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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킴 Dec 19. 2022

한국 배우 200 사진전
(with 한지민 라테)

합정역 - 아트스페이스 합정

지난주의 깨달음을 실행에 옮겼다. 본전을 찾지 않으려는 태도는 일주일 사이 많은 것을 바꿨다. 먼저 수면시간을 줄였다. 새벽까지 책을 읽고 코딩을 공부하고 잠을 거의 자지 않고 출근했다. 타격이 컸다. 다음날 비몽사몽 했다.


돈 쓰는 것을 계산하지 않았다. 처음 보는 사람이건 오랜만에 보는 사람이건 그냥 계산했다. 돈 너무 많이 쓰는 거 아니냐고 걱정받았다. 평소라면 하지 않을 행동이었다. 신선한 자극이었다. 본전 찾지 않을 행동을 계속 찾았다.


"평소라면 가지 않을 곳을 가보자!"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번 주 2호선 목적지는 '합정역'이다. 카페? 식당? 흔했다. 평소에도 갈만한 곳들이었다.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한국 배우 200 사진전'이란 전시회를 발견했다. 오늘까지였다. 완벽했다.



혼자라면 평소라면 절대로 가지 않을 곳이었다. 오케이. 출발했다. 힙한 골목들을 지나 도착했다. 사전 예약을 해야 했다. 남자 혼자 온 건 나뿐이었다. 부끄러움 같은 건 괜찮았다. 마스크가 가려줬다.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1층에서 커피를 팔았다. '배우 라테'를 주문할 수 있었다. 원하는 배우의 이름을 말하면 라테 위에 새겨준다고 했다.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렸다. "박보검 배우님 라테 주문하신 분!" 우렁찬 목소리였다. 받아가는 사람에게 이목이 집중됐다.



수줍은 여자분이 나와 황급히 받아갔다. 이런... 난 방금 한지민 라테를 주문했다. 저렇게 크게 호명할 줄 몰랐다. 주위에 언뜻 봐도 20대 여자들과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보였다. 남자 혼자 와서 한지민 라테를 받는다... 썩 좋아 보이진 않았다.



이미 늦었다. 박보검 때보다 더 큰 목소리가 고막으로 파고들었다. 잠깐 아닌척했다. 소용없었다. "한지민 배우님 라테 나왔습니다!" 다시 한번 울려 퍼졌다. 헛기침을 해볼까. 아닌 척 슬쩍 옆으로 걸어가 볼까. 그냥 빠르게 받아왔다. 나쁘지 만은 않았다. 이뻤다. 내친김에 사진도 찍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갔다. 내려오면서 감상하는 코스였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원래 이런 곳 혼자 많이 다니는 연기가 필요했다. 배우들 앞에서 연기를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완벽한 데이트 코스였다. 



이런 느낌이다. 배우들의 간단한 소개와 함께 사진들이 위치했다. 부끄러움도 잠시였다. 곧 배우들 사진에 집중했다. 분명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낯설었다. 누군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는 건 색다른 경험이었다. 비록 사진일지라도 말이다.


나는 고수를 우리나라 남자 중에 가장 잘생겼다고 생각한다. 이름도 고수다. 완벽하다. 저런 얼굴로 살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해봤다. 머지않아 생각을 포기했다. 애초에 모르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몰랐을 거다. 내가 이런 생각으로 고수 사진을 보고 있을 줄은.



송중기와 송지효 잘생기고 이쁜 건 알았다. 이렇게 보니 수많은 사진들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었다. 실제로 보면 많이 떨릴 것 같았다. 런닝맨에서 보던 송지효는 원래 이렇게 이뻤구나. 게스트를 배려해서 안 꾸민다는 소문이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도 이런 사진을 찍어볼까 생각이 들었다. '다음엔 내 사진을 찍어볼까? 바디 프로필은 찍어본 적 있으니 프로필 사진을 찍어볼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 새롭게 떠오른 생각이니 일단 킵. 여러분께 내 얼굴을 공개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유해진 배우가 좋다. 예전부터 팬이다. 단순히 개그 캐릭터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의 진중하고 솔직한 모습에 한 번 더 반했다. 세월이 갈수록 멋있어지는 남자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한번 만나고 싶은 배우다. 진심이다.




지나가다 헉했다. 이영애 배우와 이연희 배우를 보는 순간 그냥 멈춰 섰다. 사진으로만 봐도 이렇게 이쁜데 만나면 말도 못 걸 것 같았다. 예전부터 신기했다. 이영애 배우는 대체 왜 안 늙는 거지? 정말 산소가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건가? 



방금 전까지 고수가 제일 잘생겼다고 생각했었다. 이 사진 보니 잠시 생각이 흔들렸다. 진짜... 남자가 봐도 잘났다. 잘생겼다. 늘 짜릿할 것 같다. 이름도 잘생겼다. 정우성 배우도 실제로 만나고 싶은 사람 중 한 명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그 아우라가 궁금하다.



드디어 한지민 배우다. 얼떨결에 라테를 고르면서 팬심이 튀어나왔다. 정면 사진인데 아름다웠다. 기회가 된다면 한지민 배우와 간단하게라도 인터뷰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어떻게 연락해야 할지 아무런 방법도, 대책도 없다. 원래 아무것도 모르면 용감해진다.



마지막 층에선 원하는 배우의 프로필과 약력을 뽑아서 통에 넣을 수 있다. 난 한지민 배우를 선택했다. 처음과 끝이 같았다. 많은 여성분들이 박서준과 박보검을 택할 때 혈혈단신 한지민을 외쳤다. 이제 괜찮다. 조금 뻔뻔해졌다.


용감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것도 인연인데 한지민 배우를 만나볼까? 인터뷰를 요청해볼까? 일반 사람들에게도 말 못 걸고 머뭇거린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밑져야 본전 아닌가? 오케이. 한지민 배우님 기다리세요. 


이거 무슨 소리지?


두근두근.


벌써부터 들린다. 


내 심장소리.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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