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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채환 Aug 28. 2024

[유한계급론] 4/4

함께 책 읽기 ⑬  - 소스타인 베블런

제10장 현대 사회에서 발견되는 용맹성의 흔적 

 약탈적 단계의 태고적 인간성의 가장 즉각적이고 분명한 표현은 투쟁적 기질이다. 약탈적 활동이 집단적으로 이루어지는 곳에서 이런 성향은 군인정신으로 불리거나 혹은 최근에 들어와서 애국심으로 불린다. 유럽 문명국들에서 세습 유한계급이 이런 군인정신 혹은 상무정신을 중산층보다 훨씬 높은 정도로 가지고 있다는 주장에는 굳이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다.


 문명사회의 결투는 세습 유한계급이 있는 곳에서만 일반적인 현상으로 발견되고 또 거의 그 계급 내에서만 발생한다. 


 의견 차이의 보편적인 해결책으로 보통 싸움을 채택하는 건 귀족 가문의 신사와 무뢰한(범법자)뿐이다. 


 호전적인 습관은 하류층의 노동계급 소년들보다는 상류층이나 장두-금발 하류층 소년들에게서 더욱 많이 발견된다


 허풍을 떠는 범법자와 유한계급의 깔끔한 신사를 군중으로부터 구분해주는 특징은 무엇이라고 보아야 할까? 그것은 정지된 정신의 발달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많은 경우에 개인의 정신적인 성장은 미숙한 단계를 아직 벗어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끝나버린다. 이처럼 성장이 멈춰버린 경우에, 호전적인 기질은 생애 내내 지속된다. 


 스포츠는 원래 적대적인 전투를 그 모델로 삼고 있지만, 여러가지 기술을 개발하면서 간계와 교묘한 속임수 게임으로 차츰 발전했는데, 그 기술과 속임수를 잘 구분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스포츠 탐닉 증세는 태곳적 정신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약탈적이고 경쟁적인 성향이 아주 강한 사람이 스포츠를 좋아한다. 소위 스포츠맨 정신을 발휘해야 하는 운동에서는, 모험적인 약탈을 추구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려는 성향이 아주 강하게 드러난다.

 스포츠에 몰입하게 만드는 기질은 소년적 기질인데, 앞에서 언급한 다른 약탈적 경쟁보다는 스포츠에서 그런 소년적 기질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따라서 과도한 스포츠 중독은 그 개인의 도덕성이 발달 정지되었음을 보여준다. 스포츠를 하는 남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이런 기이한 소년적 기질은 모든 스포츠 활동에 존재하는 겉꾸밈의 요소에 주목할 때 즉각 분명해진다. 


 무척 온화한 태도를 보이고 사무적인 남자들조차 사냥을 간다고 하면 스스로 대단한 일이라도 하는 것처럼 과도한 무기와 장비를 챙기는 경향이 있다. ... 이와 비슷하게 운동경기에서도 거의 늘 고함치기, 허세, 허울뿐인 속임수가 존재한다. ... 운동선수들의 은어 대다수는 전쟁 용어에서 차용한 아주 유혈적인 언사로 구성되어 있다. 


 사냥꾼과 낚시꾼 같은 스포츠맨은 거의 자연에 대한 사랑이나 오락에 대한 욕구 등을 스포츠 선호 동기로 내세우는 습관이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스포츠맨은 모든 생명체를 죽여 없애 자연을 만성적인 폐허 상태로 만드는 행위를 하고 있는데, 그들이 저지르는 파괴 중 가장 심각한 것이다. 


 약탈적 문화에서 일상 최고의 여가로 전해 내려온 명예로운 활동인 스포츠는 유한계급의 품위 기준에서 온전하게 허용되는 유일한 야외 활동이었다. 


  스포츠는 근본적인 무용성의 목적을 충족시키고 그와 함께 그럴싸한 겉꾸밈의 필요조건에도 부합한다.

 이에 더하여 스포츠는 경쟁의 기회를 제공하기에 더욱 매력적이다.


 *스포츠 : 무용성과 효율성의 결합

 운동 경기를 옹호하는 상류층 구성원들은 보통 운동 경기가 귀중한 신체와 정신 발달의 수단이라는 근거를 들어 자신과 이웃의 스포츠 애호를 정당화한다. 


 이런 문화는 초기의 야만적 기질(폭력과 기만)만을 회복시키며, 사회적/경제적 필요의 관점에서 볼 때, 사회의 타락을 회복시키는 원시인의 좋은 기질(평화적 기질)을 억압한다.


 난폭함과 교활함(폭력과 기만)은 다른 공동체와 적대적인 거래를 할 때를 제외하곤 공동체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것들이 개인에게 유용한 경우는 그 개인이 살고 있는 인간적 환경에 그런 특징이 난무하고 있을 때 뿐이다. 


 대중은 스포츠 생활이 만들어 내는 인간성에 존중할 만한 측면이 많다고 생각한다. 다소 느슨한 일상적 용어로 말하면 스포츠 생활에는 자부심과 동료의식이 있다. 반면에 다른 관점에서 보면 호전성과 배타성이 있다. 


 새롭게 유한계급에 들어가려는 사람은 스포츠를 하면 그 계급으로의 편입이 수월하다. 이런 이유로 상당한 부가 축적되어 주민의 상당수가 노동을 하지 않는 산업 사회에서는 스포츠 행사와 스포츠를 하려는 정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신사의) 손에 든 지팡이는 손으로 노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내어 그 소유자가 유한계급이라는 걸 증명한다. 하지만 지팡이는 또한 무기로도 사용되어 그런 측면에서 야만적인 남자의 절실한 욕구(공격적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두 기질(폭력과 기만)은 스포츠를 즐기는 삶과 더 진지한 형태의 경쟁적 삶으로 함양되고 강화된다. ... 경기에서 반드시 심판을 고용하고, 용인되는 기만과 전략적 이점의 한도와 세부 사항 등을 통제하는 철저하고 전문적인 규정을 확립했다는 것 자체가 상대를 압도하고자 부정한 수단을 쓰고 기만하는 게 경기의 본질적 특성임을 증명한다.

 따라서 스포츠 습관은 기만 소질을 더 온전하게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스포츠 기질이 경제적 가치를 가지게 되는 것은 폭력과 기만에 의해 약탈을 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는 유한계급이 부를 축적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 옮긴이)


 운동선수들과 스포츠를 즐기는 남자들은 극도로 영리한 인상을 풍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리한 남자는 공동체에 경제적 가치가 없다. 그 영리함을 다른 공동체를 상대로 영리한 술수를 벌이고자 할 때에나 도움이 된다. 그의 기능은 전반적인 생활 과정을 개선시키지 못한다. 


 두 가지 야만적인 특징, 즉 폭력과 기만은 약탈적인 기질 혹은 정신 자세를 구성한다. 두 가지 특징은 편협하고 이기적인 사고 습관의 표현이다. 그것들은 차별적 성공을 기대하는 생활방식에서 개인적인 편의를 추구하는 데에는 무척 유용하다. 


 

제11장 행운에 대한 믿음

 도박 성향은 야만적 기질의 또 다른 부수적 특징이다. 이런 특징은 스포츠맨과 호전적이고 경쟁적인 활동을 하는 버릇이 있는 남자들 사이에서 거의 보편적으로 발견된다. 


 도박 습관의 주요 원인은 무엇보다도 행운에 대한 믿음이다.


 그 믿음은 애니미즘에 입각하여 상황을 판단하는 심리기제이다. 


 그(스포츠를 즐기는) 동기는 무엇인가?

 승리가 예상되는 개인이나 팀을 열렬히 지지하여 패자를 희생시킴으로써 자기편의 지배권을 높이려는 욕구이다. 내기에서 금전적 득실이 클수록 강한 쪽은 더 훌륭한 승리를 얻을 뿐만 아니라, 패한 팀은 패배로 인한 고통과 굴욕이 더 커지게 된다.


 내가 참가자는 내기에 들어간 자산과 열망이 헛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서 일솜씨 본능이 특별하게 강화된다. 


 사행심은 두 가지 구별되는 요소(애니미즘과 초자연적 작용 : 옮긴이)로 구성된다. 


 스포츠맨의 사행심, 혹은 행운의 필요에 대한 감각은 불분명하거나 뒤죽박죽한 형태로 표현된 애니미즘이다. ... 효능이 있다는 부적을 차지 않은 스포츠맨은 거의 없다. ... 또한 경기에서 특정 참가자나 팀에 보내는 지지가 참가자의 능력을 강화하거나 반드시 강화해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고 ...


 여기서 사용한 "초자연적인 힘"이라는 용어는 초자연적으로 언급되는 힘의 본질을 암시할 뿐이다. 이것은 애니미즘적 믿음이 좀 더 진보된 형태일 뿐이다. 


 산업 종사자들은 모든 편견에서 벗어나 현상을 인과 관계적으로 파악하여 더욱 효율성을 높이라는 요구를 받는다. 가령 수공업계의 민첩함, 근면함, 근력, 참을성 등은 노동자의 사고방식에 들어 있는 기존의 애니미즘적 편견을 크게 상쇄시킨다. 


 (사소한 불행이 벌어지면 '운이 없다거나 재수가 없다'라고 하면서 지나치지만 아주 엄청난 불행을 당하여 그 원인을 알고자 하는데 도무지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에, 그것을 신[초자연적인 힘]의 작용으로 돌리는 태도를 말한다 : 옮긴이)

 인과 관계에서 벗어나는 상황이나 힘은 난처한 상황에서 의지하기 딱 좋지만, 그 유용성은 전적으로 비경제적인 것이다. 


 [2] 애니미즘적 습관이 신인동형론 종교에 가져온 예절 규범의 구체적인 결과는 다음과 같다. 

   (b) 위사람과의 관계를 습관적으로 의식하도록 유도하고 그런 행동을 유지시켜 당대의 신분의식과 충성심을 강화한다. 


 예를 들어, 잘 발달된 약탈적 생활양식을 가진 야만인들은 그와 동시에 강력한 애니미즘적 습관, 잘 형성된 신인동형론적 종교, 명확한 신분 의식을 가질 수 있다


 야만적 약탈 문화는 스포츠맨 정신, 신분제, 신인동형론 등을 보여준다. 


 신인동형론 종교는 사물 속에 존재하는 초자연적이고 불가해한 성향을 바탕으로 그 위에 세부적인 신분제의 규범을 세워 놓은 것이다. 



제12장 독실한 종교 예식

 현대생활에서 벌어지는 특정 사건들을 두서없이 언급해도 신인동형론 종교가 야만적인 문화 및 기질에 유기적으로 관련되어 있다는 게 드러난다. 마찬가지로 그 종교의 존속과 효능, 그리고 그에 관련된 독실한 종교의식과 연관한 계획 등이 유한계급과 그 제도의 기저를 이루는 행동과 어떻게 관련되는지 보여준다.


 그 둘(스포츠[도박] 기질과 독실한 종교인 기질) 사이의 공통점은 사건들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불가해한 성향이나 초자연적인 힘의 개입을 믿는다는 것이다.

 

 초자연적인 힘에 대한 이런 믿음들이 연결되면 한쪽에서는 행운의 기회에 부합하는 행동을 본능적으로 하게 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신성의 불가해한 계율에 헌신적으로 복종하게 된다.


 대학에서 스포츠를 즐기는 남자들이 소명으로, 혹은 부업으로 종교적 홍보에 헌신하는 건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 그들은 남들에게 선교하는 과정에서, 신인동형론 신성과 그 신성을 믿는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개인적 신분관계를 주로 역설하는 경향이 있다(저자는 야만사회의 주인과 노예 사이의 신분관계가, 신인동형론 종교에서는 다시 신자와 하느님 사이의 신분관계로 발전한 것을 '개인적 신분관계'로 표현하고 있다 : 옮긴이).


 그런 스포츠는 개종의 수단으로 유익하게 활용되고, 일단 개종한 사람의 헌신적인 태도를 계속 유지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약탈적 사고 습관은 개인의 위엄, 그리고 개인들 사이의 상대적 지위를 강조한다. 약탈적인 습관이 지배적 요소인 사회적 구조는 신분제에 기반을 둔 구조이다.


 신인동형론 신은 모든 문제에서 우선적 지위를 갖고 있고, 자신이 주인임을 강조하면서 임의적으로 힘을 사용한다. 다시 말해, 섭리의 주관에서 힘을 최종 중재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다.  


 이처럼 발달된 단계에서도, 신의 위대함과 영광을 극찬하고, 복종과 충성을 고백함으로써 신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 종교의식의 주된 목표이다. 


 신의 비위를 맞추는 가장 흔한 신앙 형식은 차별적 비교를 포함하거나 암시하는 것이다. ... 경제 이론의 관점에서 살펴볼 때, 형체가 있건 혹은 없건 어떤 개인에게 바치는 충성심은 개인적 복종의 변종이다. 그리고 그런 복종은 약탈적/유사-평화적 생활양식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형체가 있건 혹은 없건 어떤 개인" : 형체가 있는 개인은 가부장을 말하고, 형체가 없는 개인은 신인동형론 종교에서 인간과 같은 모습을 한 인격신을 가리킨다 : 옮긴이).


 신에 대해서 언급할 때나, 그리고 신이 인간의 삶에 개입하는 가정을 논할 때, 연설가와 작가는 여전히 전쟁과 약탈적 생활방식의 어휘에서 차용한 직유를 가져와서 신을 묘사한다.


 그런 어휘와 비유의 활용은 종교적으로 경건한 태도와 약탈적 사고방식 사이에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종교의례의 가장 명백한 경제적 영향은 상품과 서비스의 독특한 종교적 소비에서 나타난다. 성지, 사원, 제의, 제물, 성사, 축제 의상 등 각종 의례에 필요한 물품의 소비는 어떤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목적에 봉사하지 않은다. ... 종교예식은 신분제 특유의 사고 습관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종교적 소비의 직간접적 효과는 공동체의 경제적 효율성을 위축시키는 특징이 있다. 

 

 신인동형론 신에 봉사하는 소비와 야만 문화에서 발생한 사회 상류층의 유한 남성(족장이나 원로)에 봉사하는 소비, 이 두 가지 소비 사이에는 본질적 동일성이라고 할 수는 없을지라도 주목할 만한 동기의 유사성이 있다.


 독실한 종교적 건축물이 구조와 설비가 항상 태곳적 특색을 보인다는 점도 언급할 만하다. 족장과 신의 종(하인)도 반드시 특별하고 화려한 특성의 옷을 입은 채 등장해야 한다. 이런 복장의 경제적 특징은 유독 과시적 낭비를 강조한다는 것인데, 부차적인 특징이라면 그런 복장은 늘 어느 정도 태곳적 양식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체의 일반 구성원도 알현실에서 일상의 복장보다 더 값나가는 옷을 입어야 한다. ... 그런 때 입는 복장은 산업적(생산적)인 직업에 종사하거나 구체적 용도에 소용되는 일을 평소에 안 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경제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이것이 청결함의 본질적인 특징이다. 


 경제 이론에서 신성한 축제일은 분명 신이나 성인을 위해 대리 여가를 즐기는 기간으로 규정된다. 이런 축제일엔 신과 성인의 이름으로 금기가 부과되고, 그들의 훌륭한 명성을 지키기 위해 유익한 일을 하는 것이 자제된다. 이러한 모든 독실한 종교적 대리 여가의 특징은 인간에게 유익한 모든 활동을 금하는 다소 엄격한 금기가 부과된다는 것이다. 


 단식일은 돈벌이가 되는 일과 물질적 삶을 억제하는 과시적 금욕이 특징이다.

 

 성직자 계급에게는 강력하고 자세한 금기가 부과되는데, 그것은 명령의 형태를 띄고 있으며 비록 산업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세속적인 이득을 추구해선 안 된다고 지시한다. 


 인간의 충만한 삶에 이바지하는 행동과 신인동형론 신의 훌륭한 명성에 이바지하는 행동 사이에는 일정한 구분선이 있는데, 독실한 종교의식의 취향을 가진 사람은 그런 구분선을 그리는 데 거의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성직자는 기계를 통한 생산적인 일에 종사하면 안 되고 그 대신에 대규모로 소비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의 삶에 위안이 되거나 생활의 충만함을 보장하는 형태의 소비를 해서는 안 된다. 


*신자에게 전이되는 사제의 대리적 특징

 평신도 역시 신성한 존재의 종이므로 성직자에게 부여된 대리적 특성이 그들의 삶에도 전이된다. 


 성직자 계급을 제외하고도, 성인과 천사(혹은 이와 동등한 위치에 있는 다른 종교의 존재들) 등도 높은 위치를 차지하는 초자연적인 대리 유한계급이다. ... 그런 집단은 그들을 위해 대리 여가를 수행할 수행원이나 종으로 구성된 하인 계층을 두게 되는데, 이것은 앞에서 살펴본 바 있는 가부장제 아래의 종속적인 유한계급(주인의 하인들이나 그 아내의 하녀들)과 똑같은 집단이라 할 수 있다.


 독실한 종교적 기질은 도움이 된다기 보다는 방해가 되고 있다. 그에 따라 현대 산업 생활은 산업적 과정에 직접 연관된 계급의 정신적 구조에서 이런 인간성의 특징(종교적 특징)을 선별적으로 제거하는 경향을 보인다. 


 빈곤 계급은 최근에 생겨난 이런 과학적 일반화를 자기 것으로 하여 완전히 이해하는 데 필요한 여가를 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금전적으로 우월한 자에게 물질적으로 의지하거나 종속되는 관계이므로 신분제에 적합한 사고방식을 신속하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 결과 빈곤 계급은 기존의 일반적인 사고방식을 계속 유지하게 되는데 그것을 주로 강력한 개인적 신분 의식과 종교적 독실함으로 표출된다.

 오래된 유럽 문화의 공동체에서, 세습 유한계급과 빈곤층 인구 대다수는 산업적 중산층의 특성이 상당히 존재하는 지역일수록 중산층 평균보다 훨씬 더 독실한 종교적 태도를 보인다. ... 이런 두 계급이 크게 우세한 곳에서 그들의 성향은 미약한 중산층의 일탈적인 경향을 압도하는 대중적 정서를 형성하고, 그리하여 독실한 종교적 태도를 공동체 전반에 부과한다.


*중산층의 비종교적 태도

 중산층 계급이 독실한 종교예식에서 이탈하는 현상은 실제로 목격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상황은 아주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적 효율성이나 지능, 혹은 그 두 가지 모두가 낮은 계급은 특히 종교적으로 독실한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면, 미국 남부의 흑인 인구, 타국에서 이민 온 인구 중 하류층 대다수, 시골 인구 대다수, 특히 교육이 낙후하고, 산업이 발전하는 속도가 느리며, 공동체 다른 곳과 산업적인 접촉이 덜한 시골 지역의 인구가 종교적으로 독실하다.


 직공 계급 ... 그 계급은 현대의 조직된 산업이 제공하는 독특한 지적-정신적 압박에 많이 노출되었고, 그리하여 비인격적이고 객관적인 질서를 가진 자연현상을 지속적으로 인식하고, 인과 법칙에 전적으로 순응하는 훈련을 받은 것이다.


 중산층 신자는 대부분의 경우 여자와 미성년자로 구성되어 있다. 중산층 성인 남자는 종교적인 열정이 눈에 띄게 부족하다. 


 여자들과 아이들에게 독실한 종교의식을 맡겨버리는 이런 기이한 성적 구분은 어느 정도 중산층 여자 대다수가 (대리) 유한계급이라는 사실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상류층 신자 사이에선 의식 절차와 화려한 예배용 복식품을 비교적 강하게 강조하는 종파에 가입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의례적 요소의 기이한 발전은 부분적으로 과시적 낭비의 구경거리 때문에 생겨났을 뿐만 아니라 부분적으로 신자들의 그러한 종교적 태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초기 미국 사회에서 지배적인 교파들은 금욕적이고 검소한 의식 절차와 장비로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 한때 거부했던 호화로운 요소를 크게 수용하고 있으며, 이제 모든 사람이 알아볼 정도가 되었다. 대체로 이러한 전개는 신자들의 부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삶이 편안해진 것과 관련이 있으며, 그런 화려한 측면은 부와 명성을 가장 많이 차지한 계층에서 가장 강력하게 추진되었다.


 종교적으로 독실한 태도는 최근 고도로 발달하고 더욱 지속적이고 유기적인 공동체의 산업적 삶의 과정에 더 어울리는 것이 아니라, 약탈적 생활양식과 더 잘 어울리는 인간성의 유형을 보여준다. 이런 태도는 개인 신분에 관한 태곳적 감각, 즉 통제와 굴종 관계를 표현하는 것이고, 따라서 산업 반달의 단계 중 약탈적이고 유사-평화적인 생활양식에는 적합하지만, 현재의 산업적 생활양식에는 맞지 않는다.



제13장 비-차별적 이해관계의 잔존물

 최근에 생겨나와 독실한 종교적 계획에 영향을 미친 이런 이질적 동기를 구체적으로 언급한다면 자선, 친목, 연회 등을 거론할 수 있다. 혹은 더 일반적인 용어로 하자면, 인간적인 유대 의식의 공감의 다양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 또다른 강력한 이질적 요소는, 환경을 두려워해야 하는 무서운 상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의 미학적 일치(환경보호)를 이루려는 태도이다.


 (신인동형론 종교에서 자연은 홍수, 벼락, 천둥, 가뭄, 전염병 등을 안겨주는 무서운 대상이었다. 그러나 후대에 들어와 과학이 발달하고 자연을 잘 보호해야 인간이 더 좋은 삶을 이어갈 수 있고 또 후손에게도 그런 자연을 물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발달했다.)


 전자(미학적 충동)은 자아와 비아(非我)의 대립이나 적대의 지양을 통해 이기심을 제거하지는 못하더라도 제한하려고 하고, 후자(종교적 태도)는 개인의 복종과 통제의 감각으로 자아와 비자아의 대립을 강조하고, 이기적인 관심과 인간 생활의 이타적인 관심 간의 차이를 해설한다. 


 ... (자선행위와 사회개선 사업을 하는 기관) ... 그런 조직에 참여한 구성원은 자신이 금전적으로 명성이 높다는 걸 증명할 수 있고, 또 개선 작업의 대상인 하류층과 자신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자신의 우월한 신분에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 이런 이기적인 사정과 정상 참작을 다 감안한다 해도, 여전히 거기에는 비경제적인 동기가 일부 남아있다. 이런 방법으로 남들과 구분되고 또 좋은 명성을 추가한다는 사실은 비경제적/비차별적 이해관계가 분명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또 그런 이해관계의 타당성을 증명해준다.


 자선행사를 하고 사회개선 사업에 나서는 많은 조직은 수혜자의 이익을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삼지만, 그 목표에만 매진하지는 않는다. 그들이 기울이는 관심은 수혜자의 종교적 행복과 세속적 행복, 이렇게 두 행복 사이에서 갈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 개선 사업을 하는 사람은 대중적 생활의 물질적 환경이나 대중 계급의 사고방식을 잘 알고 있다고 표시해서는 안 된다. ... 저속한 삶을 잘 안다는 오명을 겁내는 이런 모습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결국 점차적으로 사회 개선 사업의 최초 동기를 무시해버리고, 좋은 명성의 지도 원칙을 선호하게 되는데, ... 따라서 오래된 조직에선 하류층에서 삶의 편익을 증진하자는 처음의 동기는 점차 표면적인 것으로 바뀌고, 일반 대중의 삶을 개선시키려는 사업은 쇠퇴하는 경향을 보인다.


 평화를 좋다고 보고 무익함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이런 본능은 여자의 기질에 더 많이 들어 있다.


 이런 "신여성"운동, 그러니까 빙하기 이전의 여자의 지위를 회복하려는 ... 운동에는 적어도 두 가지 인식 가능한 요소가 있는데, 모두 경제적 특성을 갖고 있다.

 바로 "해방"과 "일"이다.


 이런 여성 해방의 요구는 훌륭한 평판에 의해 모든 노동에서 배제되고, 유한계급의 생활과 과시적 소비를 하는 여자들에게서 나온다.


*인간성의 본바탕은 평화, 선의, 경제적 효율성

 그렇다면 어떤 의미에서 신여성 운동은 더 일반적인 인간 특성의 유형이나 인간 본질의 덜 차별적인 표현으로 회귀하는 것이 된다. 



제14장 금전적 문화를 표현하는 고등교육

 유한계급의 편애나 금전적 가치 규범으로 공인된 학문적 계획과 질서는 그 특성이 무엇이든 유한계급에게 이익이 되도록 정해져 있다. 


 학문의 기원과 초기 발달을 감안해 볼 때, 학문은 공동체의 종교적 기능과 다소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특히 초자연적 유한계급이 표현되는 행위인 종교의식과 관련이 깊다. ... 초자연적인 힘과는 끊임없이 협상해야 하고, 그에게 복종을 고백하고 봉사를 하면 선의를 획득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 초기 학문은 초자연적인 힘을 섬기는 데 필요한 지식과 재주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 따라서 그 학문은 그 특성상 가정에서 속세의 주인을 섬기는 데 필요한 훈련 과정과 무척 유사하다.


 학사모와 학위복은 최근 몇 년 동안 중서부 지역의 많은 대학에서 학문적 휘장으로 채용되었다. 예전에 이런 일이 좀처럼 없었다. ... 학사모와 학위복 등 과거 회귀는 공동체의 부가 증가한 시기에 발생하여 많은 학교에 영향을 미쳤다. 


 고등교육을 시행하는 학교의 교장(혹은 총장)을 최근에 성직자 대신 산업의 장이 맡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하지만 덜 뚜렷한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금전전 자격을 갖춘 남자들에게 고등교육 지도를 맡기는 것이다. 


 여성 교육에 대한 대학과 지식인의 태도는, 학문이 어느 정도로 또 어떤 방식으로 성직자 계급과 유한계급의 특권과 태곳적 지위로부터 벗어났는지 보여준다.


 미국의 단과대학과 종합대학들이 일부 종교 교파와 연계되어 있고 또 종교적 의례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실제로 대학 스포츠는 심리적인 토대나 학습 효과 측면에서 대학의 종교적 태도와 많은 공통점이 있다. 


 스포츠 동아리는 주로 단순하게 약탈적 충동을 표출하는 것이지만, 대학 스포츠는 더 명확하게 배타성 - 약탈적 야만인에서 나타나는 큰 특징 - 의 기질을 표현한다. 


 대체로 말해서 지식에 관한 새로운 관점이나 서술은 학교 밖에서 성공했을 때에만 학교 내부에서 지지를 받고 받아들여진다. ... 유수한 지식인들과 고등교육기관들이 모든 혁신을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본다. 과학 이론에서 새로운 관점이나 이탈, 특히 폭넓게 인간관계이 이론과 관련되는 새로운 이탈은 적극적으로 환영하기보다는 마지못해 용인한다는 분위기가 더 강하다. 


 인간의 지식 범위를 넓히는 일에 전념한 사람들은 보통 동시대 지식인들에게 호평을 받지 못한다.


*학문 후원 계급의 기능과 본질

 후원을 받는 학자는 후원자를 대신하여 학술적 의무를 수행하고, 어떤 형태든 대리적 여가가 수행되면 그 주인이 호평을 얻는 것처럼 이런 학문적 대리 관계에서도 후원자는 일정한 명성을 얻게 된다. 추가로 주목할 것은 역사적인 사실이라는 점에서 보면 마이케나스(검색내용 : 로마 공화국과 로마 제국의 정치인, 문예 후원자, 시인)적 관계를 통한 학문적 발전이나 학구적 활동은 주로 고전 지식이나 인문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런 부류의 지식은 공동체의 산업적 효율에 대해서는 오히려 방해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 계급의 품위있는 삶의 규범은 그런 지적 관심을 공동체의 산업적 삶과 관련된 학문 쪽으로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고전적이고 의례적인 학문을 향하도록 유도한다. ... 이 학문들의 관심은 정신적인 흥미나 지적 흥미에서 유례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자신이 처한 지배 관계의 필요에 따라서 실용적 관심을 처리하기 위한 학문인 것이다.


 과학의 각 부문이 개인적 관계나 신분제, 그리고 유한계급의 신인동형론과 명예로운 가치 기준에 벗어나는 정도에 따라 약진의 정도가 결정되었다.


 예전에 초등교육은 주로 유한계급의 규범에 부응하는 것이었고, 그래서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는 근면함을 촉진하는 수단으로 경쟁을 널리 활용했다. 하지만 이런 경쟁 위주의 초등교육 방식은 교회적/군사적 전통을 거부하는 공동체에선 눈에 띄게 줄어드는 중이다. 


 고전적인 어법은 품위라는 명예로운 미덕을 부여한다. 그런 어법은 유한계급이 인정하는 의사소통 방법으로 주목과 존경을 받았고, 따라서 그런 어법을 구사하는 사람은 생산노동에서 완전 면제되었음을 뚜렷하게 보여줄 수 있다. ... 그 어법은 그 자체로 번거롭고 구식이라 익히는데 시간을 허비했고, 또 직접적이고 힘찬 실용 어법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좋은 평판을 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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