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어느 날 시력을 잃는다면, 메이크업의 즐거움을 포기할 것 인가?
뷰티산업을 전공하면서부터 가장 많이 들어온 질문 중 하나이다. 컬러는 구분하는 기준이 매우 다양한데 크게는 따듯하고 차가운 컬러, 여기서 한 번 더 나누면 4계절에 따라 나눌 수 있다. 봄 웜, 여름 쿨, 가을 웜, 겨울 쿨 타입. 사람의 피부톤도 곧 컬러의 일종으로 이도 크게 4계절로 구분할 수 있고 [베이스, 헤어, 눈동자] 이 세 가지 컬러를 기반으로 색조를 같은 계절 타입으로 통일하면 훨씬 조화로운 메이크업을 연출할 수 있다. 더불어 최근 퍼스널 컬러 열풍으로 현대 소비자들은 컬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으며, 웜톤과 쿨톤을 구분하여 색조 제품이 출시되는 것도 이젠 시중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비장애인을 위한 코스메틱의 풍요 속에서 나는 늘 궁금했다. "도대체 시각장애인은 평소 메이크업을 할 때 화장품 종류와 특히 '색조 구분'을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걸까?"
시각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월등히 시각 외 감각이 발달되어 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주로 후각으로 정보를 저장하기 때문에 기억력 또한 비장애인보다 우수하다는 것이다. 몇몇 사례를 찾아본 바로는, 보통의 시각장애인 메이크업 방식은 이런 특징을 기반으로 했다. 화장품 종류는 냄새로 구분하고, 색조는 늘 써오던 컬러의 위치를 외워 사용하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이는 즉, 시각장애인에게 색조 메이크업 변화는 비장애인보다 감수할 리스크가 더 크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렇다면 차라리 한 제품 안에서 아무거나 발라도 조화로운, 같은 색조 계열의 팔레트라면 어떨까. 더해서 특정 색조를 연상시키는 감각 요소가 함께한다면, 시력이 좋지 않아도 컬러를 느끼고 더 나아가 자신의 취향 컬러도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시각장애인의 범위는 넓다. 운전면허 취득 자격은 없지만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는 색맹도 존재하고, 아예 암흑 속 다른 감각에만 의존하며 살아가는 맹인 또한 이 범주에 포함된다. 하지만 시각장애인도 분명 계절과 향에 따른 본인의 취향이 존재할 텐데 그에 해당하는 계절 컬러 타입의 팔레트를 사용한다면? 더해서 각 계절이 연상되는 향과 점자의 도움까지 있다면! 시각장애인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 메이크업 부담은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 생각했다. 이에 나는 각기 다른 증상을 띄는 모든 시각장애인을 아울러 컬러를 '인식'하고 '분별'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컬러 '조합'은 어려운 비장애인까지 본인의 퍼스널컬러 혹은 취향에 맞춰 사용 가능한 메이크업 색조 팔레트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렇게 착안한 나의 아이템, <오감 계절 컬러 팔레트>
곧 시각장애인의 메이크업 폭을 넓히는 멀티 팔레트이다
동일 계절 톤으로 조합된 컬러를 외부 디자인, 향, 점자의 도움을 받아 시각 외 감각으로도 인지 가능한 메이크업 팔레트로, 이 아이템은 시각장애인도 본인의 개인 취향 및 진단받은 피부 톤에 맞춰 스스로 색조 메이크업을 연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본 아이템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1차적으로 각 계절을 상징하는 요소로 디자인한 입체적 패키지와 외부에 표기된 계절 타입 점자를 통해 제품 구분이 가능하다. 더해서 이 제품의 가장 큰 차별화 요소는 컬러별 가이드 점자이다. 각 섀도에 어떤 컬러가 베이스 및 블러셔로 활용되면 좋을지 포인트, 음영컬러로 적절한지를 [점자사용설명서]와 함께 제품에도 점자를 영구적으로 디자인해 출시한다.
앞선 요소로 인해 촉각으로 제품과 컬러가 구분되었다면, 더욱 구체적인 메이크업 튜토리얼을 친절하게 알려줄 수 있는 시각장애인 전용 음성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또한 각 계절이 연상되는 향료 및 감미제를 첨가하여 사용자가 다각도로 색조를 음미할 수 있도록 돕는다.
듀얼 팔레트에 있는 제품의 내용물은 베이스, 포인트, 음영 섀도, 립과 치크로 사용 가능한 크림 섀도 등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발색 정도는 화장이 익숙지 않은 시각장애인을 고려해 옅게 설정하여 비교적 수정이 쉽도록 한다. 또한 향료 및 감미제는 되도록 천연원료를 선택하여 제품 구분을 위해 향과 맛을 느낄 사용자의 안전을 고려한다.
만약 이 제품이 상용화된다면, 시각장애인도 비장애인 못지않게 상황과 분위기에 맞는 색조 메이크업 연출을 보다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더불어 한국의 4계절 변화에 맞춰 팔레트를 취향껏 달리 사용할 수도 있고 옷, 헤어 스타일링이나 사전에 진단받은 피부 톤과 적합한 메이크업 연출이 가능하다. 끝으로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시중의 제품으로도 컬러 조합이 어려운 비장애인이나 아직 본인의 계절 컬러를 찾아가는 단계의 메이크업 초보자들에게도 유용한 팔레트가 될 수 있다. 이런 방향으로 연구되어 출시되는 신제품이 세상에 조금씩 나타난다면 모두의 메이크업이 보다 더 편리하고 다채로워질 거라 예상한다.
첫 번째 아이템 소개를 마무리하며 짧은 소감을 덧붙이자면, 꼭 본 아이디어가 상용화되지 않아도 시중에 출시되는 화장품 중 점자가 포함된 제품은 점차 많아졌으면 좋겠다. 뷰티산업을 포함해 다수의 기준에 맞춰 계속 소외되는 집단은 앞으로도 점차 줄기를 바라며, 이상 오늘의 포스팅을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