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난 겁이 많아~
당신은 늘 겁이 많다고 주장하신다
겁이 많아 누가 들어올까 무섭다고 항상 창문이며 방문이며 문이란 문은 꼭 닫으라고 성화시다
한겨울이면 몰라도 요즈음 같은 삼복더위에 문을 닫고 지낼 순 없으니 늘 같은 얘기를 반복하게 된다
'저기 창문 닫아' '저문 잠갔냐?'
'밤에 자기 전에 닫을게요' '더워 죽겠어요..'
같은 말이 하루에도 수십 번 반복되면 슬슬 아들이나 며느리나 짜증이 올라오게 마련이다
그때 한마디 한다 '그럼 창문 닫고 에어컨 켤까요?'
그제야 입을 삐쭉거리며 냅두라 하신다
이 단막극은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된다
여하튼 당신은 겁이 많아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들과 싸우지도 않고 큰소리도 안 내고 지내셨다고 하신다
누가 뭐라 하면 무조건 '미안해'하면서 양보하셨다고 하신다
사실 결혼해서 이때까지 수십 년 동안 같은 골목에 산 이웃들과 언쟁하는 것 본 적이 없으니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치매가 강박증을 몰고 오기까지는....
데이케어에서는 유치원 알림장 같은 장기요양급여 제공기록지란 것을 보내온다
자주 기록되는 행동 중에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 있다
옆에 계신 다른 치매어르신들이 박수를 치거나 얘기를 나누면 째려보거나, 쎈 욕을 하시거나(복지사선생님표현), 때린다거나(한 두 번 정도 있었음) 등이다
겁이 많아 평생 남하고 싸움 한번 안 해보신 시어머니는 데이케어에서는 쎈캐로 변신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