참고자료로 쓰일 수 있다.

 어떤 새들은 특정 장소에 특정시기에만 출현하기 때문에 이렇게 도감에 기록해 놓는 것은 매우 좋은  습관이다.  도감을 자꾸 보다 보면 새들의 분류체계에 익숙해진다.  나중에는 관찰한  새의 이름은 몰라도 대충 어떤 분류체계에 속하는 새인지는 알 수 있고 도감을 찾아도 그  분류체계 내에서만 찾으면 되기 때문에 빨리 찾을 수 있다.


먹이로 유인하기


새들이 잘 오는 장소


 산새들을 중심으로 말하자면 전술한 대로 등산로 주변 쉼터에서 많은  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 등산객들이 흘린 음식 부스러기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박새, 쇠박새,  곤줄박이, 동고비, 직박구리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종종 멧비둘기들도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해바라기씨를 먹으러 온 쇠박새

 좀 더 조심성이 많은 딱새나 멧새, 되새 등은 숲 가장자리의 관목 덤불에서 볼 수 있다. 사방이  트인 개활지는 산새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매나 황조롱이 등 천적들의 눈에 잘 띄기 때문이다.  너무 키 큰 교목들만 있어서 그늘이 진 곳도 좋아하지 않는다. 적당히 햇볕이 들어오는 큰 나무 주변 덤불숲을 좋아한다.

 작은 실개천이나 물웅덩이 주변도 산새들이 좋아하는 장소이다.  물을 안 마시고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약수터 주변에 새들이 모이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계절에 따라서도 새들이 모이는 위치가 변하는데 여름에는 나뭇잎이 무성하고 그늘이 많이  지기 때문에 나무의 위쪽에 새들이 모이고 겨울에는 잎이 다 떨어지고 그늘도 없기 때문에  아래쪽으로 내려와서 땅 위에 떨어진 씨앗들을 먹는다.

쉼터에 날아온 멧비둘기

새들을 불러보자


 내가 원하는 장소에 항상 새들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새들이 보이지  않을 때는 새 호출기(bird caller, 준비물 편 참조)를 불어 호기심 많은 박새들을 불러볼 수 있다.  휘파람에 자신 있다면 박새 소리를 흉내 내어 불러도 된다.

박새들이 날아오면 동고비가 뒤따라  오고 직박구리도 뒤질세라 살펴보러 나타난다. 의외로 까치나 까마귀들은 사람들에게 큰  관심이 없다. 주변을 어슬렁거리긴 하지만 사람들이나 다른 새들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새들이 좋아하는 먹이


아몬드를 먹으러 손위로 날아든 동고비


 새와 친해지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은 부분이다. 대부분의 참새목 새들(박새, 쇠박새, 곤줄박이, 멧새, 딱새, 되새  등)과 동고비 그리고 작은 딱따구리들, 직박구리 등이 모두 공통적으로 견과류를 좋아한다.  박새류는 해바라기씨를 아주 좋아하고 동고비는 좀 더 큰 아몬드나 잣, 호두 등을 좋아한다.


감귤을 먹는 직박구리

  직박구리는 견과류를 먹긴 하지만 그보다는 과일을 무척 좋아한다. 사과, 배, 감귤 등 웬만한 과일은 다 먹는다. 쌀을 먹이로 주는 사람들이 많은데 의외로 참새를 제외하고 다른 새들은  아주 배고플 때 아니면 먹지 않는다.


먹이 놓는 계절과 장소


벤치 위에서 좌우를 살피는 박새


 산새들을 유인하기 가장 좋은 계절은 먹이가 부족한  겨울철이다. 봄, 여름, 가을에는 이미 숲 속에 먹을 것들이 많아서 사람이 있는 곳에 잘 나타나지  않는다. 특히 겨울철에는 추위 때문에 지방이 많이 필요하므로 견과류를 즐겨 먹지만 여름에는  새끼들의 성장을 위해 단백질이 풍부한 애벌레들을 선호한다. 따라서 먹이로 새들을  유인하려면 겨울철이 적합할 것이다. 너무 탁 트인 장소에 먹이를 뿌리면 천적을 두려워하여  작은 새들이 잘 날아오지 않는다. 숲 가장자리에 피할 수 있는 관목이 많은 곳이나 작은 실개울이나  물웅덩이가 있는 곳이 최적의 장소이다.

 숲 주변의 작은 공원들도 좋다. 먹이를  줄 때는 흙에 그냥 뿌리면 안 된다. 흙색과 견과류 색이 비슷하여 새들이 눈치채지 못한다.  의자나 테이블이 있다면 그 위에 올려놓고 포장된 공간에서는 바닥에 뿌려도 된다. 넓적한  돌이 있다면 그 위에 뿌리면 좋다.

딱새 암컷

 먹이를 주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다. 매일 같은 장소 같은 시간대에 먹이를 주도록  노력하라. 처음에는 먹이가 있는 줄도 모르지만 며칠간 계속 주다 보면 알아차리고 새들이  날아온다. 지금 바로 먹이를 뿌리면 새들이 날아오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이다.  등산로 주변 쉼터 같은 경우는 이미 새들도 알고 있어서 그런 곳에서는 먹이를 놓으면 바로  새들을 불러 모을 수 있다. 하지만 나만의 장소를 개척하고 싶다면 끈기와 지속성이 필요하다.

 저 인간은 저 시간에 저곳에 나타나서 우리에게 먹이를 주는구나라고 새들이 깨달을 수 있도록  꾸준히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 나타나야 한다. 가능하면 나만의 시그널을 만드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특이한 휘파람 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새들이 소리만 듣고도 내가 나타난 것을 알 수  있도록 인식시키면 새들을 빠르게 모을 수 있다.


내 손위에 새가 오게 하자

손위에 앉은 동고비

 작은 산새들의 가녀린 발이 당신 손위에 닿을 때의 기분을 아는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랄까. 살짝 간지럽기도 하고  하찮은 무게감에 웃음이 나온다. 새들이 당신이 주는 먹이를 먹기 시작한다면 새들이 당신  손위에 앉도록 시도해볼 수 있다. 다만 많은 시간과 끈기가 필요하다.

 당신과 새들 사이에 오랜 기간 쌓인 신뢰가 없으면 새들을 당신 손 위로 부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일 처음 먹이를 줄 때는 먹이를 놓고 2~3미터 떨어진 곳에 앉아 다른 곳을 본다.  당신이 뚫어지게 보고 있으면 새들은 잘 오지 않는다. 가끔씩 흘깃 새들이 먹이를 먹는 것을 보면서 점점 거리를 좁힌다. 하루 안에 거리를 좁히려고 시도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일주일 정도 시간을 두고 매일매일 노력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새와의 거리를 1미터  이내로 좁힐 수 있다. 편하게 하려면 이 작업을 등산로 쉼터에 있는 테이블에서 하면 좋다.  새들과 당신이 서로 부담 느끼지 않고 앉아있을 수 있다면 이제 손위에 먹이를 얹고 팔을  새 쪽으로 펴보자. 이때 중요한 것은 먹이 쪽을 보지 않는 것이다. 딴청 피우듯 다른 쪽을  바라보고 있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용감한 녀석이 당신 손위의 먹이를 낚아챌 것이다. 그걸  보고 다른 녀석들도 따라서 먹이를 낚아챈다. 그렇게 2, 3일을 시도하다 보면 새들이 손위에  머무는 시간이 아주 조금씩 늘어난다. 몇 분의 일초씩. 일주일 후면 손위에 편하게 앉아서 먹이를 먹는 놈이 나타날 것이다. 조금씩 거리를 좁혀간다.


 모든 새들이 용감한 것은 아니다.  같은 종류라도 어떤  개체는 겁이 유달리 많아 끝까지 손에 앉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사회와 마찬가지로 새들도 성격이 천차만별이라서 당신의 손을 즐기는 엉뚱한 놈이 반드시 있다. 그런 녀석에게는 비싼 가평 잣을 선물 하자.  산새 들치고 잣 싫어하는 녀석은 보지 못했다. 당신 손바닥 위의 잣 맛을 본 녀석은 이제 당신 손만 찾을 것이다. 내 경험으로는 새들도 사람의 성별과 연령을 구별할 줄 알아 어린아이들의 손을 훨씬 덜 두려워한다. 어느 정도 길들인  후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새들에게 먹이를 주게 하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여러 가지 시도해 볼만한 것들


 새 몸무게를 재보자. 과학자들처럼 새 몸무게를 한번 재보자. 저울을 쉼터 테이블에 놓고 그  위에 먹이를 올려놓아 날아오게 하면 새들의 몸무게를 잴 수 있다. 그 하찮은 몸무게에  웃음이 나올 것이다.

동고비 몸무게 재기

 거울을 가져다 놓는 건 어떨까? 시도는 해보지 않았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 바닥에  놓아 볼 수도 있고 세워놓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새소리를 들려주자. 유튜브를 틀어 여러 가지 새소리를 들려주며 반응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같은 종류의 새라도 흥분했을 때 소리, 번식기의 소리, 즐거울 때 소리가 다 다르다. 어떤 소리에 새들이 모이는지 알 수 있다면 탐조활동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본격적인 탐조활동


 산새들과 어느 정도 친해지고 나면 이제 본격적으로 새들을 찾아 나서는 탐조활동을 하고 싶을  것이다. 이 단계에 접어들면 드디어 망원렌즈가 필요해진다. 위에 언급한 동네 새들 말고  대부분의 새들은 망원경이나 망원렌즈 없이는 관찰이 어렵다. 이 글은 여러분과 저자처럼 돈 없는 사람들이 저렴하게 새들과 친해지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기에 목적에서 벗어난  셈이지만 본격적인 탐조 전문가가 될지도 모를 어떤 분들을 위하여 참고 수준에서 적어본다.


탐조하기 좋은 국내 지역들


 수도권에서 새를 보기 좋은 곳은 한강하구 주변, 강화도,  안산 갈대습지공원, 화성 비봉 습지공원, 화성 매향리 해안 등이 있고 조금 북쪽으로 파주 공릉천, 그리고 두루미와 독수리로 유명한 철원 평야 등이 있다. 남쪽으로 내려가면 충주호 주변에서  많은 여름 철새들을 볼 수 있고 사계절 탐조가 가능한 천수만이 있다. 동해안의 강릉에서 고성에 이르는 해안에도 새들이 많으며 남부지방에서는 낙동강 하구 을숙도, 순천만, 창녕 우포습지,  창원 주남저수지 등이 유명하다. 그리고 가창오리 떼로 알려진 금강하구도 빼놓을 수 없다.


도시 탐조

탄천 위를 나는 오리들

 미개척 영역이다. 의외로 도시에도 많은 새들이 산다. 까치, 까마귀, 참새,  비둘기뿐만 아니라 종종 황조롱이도 목격된다. 고궁이나 큰 공원, 그리고 한강 수변으로 나가면 훨씬  많은 새들을 볼 수 있다. 내가 사는 도시 안에 어떤 새들이 있는지 연구해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즘은 드론으로 촬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직접 갈 수 없는 곳에 드론을 날려 어떤 새들이  있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새들을 놀라게 해서 쫓아버리지 않도록 조심하자. 낮은 빌라 옥상에는 비둘기들이 떼 지어 살고 있어서 창문 너머로 그들의  생활상을 잘 관찰할 수 있다.                                                                비둘기 한 종류만 해도 흥미로운 것들이 무척 많다. 서열싸움과 교미할 때의 울음소리, 까마귀의 비둘기 사냥 등등. 가로수 위에 까치둥지만 꾸준히 바라봐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까치집은 어떻게 짓는지,  새끼 까치들은 어떻게 나는 연습을 하는지 등등.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는 어떤 새들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해도 괜찮을 것 같다.

빌라 지붕 위를 걷는 비둘기


마치는 글


 탐조 전문가들이 보기에 이 글은 전문적이지도 못하고 별다른 가치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머리말에서 말했듯이 이 책은 새에 호기심을 갖고 있고 취미활동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첫 발을 뗄 수 있도록 도우려는데 목적이 있다.  

 누구나 살다 보면 삶이 힘들고 무료해지는 때가 찾아온다. 그럴 땐 본능적으로 인간은 우리를 조건 없이 받아주고 마음껏 기댈 수 있는 공간,  즉 자연에서 위로를 얻고 싶어 한다.  많은 사람들이 산으로, 바다로 향하는 까닭이다. 이  글은 그런 사람들에게 한 걸음 더 자연과 친해질 수 있도록 가벼운 힌트를 주는 글이라고 여겨주면 좋겠다.  

 혹시 이 글의 내용 가운데 새들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새들에게 먹이를 주는 것은 스스로 먹이를 구할 수 있는  야생성을 해친다고 말한다. 그러나 수많은 난개발과 아파트 건설 등으로 그들의 야생 공간을  빼앗아 버린 인간들이 새들의 야생성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도시 주변 자연의 새들은  충분한 야생의 공간이 상실한 지 오래다. 어쩔 수 없이 도시 주변의 야생동물들과 인간은 서로 공존할 수밖에 없다. 먹이가 부족한 겨울철 견과류 한 줌을 새들에게 주는 것은 그들의 공간을  빼앗아 버린 한 사람의 미안한 마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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