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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즈데이가 돌아왔다_시즌 2 리뷰

by 온화

웬즈데이 시즌 2 파트 1 리뷰


웬즈데이식 유머 코드가 시즌 2에서도 살아있다. 웬즈데이는 섬뜩한 말로 주위 사람들을 오싹하거나 무안하게 만들고, 씽은 네일아트를 좋아하며 문제 해결에만 몰두하는 웬즈데이에 삐진다. 고메즈 아담스는 자신의 딸을 다소 기괴하지만 사랑이 듬뿍 담긴 별명으로 부르고, 웬즈데이가 질린다는 듯이 노려보는데도 아내 모티시아와 서로 사랑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쳐다본다. 이니드는 웬즈데이가 아무리 차갑게 응수해도 타격을 하나도 받지 않은 채 더 천진난만하게 그녀에게 다가가고, 동생 퍽슬리는 네버모어 아카데미의 신입생이 될 만큼 자라서도 여전히 웬즈데이 앞에서 꼼짝도 못한다. 웬즈데이를 웬즈데이답게 만들어주는 등장인물 간 별나면서도 사랑스러운 관계성과, 냉소와 잔인함이 디폴트값인 유머가 살아있어서 시청자는 반가운 마음으로 시즌 2를 시청할 수 있다.


시즌 1에서 깊이 다뤄지지 않았던 관계성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시즌 1에서 엄마 모티시아와 주인공 웬즈데이 사이의 묘한 긴장감과 불편한 기류가 존재했는데, 시즌 2에서는 모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 웬즈데이는 자신의 능력이 약해지자 구디의 책 통해 이를 다시 회복하려고 하지만, 모티시아는 구디의 책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잘못된 길로 가버린 동생 오필리아의 전철을 웬즈데이가 똑같이 밟을까 염려하여 구디의 책을 없애려고 한다. 웬즈데이는 자신의 이모인 오필리아에 관한 진실을 알고 싶어하지만 모티시아는 오필리아의 일을 철저히 함구한다. 점점 깊어지는 웬즈데이와 모티시아의 갈등이 어떤 끝을 마주하게 될지가 이 시즌의 새로운 관건이다.


웬즈데이와 타일러의 '급변한' 관계도 주목할 요소이다. 보통 드라마에서는 남녀주인공이 싫어했다가 좋아하는 서사가 펼쳐지지만, <웬즈데이>에는 이 클리셰가 파괴된다. 제법 귀여웠던 시즌 1 웬즈데이와 타일러의 관계는, 타일러가 사실 사람들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하이드며 웬즈데이를 속이려고 연기했다는 사실이 말미에 밝혀지면서 산산조각난다. 시즌 2에서 웬즈데이와 타일러는 아치에너미다. 타일러는 자신을 감옥에 가둔 장본인인 웬즈데이를 죽이려고 하고, 웬즈데이는 자신의 소중한 친구인 이니드의 이름을 함부로 들먹이며 위협하는 타일러에게 독설을 날리며 수감된 채 아무것도 못하는 그의 처지를 가소로워한다. 시즌 2의 끝에 타일러는 혼란스러운 틈을 타 정신병원을 탈출하고 마는데, 둘 중 한 명은 죽어야 끝이 날 것 같은 이 관계가 파트 2에 어떤 종지부를 맞이할지가 관건이다.


시즌 1을 답습하지 않는다. 웬즈데이 시즌 2를 본 사람들이 대부분 공감하는 바인데, 학원물의 색체는 얕아지고 그 대신 추리물의 색체가 진해졌다. 시즌 1에서는 포컵 경주, 까마귀 무도회처럼 그 나이때 학생들의 활발함과 사랑스러움이 묻어나오는 장면들이 많았지만, 시즌 2의 분위기는 확실히 어둡고 시청자가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장면이 많이 없다. 웬즈데이 주인공 자체가 시즌 1보다 더 절박한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자신을 도와준 능력이 사라졌고,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이니드가 죽을 위기에 처했다. 설상가상으로 엄마와의 갈등은 깊어져만 가고,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스토커까지 생겼다. 까마귀를 조종하는 범인을 찾아내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 마주하는 사람들-교장 선생님, 음악 선생님, 정신병원 직원- 모두 어딘가 꺼림칙하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웬즈데이는 이니드를 지키고 의문의 까마귀 공격에 의한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기괴한 사건 뒤의 배후가 누구일지, 가장 취약한 상태의 웬즈데이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관한 궁금증이 시청자로 하여금 웬즈데이 시즌 2를 정주행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악인의 캐릭터성을 신선한 방식으로 설계했다. 네버모어 아카데미에 다니는 학생들은 특수한 능력-늑대인간, 사이렌, 고르곤, 투명 인간-을 지닌 사람들로, '별종'(Outcast)이라고 불린다. '특수한 집단'이 주인공일 때 보통 창작물은 별종이 일반인과 다르기 때문에받는 차별이나 억압을 다루거나, 별종을 위험의 대상으로 인식한 악인이 별종을 없애려고 시도하면서 발생하는 위기를 다룬다. 하지만 웬즈데이는 새로운 길을 택한다. 별종의 특수 능력을 탐하는 악인을 등장시킨 것이다. 시즌 2의 흑막은 일반인이였지만 별종을 정신병원에 감금하고 착취시킴으로서 자신에게 별종의 능력을 주입하는 데 성공했다. 동물, 특히 새를 부릴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악인은 까마귀로 웬즈데이를 감시하고 사건의 진상을 찾아내려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살해한다. 웬즈데이 세계관 속 평범한 인간과 별종 사이의 관계를 색다르게 풀어낸 것이 시즌 2에서 인상적인 바였다. 시즌 2의 '수상한' 신규 등장인물 중에서 흑막처럼 본래는 일반인이였지만 부당한 방법으로 능력을 탈취하여 태생부터 별종인 사람처럼 행세하는 자가 있을지가 파트 2의 새로운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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