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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이글 Nov 01. 2022

인수인계로 조직을 골탕 먹이려던 연구원

외장하드를 분실했다는 거짓말을 하다

앞서 언급된 악의 가진 연구원 에피소드 2탄이다.


이 연구원이 5년 간 하던 업무를 마무리하고 인수인계를 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인수인계를 받을 사람은 공교롭게도 나였다. 부서장은 이 악의를 가진 연구원과 일하면서 각자 외장하드를 하나씩 나눠가져서 업무와 관련된 파일을 외장하드에 백업하는 업무 프로토콜을 가지고 있다고 나에게 전달했다. 고로, 그 외장하드만 악의를 가진 연구원으로부터 전해받으면 인수인계의 대부분은 끝난다.


그런데 이 악의에 찬 연구원, 외장하드를 분실했다고 주장한다. 이러저러한 변명이 많았지만 결국 분실했다는 게 결론이었다. 나는 상급자인 부서장에게 이 사태를 보고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모든 정황을 살펴서 외장하드를 찾을 수 있는 길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외장하드에 들어있는 자료가 컴퓨터 본체에 있어야 하는데 그것에 대해서도 이 악의에 찬 연구원은 변명이 준비되어 있었다.


바로 몇 달 전에 컴퓨터에 이상이 있어서 자발적으로 컴퓨터를 '포맷'해버려서 5년 간의 자료가 다 날아갔다는 것이다. 외장하드도 분실했어, 컴퓨터도 포맷해버렸어, 정말 온 힘을 다해 인수인계를 해주지 않으려고 발악을 하고 있었다. 이 와중에 나는 상급자로부터 인수인계를 받으라는 명령을 받았으니 중간에서 굉장히 난처했다.


이 악의를 가진 연구원은 상급자에 대한 반감과 악의가 넘쳐서 인수인계조차 제대로 안 해주려고 마지막까지 버티는 것이었다. 5년 동안 악감정으로 똘똘 뭉친 인간관계를 마무리 짓는 두 사람 간 최후의 결투에 새우등 터진 건 나일뿐이었다.


일단 조직 내 기물인 외장하드 분실에 대해서는 처벌할 규정이 없어서 동일한 사양의 외장하드를 자비로 구입해 내라는 것까지는 악의에 찬 연구원도 동의했다. 그리고 나는 상급자에게 악의에 찬 연구원의 태도와 행동을 있는 그대로 보고하고 인수인계를 받지 못하게 되었다고 양해를 구했다. 또다시 내 잘못이 아닌데 양해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왜 나는 중간에 끼는 처지가 되는지 난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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