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포르투, 포르투갈
유튜브에 포르투를 치면 ‘인생 여행지’라는 표현이 담긴 여행 브이로그가 수십 개씩 쏟아질 정도로 포르투는 한국인들 사이에서 떠오르는 여행지이다. 포르투의 매력은 아기자기하고 평화로운 도시의 분위기이다. 포르투는 강력한 한 방이 있는 도시는 아니다. 에펠탑이나 빅벤처럼 유명한 랜드마크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벨베데레 궁전, 루브르 박물관처럼 건축/예술 분야의 기념비적 걸작이 자리해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 강력한 한 방이 없기 때문에, ‘여기에 왔으면 이런이런 곳들을 무조건 가봐야 한다/ 이걸 꼭 두 눈으로 직접 봐야한다’라는 강박에 시달릴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포르투 성당, 동 루이스 다리, 렐루 서점, 상 벤투 기차역 등 포르투에서 사람들이 많이 가는 관광지는 도시를 한 번 산책하기만 하면 대중교통을 타지 않고도 여유롭게 다 볼 수 있다.
그리고 포르투는 길거리 그 자체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도시다. 건물 벽면에 사용된 아줄레주 장식 또는 파랑과 초록 계열의 타일, 싱그러운 나무와 꽃, 나타를 손에 든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사람 없는 시간대를 계산하거나 예약 시간에 맞춰 뛰어갈 필요 없이 느긋하게 도시를 거니는 것, 도시의 귀여운 디테일을 발견해나가는 것, 떠나는 날이 되면 어느 정도는 구글맵을 키지 않은 채 돌아다니는 것이 가능한 도시다. 그야말로 도시를 온전히 내 것으로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조금 더 구체적인 얘기를 해보자면, 맛있는 음식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포르투는 최고의 여행지이다. 디저트인 나타는 너무 유명해서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기본적으로 한국보다 필링이 달콤하고 파이지가 바삭하며, 시나몬과 슈가 파우더를 취향껏 뿌릴 수 있고, 함께 먹을 에스프레소 또한 뛰어나다. 3대 나타라고 하는 나타 가게를 모두 방문해보면서 자신의 ‘최애’ 나타는 무엇인지 찾아보기를 바란다.
디저트뿐 아니라 한끼 식사용 음식도 맛있다. 특히 포르투는 해산물 요리를 잘하기 때문에, 한국인들에게 ‘쁠뽀’라고 불리는 문어요리와 해산물밥을 꼭 시도해보기를 바란다. 문어는 입에서 소고기랑 참치처럼 녹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쫄깃하고 부드러우며, 해물밥은 해장이 필요없을 정도로 한국인이 좋아하는 진하고 얼큰한 국물을 맛볼 수 있다. 본식과 디저트 모두 맛있는 도시를 찾기는 쉽지 않은데, 포르투는 그 어려운 과제를 훌륭하게 달성한 도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포르투는 분명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휴양지에 온 듯이 잔잔한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여행지이다. My Coffee Porto라는 카페에서 루이스 다리와 건물의 빨간 지붕을 구경하거나, 모루 정원에서 버스킹을 들으며 노을을 감상하거나, 렐루 서점에서 특별 에디션의 해리포터 팝업북을 읽어보거나, 볼량 시장에서 아줄레주 장식의 접시를 구경하는 등 작지만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순간들로 여행이 채워지기 때문에 포르투가 많은 이들에게 인생 여행지로 사랑받는 게 아닐까 싶다.
2. 부다페스트, 헝가리
야경으로 명성이 자자한 도시다. ’아니, 그 정도야?‘하며 의구심이 들었지만, 여행한 후에는 야경 하나만 생각하고 와도 될만한 멋진 도시라며 생각을 고치게 되었다. 부족한 표현력으로 최대한 묘사를 해보자면 다른 나라의 야경 불빛은 은은한 노란빛이라면 부다페스트 야경 불빛은 글리터까지 들어간 황금빛이다. 그 유명한 베르사유 궁전의 거울의 방보다 첫인상이 더 화려하고 압도적이다. 메인인 국회의사당뿐 아니라 어부의 요새, 부다 성, 세체니 다리 또한 야경으로 화려하게 빛나기 때문에 밤이 되면 도시 어디로 시선을 돌려도 눈이 즐겁다. 밝게 뜬 보름달이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로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는 부다페스트가 아마 유일할 것이다. 해가 지면 세체니 다리를 갇고, 부다 성과 어부의 요새를 차례로 가고, 마지막에 국회의사당 앞을 가는 코스로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마음껏 감상해보기를 바란다. 사진 찍는 사람들이 가득하여 따로 검색해보지 않아도 저절로 어디에서 어떤 포즈를 취해야 사진이 잘 나오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담은 사진은 여행을 떠난지 한참 지나고 난 후에 꺼내봐도 낭만적으로 느껴지니, 그리고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담은 기념품은 찾아봐도 예쁜 게 별로 없으니, 기념사진도 꼭 남겨놓기를 추천한다.
야경이 압도적이라고 해서 부다페스트가 ‘낮에는 할 게 없는 도시’인 것은 아니다. 개인덕인 감상이기는 하지만, 비엔나의 3대 카페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부다페스트에는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하고 내부가 아름다운 카페가 많았다. 여행지에서 맛있는 커피, 디저트를 먹으며 카페 투어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부다페스트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카페라고 하는 뉴욕 카페 또한 이곳 부다페스트에 있다. 카페와 별개로, 부다페스트에는 온천도 유명해서 관광객들이 세체니 온천에 많이 간다. 절경이 보이는 온천은 아니지만 물이 깨끗하고 시설도 세련되고 쾌적하기로 유명한 온천이며, 무엇보다 해외에서 온천을 가는 것은 특별한 추억으로 남으니 이 공간도 방문해볼 가치가 있다. 밤에는 밤대로, 낮에는 낮대로 각자의 매력을 즐길 수 있는 도시가 바로 부다페스트다. 체코와 오스트리아는 이미 가본 사람이라면 다음 여행지는 부다페스트로 잡는 것이 어떨까.
3. 마요르카, 스페인
오글거리는 표현이기는 하지만, 유달리 ‘여기는 사랑하는 사람(가족/친구/연인)’과 함께 오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여행지가 있다. 바로 스페인 마요르카다. 그래서 네이버 블로그나 유튜브 브이로그를 찾아보면 신혼여행지로 마요르카를 다녀왔다는 여행후기를 많이 볼 수 있다. 팔색조 같은 매력을 지닌 스페인의 섬인 마요르카는 하와이나 발리가 남부럽지 않은 휴양지이다.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수 있었던 청량한 색감의 바다에서 수영을 하거나, 동화책 삽화 같은 아기자기한 소도시를 거닐어볼 수 있다. 스페인의 상징인 화창한 날씨와 맛있는 타파스, 쨍한 색감은 기본 옵션으로 제공되는 상태에서, 아름다운 풍경까지 볼 수 있는 것이다. 바다로는 칼로데스모로 해변이, 소도시로는 소예르와 발데모사가 가장 유명하다. 마요르카에 있는 동안 천국이 있다면 이곳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해변에 발을 담그거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올드타운을 산책하거나, 친구들과 전망 좋은 곳에서 빠에야를 먹으며 근심걱정 없이 행복만 가득한 시간을 보냈다. 왜 지금껏 마요르카를 배경으로 한 여행예능이 없었는지 궁금해질 정도였다. 팔마, 알쿠디아, 소예르 등 섬 내 이동이 제주도처럼 자동차가 있어야 편리하긴 하지만, 당일치기로 마요르카의 특정 지역을 다녀오는 투어가 많으니 운전면허가 없다고 해서 큰 지장이 초래되지는 않는다. 휴양지하면 사람들이 기대하기 마련인 모든 요소, 아름다운 자연, 완벽한 날씨, 다양한 액티비티/체험 투어, 맛있는 음식, 예쁜 도시, 쉴 수 있는 멋진 공간, 모두를 보유하고 있는 도시가 바로 마요르카이니 이곳을 다음 여행지로 정해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