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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도 아닌 제인 Jul 09. 2024

명랑한 명여사의 치매 수첩

1-7.시대유감

시어머니는 몇몇 분야에선 손재주가 좋으시다

처음 시집왔을 때 시어머니가 만든 반찬을 먹으면 너무 맛이 좋았다

조물조물 뚝딱 반찬을 만들어 내시는데 어찌나 맛깔난지 음식 솜씨 없는 친정엄마 반찬에 길들여진 나로서는 또 하나의 신세계였다.  과하게 들어가는 양념이 일조를 했다 치더라도 손 맛이 남다르셨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 하나의 손재주는 치매 때문에 데이케어 센터를 다니시게 된 후 알게 되었다

색칠공부를  아주 잘하신다

데이케어에서는 가끔 그림 그리기, 꽃꽂이, 색칠하기 등을 한 후 결과물을 집에 보내오는데 색감이나 모양이 예사롭지 않다


얼마 전 손녀딸이 사다 드린 꽃그림 색칠하기를 보면 시대를 잘 못 타고 나신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월사금 밀렸다고 손바닥 맞은 걸 기억하시며 '돈 없는데 애들 때린다고 돈이 나오나, 왜 애들은 때렸는지 몰라'라고 한탄하시는 시절과 그런 형편에 다닌 학교이니  언감생심  미술 교육을 꿈이나  꿨으랴..


적절한 미술 교육을 받으셨다면 색채의 마술사 샤갈이나 마티스는 명함도 못 내밀었을 듯...

펜 잡는 손은 어설퍼도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신다

80넘은 치매 할머니의 색칠 수준이 이렇게 뛰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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