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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덤벙돈벙 Oct 25. 2023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간다

보호자의 일기 165- 좌충우돌 합천 여행 2

2023년 7월 16일 일요일


 새벽부터 비가 거세게 내린다. 저녁부터 빗줄기가 거세 지더니 결국 오늘 합천에는 호우주의보가 떴다. 텐트 안에서 듣는 빗소리가 심상치가 않다. 퇴실 시간에 맞춰 짐정리를 하고 난 뒤 의자에 앉아 비구경을 하면서 그치기를 기다렸다.. 그래도 이번 여행에서 즐길 건 다 즐기고 떠나는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 만약 오늘 수상 레포츠를 하러 갔으면 못 할 뻔했다. 어제 갔던 풀헤븐 워터월드가 오늘은 비가 많이 와서 영업을 중단했다는 소식을 듣고 하루만 늦었으면 못 놀 뻔했다며 운이 좋았다고 입을 모아 외쳤다.


 오전 10시쯤이 되니 비줄기 약해진 것 같아서 재빨리 차를 타고 합천을 떠났다. 점심은 휴게소에 들러 간단히 해결했다. 진영 휴게소는 몇 년 만에 가봤는데 놀라울 정도로 시설이 바뀌어 있었다. 옛 기억과 달라진 장소를 보니 새삼스럽게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나이를 먹고 있는 만큼 모든 것들은 변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집에 도착하고 나서는 서둘러서 교대 준비를 했다. 가져온 짐을 풀고 병원으로 가져갈 가방을 챙기고 있으니 여행을 다녀왔다는 게 꿈만 같았다. 불과 오전까지만 해도 합천에 있었는데 오후가 되니 병원이다. 거짓말 같은 하루에 어안이 벙벙하다. 빛으로 가득한 방에서 한순간에 어둠이 가득한 방에 들어갈 때 눈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나에게도 이곳에 순응할 시간이 다시 찾아왔다. 바깥의 나를 벗어던지고 동생의 보호자로 탈바꿈을 해야 한다.


 어제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하나같이 이런 말을 했다. 동생도 중요하지만 우선 본인 몸을 먼저 챙기라고 말이다. 간병을 하면서 글을 쓰고, 공모전에 참가하고, 그림을 그리는 것까지는 좋지만 너무 무리를 하는 것 아니냐며 다들 걱정을 했다. 친구들은 내 몸을 혹사시키는 짓이라며 제발 일을 줄이라고 당부했다.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었다. 나는 지금 모든 게 버거운 상태다. 매일 같이 일기를 쓰면서 올리는 것도 버겁고 일주일에 3번 그림을 그리는 것도 의무감으로 느껴진다. 이번에 공모전까지 준비하느라 잠까지 줄였더니 더욱 피곤했다.


 물론 스스로 선택한 일이고 아무도 나에게 억지로 하라고 강요는 안 했다. 그런데 왜 부담감을 느끼면서까지 아무것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걸까. 친구들의 말에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빠르게 달리려고만 했을까. 처음에는 울적한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서 시작했던 것들이 어느 순간 의무적으로 변하기 시작하면서 즐거움보다는 중압감처럼 느껴졌다. 무언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될지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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