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슬프나 슬프지 않은
시부모님은 여느 보통의 부부셨다
하시던 일을 접고 꽤 이른 나이에 은퇴를 하신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는 각자의 볼일 보러 낮에 외출하시는 것 빼고는 늘 함께 지내셨다
시아버지는 가끔 낚시를 가시거나 매일 다방에 들러 지인들과 커피와 담배를 나누시는 게 다였고, 시어머니는 예의 그 고스톱을 치러 동네 마실을 가시거나 운동삼아 근처 시장에 다녀오시는 게 거의 하루 일과였다
청소, 빨래, 설거지 등의 집안일부터 낡아 여기저기 손볼 곳 많은 집수리 등으로 시아버지의 하루는 바쁘셨지만 시어머니는 느지막이 일어나 아점을 드시는 둥 마는 둥 하고 시장 봐온 것들로 찬거리 준비 정도를 해놓으면 딱히 집안일이라고 하는 일은 없으셨으니 그 연배 또래의 대한민국 여자들 치고는 참 편한 삶을 사신 셈이다(물론 젊은 시절의 고생은 제외하고)
꼼꼼한 성격의 시아버지와 덜렁대는 시어머니는 가끔 아웅다웅하셨지만 서로의 정은 깊으셨다고 생각한다
시아버지의 병이 깊어져 입원하신 후 시어머니는 뭔가 느끼시는 게 있었는지 지금처럼 인지력이 거의 없는 상태가 아니었는데도 시아버님의 퇴원여부나 상태에 관해 거의 묻지 않으셨다. 결국 코로나 절정기에 한 달 입원하셨다 돌아가신 까닭에 시어머니는 한 번도 당신 남편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이별을 하시게 되었다
장례식장에서 멍하니 계시다 아버님 영정을 보고 잠깐 '아이고~ 니아버지 불쌍해서 어떡하냐~~'하고 마른 울음을 우신다. 가족 방에 들어가서 쉬실 때는 시아버님이 돌아가신 줄 기억 못 하시고 '아버지는 어떠시냐?'라고 물으신다. 돌아가셨다고 하면 '아이고~~'가 잠깐 반복된다.
장례 치르고 집으로 와서도 여러 날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치매..... 가족을 잃은 슬픔을 여러 번 겪게도 하고, 가족을 잃은 슬픔을 잊게도 만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