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혜정 Aug 16. 2022

산촌에 내 집짓기(22)

귀촌 8년 만에 드디어 내 집을 갖는다!!


오늘 제목을 쓰다 보니

귀촌 8년 만에 집 짓기를 시작한 건 맞는데

결혼 22년 만에

내 집을 갖게 되는 거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네요.     


뭐 중간에 아파트 사서 잠시 살아도 보고

나는 살지 못하면서 세만 받은

개포동 주공아파트도 소유해 보았지만

진정한 내 집은 처음입니다.     


대학 시절 첫 과제가 내 집 설계하기였는데

그때 다짐했었거든요.

언젠가는 내가 살집을 내가 설계해서 지어보리라!!

그 꿈은 근 30년 만에 이루는 거고요.





아홉 살 때 꿈은 작가가 되는 거였어요.

터무니없게도 실내건축을 전공하며

모두 불가능한 꿈이라 여겼었는데

서른아홉에,

그러니까 아홉 살 때로부터 30년 만에

그 꿈으로의 도전을 시작했더랍니다.

그리고 도전 10년 만에

나의 첫 장편소설이 책이 되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죠.     


나에게 누군가 꿈이란?

하고 묻는다면

"30년은 족히 품고 살아야 이뤄낼 수 있는 것!!"

이라고 말하겠습니다.     

30년이 걸려서 그런지

더욱 가치 있고 의미 있고

소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오늘도 사설이 너무 길었네요.

가뜩이나 글이 뜸한데….^^     


사실 2주 전 이사를 마치고

앞마당, 뒷마당 정리며 집안 정리에

마무리 덜 된 공정들 처리하느라

집안이 도떼기시장이랍니다.

그러다 보니 글 쓰는 일도 쉽지 않고

게다가 인터넷도 아직 연결이 안 되어서….

ㅠㅠ

어렵게 어렵게 이번 글을 씁니다.     


자자! 여기까지만 늘어놓고

오늘의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지난 이야기에서 목공팀 이야기를 했었죠.

목공팀 역시 여러 업체 비교 견적

원칙으로 했습니다.

비용을 많이 차지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마감이 되는 공정이니까

일도 잘하고 꼼꼼하면서

가격까지 착한 업체가 필요했거든요. ^^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팀 한 곳과

업체 소개로 알게 된 팀 두 곳!

이렇게 총 세 팀에 견적 의뢰를 했지만

한 팀은 화천까지 힘들다고 기권!

한 팀은 턴키로 하는 조건으로

2천만 원의 견적을 줬습니다.

자재 포함한 견적가였지만 금액에 또 심장이 벌렁거리더군요.


마지막으로 한 팀은 앞에서 말씀드렸듯

날일로 진행하겠다는 조건이라 좀 망설였습니다.

목수님 인스타도 보고 인터넷도 보며

그분의 실력 검증은 마쳤지만

일이란 게 또

현실 상황에 부딪히면 알 수 없는 거라

불안할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도 끝내 제가 마지막 팀에 마음을 굳힌 건

현장에 임하는 그분의 태도 때문이었습니다.



조 목수님은 딱 보기에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러나 실제로는 40대인 젊은 분입니다.

우선은 젊은 분이 일찌감치 목공 일을 배워

자리 잡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오롯이 합판으로만 마감해야 하는 우리 집을 위해

합판 선정부터 결정까지

직접 나서서 도와주셨습니다.     

다른 현장 진행 중이라 바쁘고 피곤했을 텐데

기꺼이 저를 위해 자재 판매점까지 와주신

목수님의 정성이 감사해서

두말하지 않고 그분으로 정했답니다.     


우리 집의 컨셉은

노출 콘크리트와 나무!입니다.

나무는 자작도 단풍도 레인트리도 아닌

그냥 합판이고요.     

그냥 합판을 시공하고

락카로 칠을 올려 마감하는 스타일을

[경성 스타일]이라고 한다네요.

우리 집 공사를 시작하며 알게 된 이름입니다.

예스럽긴 하죠.

이름도 참 잘 지었고요.


경성 스타일의 좋은 예입니다.


이런 경우 합판이 잘 와야 하는데

일반 합판은 복불복이라

어떤 건 상태가 좋고

어떤 건 상태가 최악이고

어떤 건 붉고

어떤 건 노랗고… 천차만별입니다.     

그래서 자재 판매점에 상황설명을 하고

또 한참 이해를 시켰습니다.

노출 콘크리트 마감도 생소해해서

어렵게 이해시키고 진행했는데

경성 스타일 역시 이곳은 좀 생소한 모양이에요.

기껏 구구절절 설명했지만

결론은

주는 대로 받으세요! 였습니다. ^^;;     


결국 조 목수님께

상태 나쁜 건 1 PLY에

상태 좋은 건 2 PLY에 사용해주십사

부탁하는 것으로

자재 선정은 마무리를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현장에 입고된 합판들의 컨디션이 최고인 겁니다.

운이 좋은 건지 신경 써 골라 보내준 건지….

물론 후자일 리는 없지만

아무튼 대박 운 좋다고

목수님과 저는 입이 귀까지 걸렸습니다.     


우리 집에 사용된 합판 상태입니다.


오히려 색이 너무 연해서

도색 때 투명이 아닌 브라운 톤을 좀 넣어서

해야겠다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너무 빨간 합판이 올까 봐 내심 걱정했었거든요.   

  

그렇게 좋은 자재를 받아 공사는 시작되었습니다.

제일 먼저 넓은 거실의 박공 형태 천정 작업,

그리고 각 방의 천정 작업 순으로 진행했습니다.

안방과 아이들 방, 거실과 현관은

박공지붕의 형태를 그대로 살려달라고 주문했고

주방과 욕실, 드레스룸은

천정고를 2400에 맞춰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당연히 PT 비계가 투입됐습니다.

우리 집 가장 높은 곳이 4m가 넘으니까요. ^^;;    

 




천정이 높은 집에 살면

창의력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답니다.

상상력이 풍부해지고 감수성도 충만해질 거라는

저만의 판단도 있었고요.

아이들 키울 때 이런 집에 살았어야 했는데

다 자라 곧 출가할 아이들 앞두고

나 좋다고 이런 집에 사는 것 같아

아주 조금 미안합니다.

ㅎㅎㅎ     


글 쓰는 저는,

아니 사실 어린 시절부터 저는

천정 높은 집에 살고 싶었습니다.

그 꿈을 이 집에서 실현하려 하고요,

대신 공사 난이도 때문에

시간이 그만큼 많이 걸리고

인건비도 더 드는 거죠.

원하는 것을 얻는 데는

다 그만한 대가가 따릅니다.

^^     


아무튼 목공 작업은 아주 순조롭게 잘 진행되었습니다.

투입된 나무들 상태가 다 좋아서

기분이 덩달아 좋았던 탓인지도 모르겠네요.

콘크리트 타설 상태가 좋지 않아서

방마다 문틀 크기가 다 달라

처음부터 문틀은 현장 제작을 계획했었습니다.

그래서 목수님이 문틀을 짜 놓았는데

아 글쎄! 문틀이 너무 예쁜 거예요.

그 역시 나무 상태가 좋아서….^^     





저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원래 문틀만 현장 제작하고

문은 기성품을 치수에 맞게 주문 넣어

사용하려던 거였는데

그냥 문도 이 예쁜 합판으로 제작하면

참 좋을 것 같았거든요.

인건비가 늘겠지만

그래도 결 좋은 나무 문을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행히 목수님도 저와 생각이 같으셨고.

그래서 우리는 문까지 현장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결과는

성! 공! 적! 이었습니다.

이렇게나 마음에 드는 문이 만들어졌거든요.





물론 제작 도어는 단점도 있습니다.

휘거나 뒤틀릴 수 있거든요.

그래도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천정이 다 마무리되고

문과 문틀까지 마무리되고

거실에 시선 정리용 보를 설치하고

침실에 평상형 침대까지 만들고 나서

외부 탄화목 시공을 진행했습니다.     




현관문과 결을 함께하는 탄화목을

공사 초기부터 물색해 찜해뒀는데

막상 필요해서 구매하려 발주 넣으니

자재 공장에 불이 나서 구입 불가라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이런 일이!!

긴급하게 대체품을 찾아 헤맸고

가격이 비싸서 잠시 밀어두었던

탄화목 루바를 꺼내 들게 되었습니다.

가격은 1.5배 비싼데

예쁘기는 또 무지하게 예뻐서

하하… 순전히 저의 기준에서 입니다.

눈물과 미소를 동시에 머금고 발주했습니다.

내 집을 짓는다는 게

꼭 이런 대목에서 불합리한 것을

합리화시켜 당당하게 결정 내리게 만들죠.     


여기서 잠시!

현관문에 대해 이야기하고 가죠.

현관문은 단열에 큰 영향을 미치기때문에

준공 시 성능 서류가 들어갑니다.

우리 부부는 창문만큼이나 현관문에

지대한 관심을 두었고요.


각종 전시회를 다니며 부스마다 들어가

묻고 만지고 열고 닫아보며

각고의 노력끝에

가성비 좋은 현관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바로 요 녀석입니다.


이 정도 컨디션의 제품을 구입하려면

500만 원대부터 100만 원대까지

정말이지 가격을 가늠하기 어렵도록

종류도 업체도 다양했는데

우린 또 운 좋게 이 현관문을 발견합니다.^^


현관문의 가격은 170만 원이고

전자키가 22만 원

운임이 13만 원

설치비가 15만 원

이렇게 합이 220만 원입니다.


루바 설치를 마무리하고 목공 작업이 끝났습니다.

목수님은 12일 보신 공사였고

저는 10일 본 공사였는데

문을 현장에서 제작하는 것으로 바꾸면서

일 양이 조금 늘었고

중간에 자재가 좀 부족해서

추가 구입에 따른 시간이 소요되어

11일 만에 완료되었습니다.     


모든 공사가 마무리된 지금 돌아보면

전 공정 중

가장 마음에 들고 가장 합리적으로 일한 팀은

목공팀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테리어 실무 시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 공정 중 공기를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게 목공이었고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 정이 가장 많이 드는 팀도 목공팀이었죠.

2주간 내 집 현장에서 함께하며

즐겁고 신나게, 그리고 마음 편하게 공사하게 되어

조 목수님과 그 팀원들께 참으로 감사합니다.     


목공사에 들어간 비용은

목수 인건비 및 경비 935만 원

목자재비 400만 원

외부 탄화목 자재비 280만 원입니다.


목공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23편에서 계속됩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지 물어주세요.

모두가 내 집을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원하는 금액으로 지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산촌 #귀촌 #내 집짓기 #건축 #인테리어 #화천 #농막 #땅 #2억 #캠핑 #전원주택

#철근콘크리트 #셀프인테리어

작가의 이전글 산촌에 내 집짓기(2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