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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기쁨

드디어 독자 100명이 되었다.

by 보름달

글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단 한 번도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아는 선생님의 권유로 브런치에 발을 들이게 되었고 글을 올리면서 내가 생각하는 교육에 대해, 육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 주어졌다. 누군가 내 글에 공감의 표시로 하트를 눌러줄 때 설렜던 그 마음은 아직도 여전하다. 교육에 대한 내 철학을 담고 일상에서 마주하는 일과 교육을 연결하여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교육에 대해 생각하고 들여다보는 것은 물론 위로를 받을 때도 많다.


욕심이 안 생겼다면 거짓말이다. 많은 독자가 생기길 바랐고 책을 출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면 하는 욕심은 늘 마음 한 켠에 꽈리를 틀고 있었다. 그러면서 점점 특별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데다가 읽는 대상이 정해진 글이 많이 읽힐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옛날 사람처럼 우직하게 자꾸 기본을 말하고 노력과 정성을 강조하는 쉽게 끓지 않는 못난이 뚝배기 같은 글이 어찌 잘 읽히겠는가. 한동안은 좌절했고 그로 인해 잠시 글쓰기를 쉬기도 했다. 더 쓰면 뭘 하나 싶었다.

그러다 독자 수가 99에서 100으로 왔다 갔다 했다. 브런치 처음 시작할 때 두 딸들에게 독자가 100명으로 늘어나면 작은 파티를 열자고 했던 것을 기억했던지 어느 날, 첫째 아이에게 톡이 왔다. 드디어 100명이라고 축하한다고 좋아하는 차를 선물로 보냈다. 그래서 독자가 99명으로 줄 수 있어서 아직 축하할 때가 아니라 했더니 그래도 우선 기뻐하자고 했다. 순간, 첫째의 절친이 구독을 눌렀구나 하는 느낌적인 느낌이 스쳐갔다. 몇 번에 걸쳐서 진실을 물었더니 저녁에서야 어찌 알았냐고 첫째 아이가 고백했다. 그냥 확실한 독자 100명을 만들어주고 싶었고 엄마가 기뻐하길 바랐다면서 친한 친구가 구독을 눌렀다 했다. 말로는 배신감이 느껴진다 했지만 사실 그 마음이 진짜 고마웠다. 감동이었다. 글쓰기를 격려받았다.


어느 순간, 감사함을 잊었던 어리석을 나를 발견했다. 독자 수보다 중요한 건 내 글을 꾸준히 읽는 독자가 있다는 것이다. 내 글이 읽혀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하더라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약간의 전환점만 되어도 좋은 거 아닌가.

아니다! 그 조차도 욕심이다. 그냥 내게 글을 쓰고 나누는 이 공간이 주어진 그 자체! 누군가는 읽어준다는 그 자체의 소소한 행복을 잠시 잊을 뻔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 이 공간이 그리고 독자분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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