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주담이의 일상
출근길에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잔 사 와서 내 자리에 앉았다. 오늘 해야 할 일을 정리하려는 찰나, 전화가 울린다.
당겨 받기를 누른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흐느끼는 소리. 등골이 싸늘하다.
"거기, ㅇㅇ회사 IR이죠?"
익숙한 저 멘트. 개인 주주일 것이다. 얼른 모니터 화면의 HTS를 본다. 장이 시작하자마자 주가는 또 빠지고 있다.
"네 주주님. ㅇㅇ회사 IR입니다. 말씀하세요."
"...ㅇㅇ회사 망하나요? 좋다고 해서, 주변에서 다 잘될 거라고 해서, 남편 퇴직금 다 쏟아부었는데... 제가.. 전화는 잘 안 하는데... 도저히 너무 답답해서... 거기 IR은 뭘 하고 있나요?"
이른 아침부터 우는 전화는 그나마 다행이다. 아침부터 10원짜리 욕을 패대기로 해대는 지긋히 나이 있으신 남자분들도 많으시니.
나는 대기업 회계팀으로 입사하여 IR이란 업무를 경험한 지 수년째. 올해로 직장인이 된 지 10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대기업 특유의 회계팀 업무 강도가 너무 세고 회계팀 일이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IR이라는 업무에 관심이 생겼다. 같은 층에 있고, 같은 재무 산하였으니 직군을 옮기기도 쉬울 것 같아서.
하지만 이렇게 IR이 감정적으로, 체력적으로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쉽게 시작했을까?
인터넷에 IR을 검색해보면 회계, 마케팅과 같은 그 흔한 추천 책 하나 찾아보기 힘들다.
직업을 탐색하고 계시는 분들, IR 조직으로 오라는 제안을 받아서 IR이 뭐하는 곳인지 궁금하신 분들, 방금 IR조직으로 옮기신 분들, 이 모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