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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정 Sep 30. 2022

산촌에 내 집짓기(29)

귀촌 8년 만에 드디어 내집을 갖는다!!

오늘 대문 사진은

화천 붕어섬의 가을입니다.

기찻길 아니고요

섬 안을 한 바퀴 도는 레일바이크의 레일입니다.




문제의 싱크볼은 그 후로도

일주일 뒤 도착했고

사장님이 직접 방문하시어

마무리 시공까지 끝내주었습니다.   

  

우리 집은 천정고가 높아서

키 높이 장들은 죄다 2400,

그러니까 합판 최대 길이를

온전히 사용해서 제작되었습니다.

대신 싱크대 상부 장을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터라

모두 제외시켰습니다.    


 

사실 우리 집 벽은 콘크리트 벽이라

상부 장 설치에 아주 적합합니다.

힘 좋은 벽체니까 여기야말로

가장 안전하고 튼튼하게 설치 가능하죠.

하지만 요즘 지어지는 대부분의 집들이

내부 마감을 석고보드로 하기때문에

무거운 상부 장을 설치하려면

기초에 단단하게 보강 작업을 해야 맞습니다.  

   

상부 장이 얼마나 무거운지 아시나요?

장 무게도 만만치 않은데

거기에 각종 주방용품들이 쟁여지잖아요.

예전에 상부 장이 무너지며 아래 깔려

아이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네요.

상부 장은 잠재적 흉기가 됩니다.

노후 된 집은 더더욱 그렇고요

새로 지은 집들도 허접스럽게 시공하면 아주 위험해요.

수납이 부족해서 꼭 설치해야 한다면

반드시 튼튼하게 시공하시기를 바랍니다.  

   

거실 싱크대 길이 5m

보조 주방 싱크대 길이 3.6m

키 높이 장 3조 싱크볼 2조

이렇게 시공된 주방 가구 견적은

490만 원입니다.   


  

거기에 신발장, 붙박이 옷장과

화장실 하부 장이 추가되었죠.

이런 것들이 190만 원입니다.

그러니 싱크대 업체에 결제된

총액은 680만 원이 됩니다.  

   

처음 1,200만 원짜리 견적을 받았을 때

세상 업체들이 다 도둑 같았습니다. ^^

하는 일과 자재 단가와 인건비는 다 정해져 있는데

대체 마진을 몇 %나 가져가려는 거지?

장사꾼도 남아야 한다지만

이건 뭐 그냥 사기꾼 수준 아닐까?     


아무튼 여러 곳을 찾아보고 견적 받아본 뒤

업체를 선정하는 건 필수입니다.

선택 아니고요.    

 

데크가 마무리되어 가던 무렵

싱크대만 들어온 건 아니었습니다.

이제 화룡점정이 될 파티션이 남았죠.


조금은 단조롭고 거친 느낌의 우리 집을

살짝 부드럽게 만들어 줄 아이이기도 합니다.

금속에 검은색 분체도장을 하고

아쿠아 유리를 끼워 넣는 게 저의 계획입니다.     

안방의 드레스룸 파티션과

안방 욕실, 화장실의 파티션

공용 욕실 샤워부스와

보조 주방에 설치된 보일러 가리개.

이렇게 금속 파티션이 예정되었습니다.

    

여러 업체를 수소문했는데

춘천에서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 찾기는 실패했고

결국 서울업체를 섭외합니다.

이건 실측 때 한 번,

시공 때 한 번만 오면 되는 일이라

경비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아

크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집의 최종 마무리 작업이라

잘하는 업체가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화장실인데 돈을 들여야 할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 백번도 넘게 했어요.

예산은 이미 오래전에 오버 되었고

자꾸만 비용들이 예상보다 초과되니

어느새 저는 소심해진 겁니다.

내내 몇천씩 몇백씩 척척 잘 써놓고요. ^^;;     

공사 마지막이 되니 쌓여있던 자금이

슬슬 바닥나기 시작해

돈 몇십만 원에 후달거린거죠.


하지만 처음 계획했던 디자인이 포기되지 않아서

각종 화장실용 유리 부스를 알아보다가

결국 첫 계획대로 금속 파티션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내 프레임만 있던

방문들에도 이제 유리가 끼워질 거예요.

역시 아쿠아 유리로.

한참 인테리어 실무에 종사하던 시절은

끼웠다 하면 스모그 유리 시공이었는데

그건 좀 식상했습니다.     



그렇게 디자인 잡아 네 개 업체에 견적을 의뢰합니다.

내가 원하는 디자인을 시공해본 업체를 찾느라

홈페이지나 블로그 시공사례를

엄청나게 뒤졌습니다.

그렇게 찾은 업체들의 견적은

다행히 큰 차이 없게 비슷비슷했습니다.   

  

그렇다면 마감이 깔끔하고

신용이 있는 믿을만한 업체를 고르는 게 관건입니다.

춘천 업체도 아니고 서울업체이니까요.

한번 다녀가면 다시는 오지 않으려 할 텐데

한 번에 시공을 잘 끝내줄 업체가 좋겠죠.

    

현장에 관심을 보이고

응대가 성실한 업체에 실측 의뢰를 했습니다.

역시나 한참 휴가철이었고

사장님은 휴가 갔다 서울 가시는 길에 들러

꼼꼼히 실측하셨죠.     


분체도장 공장들도 휴가라

일정을 정확하게 약속 못 하고 가셨는데

그래도 서둘러 잡아 주어

싱크대 시공하던 날

금속 파티션 시공도 함께 진행됐습니다.   

  실측해간 것을 토대로

모든 물건이 만들어져서 한꺼번에 왔어요.

프레임 따로 유리 따로.    

 

거실에서는 싱크대 설치가 한창이었고

마당에서는 데크 시공이 한창이었습니다.

금속 팀은 싣고 온 짐을 부리는 대만도 한참이었습니다.

우리 집 파티션이 격자무늬로 죄다

칸이 나뉘어 있어서

그 안에 들어가는 유리들도 죄다

치수대로 잘라서 들어와야 했으니

짐이 좀 많기는 했죠.     


원래는 여러 공정을 하루에 잡지 않았는데

무리해서 일정은 잡았습니다.

조만간 시댁 식구들이 집 구경을 오신다는데

완성도 높은 집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대체 화천에 처박혀 얼마나 좋은 집을 짓길래

서울은 오지도 않는 건지…

참 오래 궁금해하셨거든요.     

그래서 서둘러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에

된다고 하는 가장 빠른 날로 일정을 잡다 보니

하필 죄다 하루에 몰려서

집안이 아주 난리였습니다.  

   

그래도

하나씩 하나씩 시공되어가는 걸 보니

정말 뿌듯하더군요.

거의 완제품으로 오는 거라

현장에서 위아래 고정만 잘해주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복병이 생겼습니다.     

안방 드레스룸의 파티션이 될 아이가

가장 넓은 개구부로도 들어와지지를 않는 겁니다.

후~~~

천정고가 높으니 파티션의 크기도 클 수밖에요.

현관으로는 터무니도 없고

양개형 거실 창문이 가장 넓은 개구부인데

그리로도 절대 못 들어오는 크기인 겁니다.

    

이런 경우는 판을 두 개로 나누어 제작해

현장에서 이어 붙이는 방식을 택해야 했습니다.

휴가 갔다 돌아오시는 길에

들떴던 마음과 우울한 마음으로

현장 입고 상황 체크를 놓친 사장님의 실수

직원들은 무척이나 난감해했습니다.


뭐 방법 있나요?

절단해서 가지고 들어가

이어 붙이는 수밖에요.  

   

다시 가져가서 가공하니 어쩌니

사장님과 팀장이 한참 통화하는데

그냥 절단해서 들어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서울에서 딱 두 번 방문해 끝내려고

경비도 적게 넣었는데

이것 때문에 이 인원이 다시 철수했다 오게 되면

사장님도 손해

나는 또 일이 마무리되지 않은 채

일주일은 보내야 하니

시공할 수 있는 선에서 시공하는 길을 찾아 주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이었습니다.  

   

결국 뒷마당에서 절단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돈 들여 분체도장 했는데

아쉽게도 흠집이 나게 생겼지만

어쩌겠어요. 일은 해야죠. ㅜㅜ

대신 절단 한 곳이 약하니

보강해주기로 했습니다.   


프레임을 제 위치에 모두 설치하고

앙카와 납땜으로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합니다.

그리고 유리를 사이즈에 맞게 각각 끼우고

대대적인 실리콘 작업이 마무리 되면

금속 파티션 설치공사 완료!


  

그렇게 칸막이 없이 오픈되어 있던

샤워부스며 화장실에 드디어 문이 달렸고

이제야 프라이빗하게 볼일을 볼 수 있게 됩니다. ^^;;

짐작하셨겠지만

그전까지는 내내 오픈이었어요. ㅎ     


파티션과 함께 유리와 거울도 모두 시공되었습니다.

화장실 두 곳에 거울이 생겼고

방들이 제구실을 할 수 있게 되었죠.

작은 아이가 드디어 방이 생겼다고 좋아했습니다.

방은 처음부터 내내 있었는데도 말이죠.

    

이런 잡다한 마무리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저는 준공서류를 준비했습니다.

관공서에 제출해야 하고

제출하고도 바로 처리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

빠른 시일 안에 준공 날 수 있도록

미리미리 준비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서울에서 뭐 하나 처리하려면

최소 보름이잖아요.

그러니 지방은 어떨까요? ^^;;

집 다 지어놓고 보름 넘게 준공도 안 떨어진 채

살 수는 없으니까 서두르는 게 맞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가 없으니

아주 죽을 맛이었습니다.     

인터넷 설치도 우여곡절이 있습니다.

글 연재해서 먹고사는 사람인데

인터넷이 안 되니 정말 힘들더군요.  

   

다음 편에서는 산골에 인터넷 개통하기! 에 관해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30편에서 계속됩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지 물어주세요.

모두가 내 집을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원하는 금액으로 지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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