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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정 Jul 22. 2022

산촌에 내 집짓기(21)

귀촌 8년 만에 드디어 내 집을 갖는다!!

한 달 전 거푸집을 벗고 양생 중이던 때

면처리 업체 섭외를 위해

세 업체와 통화를 했습니다.

노출 콘크리트 시공 자체가 처음이니

콘크리트 면처리 작업 또한 처음이겠죠.

^^

그래서 일부러 여러 업체에

견적 문의를 했습니다.


세 업체가 큰 차이 없이

면적당 단가를 제시하였는데

그중 가장 성의 있게 응대해주신 업체

현장으로 오시게 했습니다.

현장 상황을 봐야 진정한 견적가가 나올 테니까요.

말씀드렸듯

노콘 전문업체가 시공한 게 아니니까

면 처리해야 하는 부분이 꽤나 심각할 거라는 예상이 있었습니다.


다만,

저는 다소 거친 마감을 선호하는 터라

면을 완전 깔끔하게 처리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금액 조정에 나섰습니다.



폼의 모양을 살린 면처리와 폼의 모양을 완전히 없앤 면처리 입니다.
우리 집의 노출 콘크리트 상태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단면이고요. ^^


저의 예산은 500만 원 이하였습니다.

헉!

무슨 면처리를 그리 비싸게 줘?라고 하시겠죠?

면처리라 함은

일종의 도장공사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거친 면은 갈아내고

파진 면은 퍼티를 두껍게 입힌 뒤 갈아내고

그렇게 면이 일률적으로 처리되면

이색 나지 않게 한 가지 색을

전체적으로 좌악 도포하는 것을 말합니다.


만일

콘크리트 시공 후

목재로 틀을 짜고 석고보드를 2장 시공한 뒤

도배를 한다고 치면....

단언컨대

500만 원보다 더 나옵니다.


뭐 그렇다고 단가 생각해서 노콘을 택한 건 아니지만

예산을 죽 뽑아보니 그렇더라는 거죠.

ㅎㅎㅎ



붙박이 장이 들어갈 자리는 면처리를 하지 않아... 이렇게 여실히 표가 나네요. 비교하기 딱 좋습니다.


아무튼 예산안에만 들어오면

좋겠다고 바라며 견적을 여쭈었는데

650만 원을 부르십니다.


음....

이 역시 경험치를 토대로 나름 금액 산출을 해보았는데

400만 원이면 충분하겠구나... 하는 계산이 섰거든요.

그래도 500을 잡은 건

강원도 화천이라는 점과

최근 인건비며 자재비가 급속도로 상승했다는 점,

면이 거칠어도 너무 거칠다는 점을 감안하여

나름은 넉넉하게 잡은 거였는데

좀 과하게 금액을 부르시더라고요. ^^;;


"대표님 생각하시는 것처럼 반반한 마감을 원하는 게 아니에요."

라고 시작한 저의 회유는 5분간 계속되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예산에 힘겹게 맞추었지요.

그렇게 성사된 계약으로

작업자들이 현장에 투입되었습니다.


작업자들 역시

현장 상황을 보더니

바로 대표님에게 전화하더군요.


"아니 이런 현장을 어떻게 그 금액에 맞춰요?"

로 시작된 통화는 장장 20여 분간 계속되었습니다.

통화를 마친 작업반장님의 얼굴에는 난감함이 서렸는데

기다리는 작업자들은

"나는 자연인이다 찍어야 하는 장소 아닌가요?"

"건축 탐구 집에 나올만한 집인데요?"

"와! 뷰 맛집이네 맛집이야!"

이러면서 감탄을 하고들 있습니다.

ㅋㅋㅋ

통화 마친 반장님 속 좀 터졌을 것 같아요.



안방 면처리 전과 후
주방 면처리 전과 후


그래서 반장님을 조용히

집안으로 모시며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저런 곰보는 그냥 놔두셔도 되고요 이 정도 노출은 그냥 살려둘 거니까 꼼꼼하게 하실 필요 없거든요."

하며 대표님을 회유했듯

반장님을 또 진정시켜드립니다.

그리고 이내 밝아진 표정의 반장님!

"그럼, 작업 시작하겠습니다."

우렁차게 외치고 짐을 푸셨습니다.


견적 담당과 시공담당이 다른 경우

매번 겪는 일입니다.

영업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오더를 따기 위해

무조건 맞추려고 하지만

막상 현장에 투입되는 분들은 입장이 또 다르거든요.

어차피 인건비 따먹기인데

일양이 터무니없다 느껴지면

왔다가 돌아가는 업체들도 있답니다.

다행히 그런 사태는 막았지만요.



안개 아니고요 ^^ 열심히 갈아내느라 뿜어져 나오는 먼지입니다. 


좋은 환경에서 살겠다고 와놓고

이렇게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네요.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


면처리는 3일간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밖에서는 벽돌을 쌓았다는 얘기이고요.

벽돌 시공 진척이 너무 늦어 걱정하는 사이

장마는 시작되었고

면처리는 끝나버렸습니다.


지붕을 덮지 못해서

비가 오면 물이 새는 상황인데

면처리는 끝나버렸으니

이를 어쩌나요. ㅜㅜ

그래서 남편과 난 철물점에서 롤 비닐을 사 와



비닐을 덮으니 미끄러워서 정말이지 목숨 걸고 작업했습니다. 헉!!


이렇게....

응급처치를 했습니다.

제주도 지붕이 생각나시나요?

바람에 날아갈까 줄로 꽉꽉 묶고

돌을 듬성듬성 얹어 둔 그 지붕이요.


면처리가 끝난 날부터 5일간

비가 아주 쏟아졌습니다.

밤이고 낮이고

정신없이 쏟아지더군요.

처음 하루 이틀은 비닐이 잘 버텨주어

참만 다행이구나 싶었는데

마를 새도 없이 비를 퍼부으니

결국 습기가 스며들어

집안 곳곳에 물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벽을 타고 흐르지는 않았다는 거죠.

그래서 면 처리된 부분이 손상되지 않았습니다.

휴~~~~


쏟아지던 비가 소강상태에 들어가자

징크 지붕 업체가 쏜살같이 달려와주었습니다.

제가 우는 소리를 좀 했거든요.

서둘러 각 파이프를 설치하고

내수합판을 댔습니다.

그 위에 아스팔트가 발라진 방수 시트를 붙였습니다.

이거라도 하고 나니 마음이 놓이더라고요.



각 파이프를 설치하고 그 위에 내수합판, 그 위에 방수시트를 시공하는 순서입니다.



"이제 비 와도 끄덕 없습니다."

업체 담당의 얘기가 얼마나 믿음직스럽던지.

"그나저나 벽돌이 아직이라 징크는 못 들어오겠는데요."

그러게요....

벽돌이 이렇게 늦어질 줄 몰랐네요.

힝~~~


결국 맑은 날 징크 작업도 못한 채

힘겹게 벽돌 작업만 이어갔습니다.

그러다 맑은 날 끝나고 또 비가 오기 시작했고

비가 좀 그치면 다시 벽돌을 붙이고

또 비가 그쳤는데 지붕작업은 못하고...

그렇게 시간이 째깍째깍 흘렀고

하지 작업만 한 채

또 한 차례 폭우를 만납니다.


면처리 업체가 빠진 실내는

이제 목공팀이 붙었습니다.

목공 또한 2주간의 대 장정이라

준비를 단단히 했죠.

날일로 게약 했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10일 본 작업을

반장님은 12일을 보셨더라고요.

그건 현장에서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좁힐 수 있는 문제였고

젊은 반장님은

"저도 자존심 있는 사람입니다. 욕먹을 공사는 안 해요."

라고 선한 눈동자로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더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역시나 목공팀은

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딱 3명이 들어와

업무 분담해 척척 해나가시는데

벽돌로 받은 마음의 상처를

목공으로 치유했답니다. ^^


다음 편에서는

내장 목공 이야기부터 죽 풀어볼게요.





<22편에서 계속됩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지 물어주세요.

모두가 내 집을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원하는 금액으로 지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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