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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미 Feb 24. 2023

엄마가 나에게 책을 써달라고 했다

엄마의 반성문 그리고 버킷리스트

2022년 5월 13일


이번에 집에가니 엄마가 틈틈히 쓴 글을 프린트해 주며, 책을 만들어 달라했다.

엄마 머리카락 없는 모습보고 울까바 이번에 집에갈때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갔는데,

가발쓰던 안쓰던 엄마가 했던 머리스타일중 가장 예쁘다고 하니 아줌마들한테 자랑만 하고 다니시는게 귀엽다.


재작년 워크샵을 진행하고, 참여 연사님께 같이 일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공부하고 싶어 죄송하다 쿨하게 거절하고 여름이라 여행을 갔다. 혼자떠난 첫 여행이었다.


여행마지막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엄마가 위독하고 병원비가 @₩&&)!

여행에서 돌아오던길, 바로 연사님께 연락해 회사 면접을보고 다음날부터 일만했다. 아무것도 안하고 한달에 하루이틀 쉬며 2개,3개 일만하니까 8개월이 지나갔다.


작년 또 전화를 받았고 엄마가 짧으면 한달, 길면 세달을 사신다했다. 바로 퇴사를 하고 집으로 갔다.


평생 같이 살지 않아서 엄마랑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엄마가 책을 써달라고 글을 써줬는데 내 상황이 속상하고 서럽다고

엄마가 아픈데도 다 지웠다. 불효녀였다.


몇달 뒤 치고박고 했지만, 엄마가 몸이 괜찮아지셔서

어떤걸 시작할까 고민하다가 평생 하고 싶은 작품을 만들었다. 미웠던 엄마덕에 도전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던 작년,

그리고 한달을 쉬고 또 부지런히 일을 한다.

이것저것 하다보니 밥은 먹고 살겠는데,

집에 내려갈때마다 엄마랑 여행다니거 먹고 자고하니

더 열심히 벌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요즘 엄마는 40넘어서도 눈치보며 못한게 너무 많다고 나한테 ‘하고 싶은거 다해라’, 나중에는 먹고 싶어도 못먹는다고 ‘다 먹어라’, 해서 열심히 실천중이다.


진짜 밉고 화나고 보기싫은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그냥 다 미안하고 오래보고 싶다.

지금 다 지운줄 알았던 글을 엄마가 프린트해주셔서 보는데,  괜히 속상하고 미안해서 글을 남겨본다.

나도 대견하고 엄마도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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