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글을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가 밝은지 한 달이 지냈는데 다들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설레는 마음으로 세운 계획을 열심히 실천하고 계신가요? 아니면 365일이면 다시 돌아오는 새해를 또 과대평가하셨나요. 저는 서울에 올라왔고 일자리를 구했으며 지금은 망원에 좋은 팝이 흘러나오는 곳에서 이 글을 쓰고 있어요. 해가 바뀌면서 저는 익숙한 것에서 조금 멀어지기로 했어요.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던 친구들과 건강한 밥을 먹었고, 새로운 일자리를 구해 CS 업무를 하고 있어요. 배달 음식은 조금 줄이고요, 늦잠, 낮잠을 멀리하고 있어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어색하지 않았어요. 집에 초대받기도 했는데, 턴테이블에선 선우정아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밤바람이 볼에 닿던 장면은 평생 잊지 못할 거 같아요. 새로운 일자리에선 회사생활이란 걸 처음 해보는데, 회사생활은 참 특이한 문화 같아요. 사업팀에 들어가면서 저는 막내가 되었는데, 다 채운 커피 쿠폰이나 금액권을 막내에게 몰아주는 게 전통이래요. 덕분에 지갑엔 커피 쿠폰이 넘쳐나요. 그리고 누가 자꾸 먹을 걸 줘서 좋아요. 그치만 점심메뉴를 고르는 일은 좀 곤란하네요. 주말엔 배달 음식 대신 망원에 반찬가게에서 반찬을 사 먹는데, 거긴 잡채랑 계란말이가 맛있어요. 꼬막무침도 맛있긴 한데 두 번째 샀을 땐 비려서 못 먹었어요. 잠이 많은 편이라 12시엔 꼭 잠들어야 해요. 근데 잘 준비를 마치고 누우면 왜 자기 아까운 기분이 들까요. 뭘 할 것도 아닌데 오늘 밤이 아까워요.
그리고 아직도 글을 꾸준히 쓰는 건 어려워요. 그래도 이 글을 시작으로 다시 꾸준히 쓰도록 노력해 보려고요. (이 말 하고 또 안 쓰는 건 아닐까.. 그냥 말을 하지 말까요)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막상 쓰려니 무슨 얘기를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휴대폰 메모장에 있는 몇 개의 메모를 읽어볼게요.
‘우리가 지는 한이 있더라도 선택해야만 하는 건 이토록 평범한 미래라는 것을.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한 그 미래가 다가올 확률은 100%에 수렴한다는 것을’ 김연수 작가님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에 나오는 구절이랍니다.
‘승객들이 자신을 쳐다보면 말을 못 하는 초보 잡상인’ 지하철을 탔는데, 무릎보호대를 파시는 분이 계셨어요. 다들 핸드폰 하느라 그분을 쳐다보지 않았는데, 허공에다 상품을 소개하는 모습을 보며 저런 캐릭터가 떠올랐어요.
‘학생이거나 집에만 있다가 맞이하는 명절이 엄청 싫었는데, 회사에 다니니 명절이 좋아졌다. 쉴 수 있으니까. 가족도 만날 수 있으니까. 친구들 만나러 나가서 명절날 당일 새벽에 술 먹고 들어오던 외삼촌들이 왜 그랬는지도 이제는 알 것 같다’
설 연휴 때 쓴 메모예요. 금요일에 조금 일찍 퇴근하고 고향으로 내려가서 친구들 만나고, 가족과 카페 가고, 할머니 댁에 간 게 너무 행복했답니다. 외삼촌들은 이제 가족이 생겨서 예전처럼 놀러 나가지는 않고 외할머니댁 마당으로 친구들을 불러서 개구리 뒷다리를 구워 먹었대요.
여기까지 쓸게요. 오늘 글은 제가 좋아하는 이병률 작가님의 문장으로 마치고 싶었어요.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려주세요.
망원동에서
김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