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젠가 이 글을 꼭 써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해 왔다. 그리고 오늘, 조용한 마음으로 지난날의 고마움을 되새기며 그 약속을 지킨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나를 가르쳐 주신 스승님들, 사회생활 속에서 아낌없는 도움을 주신 멘토들, 그리고 인생의 여러 시기마다 따뜻한 지도와 성원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을 떠올리면 늘 마음이 숙연해진다.
그분들 덕분에 흔들릴 때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고, 헤매던 순간에도 방향을 잃지 않고 인생길을 지나올 수 있었다.
그 감사의 마음을 결초보은(結草報恩)의 마음을 담아 오늘, 글로써 전해본다.
초등학교, 어린 마음에 빛이 되어주신 스승님
초등학교 5학년 담임 박선일 선생님. 내게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용기를 처음 심어주신 분이다. 학업과 어린 시절 야구부 활동을 함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고, 어느 날 집으로 같이 가 사모님이 차려준 따뜻한 밥상을 받았을 때 어린 마음에 느꼈던 그 울림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때 새겨진 선생님의 따뜻한 보살핌은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어주었다.
중학교, 앞날의 가능성을 발견해 준 은사님
중학교 3학년 담임 이예구 선생님. 학교 유도부 선수로 동일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길이 당연했던 시절,
“넌 공부도 잘할 수 있다”는 말씀과 함께 직접 고등학교 입학원서를 써주셨던 분이다. 그 따뜻한 격려 한마디로 내 인생의 진로가 바뀌었다. 지금 돌이켜도 마음깊이 감사한 은사님이다.
고등학교, 실수보다 가능성을 찾아주신 선생님
고등학교 서동식 선생님은 늘 온화한 미소로 나를 지켜보셨다. 시험기간, 실수로 커닝이 적발되어 교무실에 불려 갔던 날, 야단을 칠 거라 생각했지만 선생님은 조용히 말씀하셨다.
“넌 체격도 좋고 성격도 착하니 열심히 하면 성적은 더 좋아질 수 있단다.”
그 말은 혼난 것보다 더 큰 울림이 되었고, 오히려 공부에 대한 의지를 키워준 계기가 되었다.
대학교, 건축공학도의 길을 열어주신 교수님
대학교에서는 신석균 교수님이 나의 건축공학도의 길을 이끌어주셨다. 밤을 새워 준비한 건축작품전에서 특상을 받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지도해 주셨고, 교수님의 관심과 격려로 학과 수석 졸업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오늘의 기술사이자 엔지니어로서의 나를 만든 소중한 스승이다.
직장에서 일의 기술과 삶의 태도를 가르쳐준 선배들
첫 직장 광양제철소에서 권오종 선배는 설계 실무의 기초부터 하나하나 세심하게 알려주었다. 지금도 가끔 연락을 나누는 고마운 선배다.
건축설계팀 안동수 과장님은 철골 설계와 수량산출 등 핵심 기술을 전수해 주셨으며, 40년째 이어지는 가족 모임을 함께할 만큼 소중한 멘토다.
엔지니어링 사무소의 최동락 소장님은 고향 선배로서 신입 시절부터 나를 이끌었고, 훗날 포스코휼스 반도체 프로젝트까지 함께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기회의 문을 열어준 잊지 못할 선배
임종덕 선배님은 국내외 설계·시공 경험이 누구보다 깊었던 분이다. 그분의 추천으로 포스코휼스 반도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 경험이 훗날 삼성 경력과장 입사라는 인생의 중요한 터닝포인트로 이어졌다. 지금도 종종 연락을 나누는, 은혜를 잊을 수 없는 분이다.
삼성에서 만난 리더들, 일과 인생의 이정표가 된 상사들
삼성 입사 후, 다시는 만나기 어려울 만큼 훌륭한 리더들을 가까이서 경험할 수 있었다.
김중섭 본부장님은 내가 입사한 지 2년 만에 과감하게 현장소장 발령을 내준 분이다. 카리스마와 결단력, 일에 대한 빈틈없는 기준은 내 리더십의 근간이 되었다.
정순행 소장님은 부하 직원의 의견을 듣고,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할 줄 아는 참된 리더였다. 그의 겸손함과 용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크게 다가온다.
김화익 소장님은 독립운동 명문가의 후예답게 청렴하고 올곧은 삶을 실천한 분이다. 바쁜 현장에서도 가정을 훌륭히 책임지고 두 아들을 사회 지도자로 성장시킨 그의 모습은 지금도 내게 귀감이 된다.
은퇴 후에도 이어지는 멘토의 인연
삼성 사장으로 해외사업을 개척하며 샐러리맨의 역사를 쓴 박기석 사장님. 퇴직 후에도 강남 부동산, 자산관리, 상속·증여 세무까지 자세하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직장의 선배이자 참된 인생 선배이다. 지금도 내 삶의 나침판이 되어주는 분이다.
나를 중국 현장소장으로 발령해 주고 십여 년간 중국에서 수많은 가르침과 시안 삼성반도체 현장 주재임원으로 길을 터준 이욱승 사장님 역시 여전히 소중한 인연으로 남아 있다. 성품이 온화하고 배려 깊은 리더로, 지금도 부동산과 인생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인생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사람.
이름도 나와 비슷해 더 특별했던 동료이자 친구였던 강성훈 상무님. 중국 현장 초기의 어려운 시절, 중국 생활의 모든 기초를 잡아주며 큰 힘이 되어준 사람이다. 재작년 봄 갑작스러운 급성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지금도 문득문득 곁에 있는 듯한 그리움에 가슴이 아린다. 함께한 숱한 추억들이 아직도 마음속에 잔잔하게 남아 있다.
오랜 벗, 30년 인연의 친구
30년 넘게 함께해 온 이동화 사장님. 두주불사, 에너지 넘치는 성격, 어디서든 분위기를 살리고 다양한 지식을 가진 살아 있는 인맥의 보고 같은 친구다. 낙동강 뗏목 탐사, 세종기지 남극탐험대, 해양 청소년 활동 등 폭넓은 활동을 이어오며 지금은 대학에서 특임교수로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오랜 세월 가까이에서 큰 힘이 되어준 고마운 벗이다.
오늘의 나는, 그분들 덕분에 이 자리까지 왔다.
여기에 이름을 다 쓰지 못한 수많은 친구, 선배, 동료들 역시 내 인생 곳곳에서 든든한 힘이 되어준 분들이다. 나는 늘 “사람 인(人) 자처럼 인생은 서로 기대며 함께 가는 길”이라고 믿고 살아왔다.
정말 그렇다. 오늘의 나는, 내 곁에서 손을 내밀어준 수많은 분들의 가르침과 조언 덕분에 가능했던 삶이다.
감사는 마음속에만 두면 쉽게 사라진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고마웠던 시간과 감사한 기억들이 있다. 사람들은 감사는 마음에 담아두면 된다고 말하지만, 나는 감사는 표현할 때 비로소 더 깊어진다고 믿는다. 받은 은혜는 쉽게 잊히지만, 표현된 감사는 오래 남는다.
늘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진정 행복한 사람이다.
앞으로도 내가 받은 가르침과 따뜻함을 잊지 않고, 그 따스함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건네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오늘은 지금까지 내 곁을 함께해 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내 삶의 어느 순간에도 여러분 덕분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다.
앞으로도 받은 사랑만큼 누군가에게 따뜻함을 전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