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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좋아한다면 이 유럽 도시로

by 온화


1. 피렌체, 이탈리아

피렌체하면 르네상스 그리고 메디치 가문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를 것이다. 메디치 가문이 예술가들을 적극적으로 후원한 덕분에 피렌체에서 르네상스가 꽃피울 수 있었고, 그 시대의 유산은 피렌체에 현재까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그래서 ‘예술’의 도시를 여행하고 싶은 사람에게 피렌체에 가보기를 꼭 추천하고 싶다.

피렌체가 예술의 도시임을 여행객들에게 단번에 납득시키는 곳은 바로 아카데미아 미술관과 우피치 미술관이다.

아카데미아 미술관은 르네상스의 거장인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을 소장하고 있다. 다비드상 하나만 본다고 해도 일정에 포함할 가치가 충분한 미술관이다. 아카데미아 미술관은 다비드상을 전시관 끝자락에 설치해놓았는데, 복도를 따라 다비드상에 가까이 걸어가는 과정에서 조각의 압도적인 크기와 위엄을 살갗으로 느낄 수 있다. 다비드상 앞에 선 그 누구라도 사람보다 더 사람같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오를 것이다. 근육과 핏줄, 관절과 마디 모두 정교하고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비드상 뒤편에 곡선 모양의 의자가 설치되어 있어 다비드상의 정면, 후면, 측면을 모두 보는 것이 가능하다. 위치와 각도에 따라 더 도드라지게 보이는 신체 부위가 달라지고, 조각이 주는 인상도 미묘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직접 이리저리 다비드상 주위를 돌며 비교해보는 재미가 크다. 다비드상의 모조품이 미켈란젤로 광장, 그리고 베키오궁 앞에 두 개나 설치되어 있는 만큼 다비드상이 피렌체에서 갖는 상징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궁극의 조각을 두 눈에 담을 수 있는 이 도시에 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우피치 미술관 역시 피렌체가 예술의 도시로서의 입지를 공고히하는데 큰 기여를 한 곳이다. 미켈란젤로, 다 빈치, 라파엘로, 보티첼리 등 르네상스의 거장인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방대한 규모의 미술관이다. 미술책이나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던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카라바조의 메두사, 다빈치의 수태고지 같은 작품들을 실물로 볼 수 있는 곳이다. 훌륭한 작품들이 많지만 그 중 압권은 보티첼리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비너스의 탄생 그리고 봄을 보면 옷자락과 꽃잎, 머리카락 한 올까지 섬세한 숨결을 불어넣은 보티첼리의 화풍과 작품 전체에서 우러나오는 우아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에 감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전시된 작품이 하나하나 다 유명해서 간과될 수 있는 지점으로, 우피치 미술관 자체의 건축도 기품 있고 아름답다. 전시관 안에서 작품을 보는 것뿐 아니라 미술관 창문 너머의 두오모를 발견하는 것, 천장에 그려진 그림을 보는 것, ㄷ자 모양의 복도를 따라 걸어보는 것, 미술관과 피렌체 풍경이 이루는 조화를 느껴보는 것 모두 이 미술관에서만 가능한 고유한 체험이다. 예술과 도시를 잇는 명맥의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 바로 우피치 미술관이라고 할 수 있다.


2. 빈, 오스트리아

빈은 밖이 아니라 안에 들어가야 그 진가가 발휘되는 도시라고 생각될 만큼 예술의 중심지이다. 제일 대표적인 것은 음악이다. 고향은 잘츠부르크이긴 하지만, 모차르트는 빈에서 왕성한 음악활동을 했기에 빈을 여행하다보면 그가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작곡한 집을 방문할 수도 있다. 모차르트 하우스의 기념품샵에는 마그넷이나 에코백뿐 아니라 모차르트가 작곡한 음악의 악보와 오르골을 판매하고 있다. 그뿐인가. 빈 무지크페라인에서는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평가받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그리고 빈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는 투란도트, 토스카 등 푸치니의 대표작인 오페라 공연을 볼 수 있다. 2만원에서 3만원대 사이의 저렴한 입석 좌석을 제공하고, 청소년과 대학생의 경우 U27 클럽에 가입시 특정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공연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다. 음악을 향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빈은 매력적인 도시이다.

그림도 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오스트리아 출신 화가인 구스타프 클림프와 에곤 쉴레의 작품을 빈에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장소가 바로 벨베데레 궁전과 레오폴드 미술관이다. 벨베데레 궁전의 경우 클림트의 대표작인 키스를 소장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아무리 미디어 매체를 통해 이 작품을 많이 접했더라도, 실물을 봐야 금빛의 화려함과 패턴의 정교함, 눈을 감고 있는 표정에서 나오는 신비로움, 마음에 스며드는 환희와 행복의 순간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다른 미술관으로 대여되지 않는 작품이니 빈에서는 키스를 꼭 찾아갈 필요가 있다. 키스뿐 아니라, 벨베데레 궁전과 레오폴드 미술관에서는 클림트의 다양한 초상화와 풍경화, 그리고 그의 또다른 걸작인 삶과 죽음을 볼 수 있다. 당연한 소리이지만 클림트의 모든 작품이 키스처럼 금빛으로 반짝이는 것은 아니다. 꽃과 풀더미를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 절제된 색으로 배경과 옷을 표현한 작품 등 클림트의 작품을 보면서의 그의 화풍이 어떻게 발전해나갔는지를 저절로 알 수 있고 나아가 본인은 클림트가 어떤 대상에 시선을 놓았을 때가 가장 좋은지를 알아볼 수 있다.

에곤 쉴레는 클림트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화풍을 가지고 있기에 빈의 예술을 더욱 다채롭게 만든다. 아름다워서 입이 벌어지게 만드는 클림트의 작품과 달리 쉴레의 작품은 다소 충격적이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과장되거나 때로는 왜곡된 인체 및 표정, 상처와 멍으로 얼룩진 앙상한 몸, 치부를 꿰뚫어보는 듯한 강렬한 눈빛, 혹은 극심한 불안 혹은 혼란을 그대로 내비치는 얼굴로 쉴레의 작품은 보는 이의 마음에 파란을 일으킨다. 부드럽고 고상하고 따스한 예술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쉴레의 작품은 신선한 충격을 안긴다. 그동안 정립해왔던 예술이라는 개념을 파괴시키거나, 예술의 지평을 새롭게 넓힌다는 점에서 쉴레의 작품을 감상할 가치가 있다. 레오폴드 미술관은 그의 대표작인 자화상과 함께 쉴레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으니, 이 미술관에 방문하여 빈이 보유한 예술의 진가를 직접 체험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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