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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 워니네 Nov 29. 2022

4. 화내지 않고 아이를 재우는 방법

2022.11.29.(월)


육아를 하는 사람들은 알다시피 아내와 마음 편히 치킨이라도 뜯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이들을 최대한 빨리 재우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아이들을 재우기 위한 루틴, 작전을 세웠다.

지금까지 첫째와 둘째를 재우기는 아내의 담당이었고 셋째는 내가 따로 다른 방에서 재우는 식이었다. 점점 셋째가 낯을 가리게 되면서 잘 때는 엄마 아니면 죽어도 안된다는 울음의 신호를 보내기 시작할 즈음, 이제 바꾸어 첫째랑 둘째를 아빠가 데리고 자고 셋째는 엄마가 따로 재우며 첫째와 둘째가 잠들면 방으로 들어가겠다는 작전을 세웠다. 잘 시간이 되면 첫째와 둘째를 데리고 침실로 들어간 후 아이들을 양쪽 팔에 눕혀 읽고 싶은 동화책 두어 권을 읽어주고 불을 끈 후 작은 목소리로 내가 기도를 하면 아이들이 잠드는 그런 작지만 나만의 루틴도 만들게 되었다.


점점 첫째와 둘째의 생각과 말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면서 아이의 잠자기 루틴에 ‘아이가 직접 기도하는 시간’을 추가해보기로 했다. 사실 말이 거창했지 사실은 아주 짧은 한 문장을 뱉어내는 시간이었다. 하루를 돌아보며 스스로 생각하고 기도하는 시간이 분명 의미 있는 순간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도 초창기에는 두 아이의 다문 입술은 떨어질 생각을 하지 못했다.

      

“오늘은 소원이랑 희원이가 직접 기도해볼까?”


“아빠가 해줘~”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아이들의 마음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첫째의 입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나님, 아빠 허리 안 아프게 해 주세요 아멘”


그 기도가 얼마나 힘이 되던지, 금방이라도 허리 통증이 사리질 것만 같았다. 그 이후로도 아이의 기도는 좀 더 구체적이고 다양해졌고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이모, 어린이집 친구들을 위해 생각나는 대로 말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주변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달라는 기도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첫째가 그런 기도 문구 앞에 감사의 문구를 추가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내가 했던 기도를 들으면서 본인도 그대로 따라 했던 것 같았다.

    

“하나님, 오늘도 건강하게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가정의 주인 되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비록 그대로 따라 했을지라도 그 감사기도로 나의 헛헛한 마음이 가득 채워지는 듯했다. 둘째 아들은 아직 ‘똥구멍’, ‘응가’라는 단어로 장난치는 개구쟁이이지만 어쨌든 아이들의 맑고 순수한 입술이 감사를 표현하고 있었다.

  

얼마 전 한해의 수확을 감사하는 추수 감사 주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녀를 키우는 것을 비유해서 '자식농사'라고 한다. 아직은 초보 아빠이지만 우리 가정의 '자식농사'에 있어서 아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르칠 수 있는 또 그렇게 기도 할 수 있는 자식농사의 추수감사절이 언젠가는 오리라는 기대를 가지며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잠이 든다. 아니, 아이들보다 먼저 잠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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