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벗밭 Mar 28. 2023

땅의 맛, 세발나물과 대저토마토

3월 즉흥채소클럽:: 떼루아 특집


떼루아,


떼루아(Terroir)는 프랑스어로 '땅'이라는 뜻이에요. 와인의 독특한 향과 맛을 결정짓는 자연환경을 일컫는 말이죠. 우리나라에는 '지리적 표시'라는 제도가 있는데요, 농수산물의 맛이나 품질이 어떤 지역의 특성으로 인한 것일 때 지리적 표시를 해요. 이번 즉흥채소클럽은 저 멀리 부산 대저동과 무안에서 시작되었어요. 


대저토마토는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낙동강 하구에 위치한 대저동에서 임성호 농부님께서 보내주셨어요. 토양에 염분이 많고, 볕이 쨍쨍해서 독특한 맛이 난다고 해요. 짭짤이 토마토라는 별칭처럼 짭조름한 맛이 느껴지기도 해요. 매년 봄마다 첫째 펭귄은 대저토마토를 가득 샀다며 봄이 왔다는 것을 알려준 덕에, 저에게도 대저토마토는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친구가 되었어요. 


세발나물도 소금기가 많은 토양에서 자라는 식물로, 전라남도 무안의 박경희 생산자님께서 보내주셨어요. 해안선 근처의 모래언덕이나 갯벌에서 자라는 '염생식물'이죠. 지난 12월, 벗밭의 기획전시 오프닝 행사에서 페스토페스토에서 소개하신 세발나물을 먹어 본 저는 세발나물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는데요, 오독하면서 아삭한 식감과 부드러운 맛에 다른 재료와도 아주 잘 어울렸죠. 세발나물의 제철인 봄이 되어 시장에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니 괜스레 반가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벗밭은 대저토마토와 세발나물을 벗들과 나누며 봄을 맞이하기로 했어요. 





함께 먹기


서로 소개를 나눈 후, 함께 채소를 맛보았어요. 

세발나물을 그릇에 조금씩 덜어 맛보고, 대저토마토도 잘라 나누었어요. 채소의 고유한 맛과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죠. 신기하게도 세발나물은 다른 소스와 먹을 때보다 있는 그대로 먹을 때 고유한 짭짤한 맛이 느껴졌어요. 어떤 분들은 고소한 맛을 찾기도 했고요. 

대저토마토는 우선 너무 맛있다!는 한 마디가 절로 나왔어요. 달고 새콤하면서도 짭조름해 한 입에 다채로운 맛을 느낄 수 있었어요. 



곁들여 먹기


이번에 벗밭은 함께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샐러드드레싱 바를 준비했어요. 올리브오일과 발사믹부터 비건 랜치소스, 참기름까지! 그동안 벗밭이 모은(?) 소스들을 모두 모았답니다. 참여한 벗님들이 가져오신 코코넛 설탕, 리코타치즈, 모차렐라 치즈, 크래커 등의 곁들임 재료까지 더하고 나니 정말 풍성한 바가 완성되었어요. 각자 소스를 조합해 자유롭게 먹었는데, 상상 이상의 조합을 발견하신 분도 계셨어요! 



토마토에 설탕과 고춧가루 살짝 뿌리기

비스킷 위에 리코타 치즈를 얹어, 세발나물 얹어 먹기

오레가노 비스킷 위에 쪽파 크림치즈, 세발나물, 그리고 토마토 얹어 먹기 (일명 떼루아 버전 마르게리타 피자!)

이 외에도 정말 다양한 조합이 있었는데요, 하나씩 먹다 보니 어떤 것이 가장 좋다고 고르기 어려울 정도로 맛있어서 멈출 수 없었어요. 

세발나물과 대저토마토만으로도 충분한 끼니가 될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죠. 매일 이렇게 먹을 순 없겠지만, 간편하면서도 봄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알아가는 시간이었어요. 





삶 나누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채소는?

평생 단 하나의 야채만 먹어야 한다면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뭘 먹으면 잘 먹었다는 느낌을 받으시나요?

'태어나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 때는? ^ㅡ^

오늘 먹은 최고의 '소스' 조합 궁금합니다!

요즘 가장 편안하다~라고 느낀 순간이 있다면? 장소여도 상황이어도 찰나여도 괜찮아요!

현재 시점에서 '워라밸 vs 더 많은 일을 해서 성취를 하고, 좋은 기회를 경험하기'

. . . . .

먹는 사이 서로에게 못다 한 질문을 카드에 적어 나누었어요. 

채소, 삶, 혹은 채소 생활에 대한 질문이 있었어요. 

채소에 대해 정말 솔직하고 편안해질 수 있는 시간이기에, 질문을 나누는 시간도 편안하게 이어지는 것 같아요. 어떤 날은 가볍게 나의 고민을 나누고 다른 이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익명 고민 상담소가 되기도 하고요.



 

3월을 보내며


제철이 사라지고, 도시에선 땅을 찾아보기 어려운 지금, 땅에서 온 채소들을 먹다 보면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들어요. 사실 우리는 두 발로 딛고 있는 바닥 아래에 흙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사는 날이 훨씬 많은 것 같아요. 땅을 머금은 채소를 가운데에 두고 우리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길 바라며, 떼루아 특집을 마무리하려 해요. 땅의 흔적을 발견하는 봄을 보내길 기원하며, 4월에 만나요! 



대저토마토의 초록빛 줄무늬가 너무 예쁘다며 보여주신 한 벗님의 손 :)


매거진의 이전글 남김없이 먹기, 집에가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