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는 어금니의 구석이 조금 떨어져 나가는, '치아 파절'을 경험했다. 다행히도, '임플란트'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어금니의 상당부문을 도려내고, 일명 '크라운'이라는 뚜껑을 씌우는 장장 45만 원짜리 왕관이 필요하다는 '선고'를 받았다.
치과 방문을 꺼리는 이유는 일단 머릿속으로 가늠이 되지 않는 비용적 부담이 한 자리를 차지했다. 용기 내어 오랜만에 방문한 치과에서는 파절 된 치아 이외에 전반적인 내 치아의 상태를 점검해 주었다. 오른쪽 아래의 어금니 치료로 시작하여 오른 쪽 위, 왼쪽 위를 돌아 왼쪽 아래로 내려가는 한 바퀴 과정에는200만 원이 훌쩍 넘는 치료비용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상상 이상의 비용적 부담 이외에 치과 방문을 꺼리는 또 다른 이유는 상상하기 어려운 통증 또한 큰 이유였다. 간호사분들께서 언제나 공손한 말투로 건네는 '아프면 손 드세요.'와 같은 '소울리스'(soulless)한 대사에 나는 오히려 아프면 손을 꽉 움켜쥐는 것으로 대응했다.
결국 내 입안에 존재하는 치아의 전반적인 문제를 점검하기로 하자 치료를 위해 며칠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 며칠간의 치과치료가 신기했던지, 첫째 아이인 [연]과 둘째 아이인 [쭈]도 그 치과치료에 동참했다. 무슨 배짱에서인지 몰라도 모두들 호기롭게 주말 오전 치과행을 결정했다. 첫째 아이인 [연]은 자신의 이가 썩은 것 같다고 했고, 둘째인 [쭈]는 유치를 영구치로 바꾸어야 할 시점이었다. 예상대로 첫째 아이 [연]은 양쪽 구석의 영구치인 어금니에 발생한 충치를 치료해야 했고, 둘째 [쭈]는 위쪽 앞니 두 개를 시원하게 뽑아냈다.
내 걱정과 달리 두 아이는 모두 무탈하게 치과치료를 마쳤다. 치과를 나서면서 아이들에게 물었다. 앞니를 뽑아서 솜뭉치를 꽉 물고 있는 둘째는 대꾸하지 못했지만, 첫째가 내가 물은 질문에 대꾸했다.
나: 아프지 않았어?
연: 아펐지.
나: 아... 아펐어?
연: 응.
나: 그래서 어떻게 했어?
연: 아프면 손들라고 하던데?
나: 어... 그래서?
연: 손 들었지.
나: 그랬더니?
연: 그랬더니. 선생님이 멈추시던데? 그래서 조금 쉬었다가 다시 했어.
아... 아프다고 손을 들면 되는 거구나. 왜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내가 형식적으로 치부해버린 대화의 수단을, 순수하고 용감하게 접근한 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너희들은 아빠처럼 나이가 들어도 손을 꽉 움켜쥐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