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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화 Jul 03. 2024

Emerson College

Part 1. 출입처-On the Record

내 안과 밖으로 열려 있다면

그 무엇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진정성이 담긴 프레젠테이션

테드 강연을 들은 것만 같았다. 화려한 디자인이 아닌 이상 발표자가 ppt의 제목 슬라이드만으로 청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는 힘들다. 하지만 교수님께서는 프레젠테이션의 제목만으로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데 성공하셨다. <나의 고려대 후배들에게>, 교수님께서는 오랜 시간 고민하다가 머나먼 타지로 온 후배들을 환영하기 위해 이 제목을 지었다고 하셨다.


교수님께서는 PR 분야의 석학이기 이전에 <셀프 브랜딩> 전문가셨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한 필요조건은 내가 누구인지를 이해하는 것임을 교수님께서는 강조하셨다. 15개의 질문에 답해보기, 나를 5가지 키워드로 소개하기, 나의 인생 곡선 그려보기 등 교수님께서는 다양하고도 체계적인 방식으로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말씀해주셨다. 특히 자신의 롤모델은 부모님이며, 대학에서 가장 즐거웠던 경험은 GT 학보사였다는 점이 나와 같아서 교수님과 내적 친밀감을 쌓아갈 수 있었다.


교수님의 자기소개에는 노력과 성공만 담기지 않았다. 노력했지만 실패한 경험과 운이 잘 따라서 성공한 경험을 말씀하신 교수님은 스스로 걸어온 비포장도로를 꽃길로 포장하지 않는 진솔한 분이셨다. 

구체적으로는 대학원에서 낙제에 가까운 점수를 받고 방황했던 이야기, 유능한 지도교수를 만나서 박사 과정에 많은 도움을 받았던 이야기, 아직까지도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장벽을 극복하려고 고군분투한다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말씀하셨다. 그렇기에 긍정적인 마인드셋, 회복탄력성, 네트워킹, 새로운 생각과 경험에 개방적인 태도가 타지에서 커리어를 쌓아가는 데 필수라는 교수님의 조언에는 강력한 설득력이 있었다. 


교수님께 나를 소개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스스로를 글, 책, 관찰, 수집, 사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발표했다. 교수님께서는 글쓰기는 비판적 사고와 자아 성찰의 도구이기에, 가장 기초적이면서 중요한 역량이라고 말씀해주셨다. 테크 기업을 방문하면서 데이터 역량, 디자인 실력, 창의적 사고 그 무엇도 없는 나 자신이 볼품없게 느껴졌지만, 글쓰기 실력을 갈고 닦으라는 말씀 덕분에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소셜미디어와 사회적 책임의 공존은 가능한가?

이어서 우리는 교수님의 연구에 대한 설명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교수님의 연구 분야는 ESG 브랜딩(지속가능성 확보 방법), 젠지 시대 디지털 마케팅 (젠지 세대가 소셜 미디어 상의 마케팅 전략에 반응하는 방식),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의 영향력(설득적 메시지가 브랜드와 사용자가 간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최근에는 sharenting과 마케팅의 챗봇 활용 양상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하셨다. 


전자의 경우 sharenting은 소셜미디어 현상을 너머 미디어 법과 윤리와도 연관된 현상이기 때문에 가치 있는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가 미성년 자녀의 동의 없이 육아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행위는 아이의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하는 위법행위인지, 해당 게시물에 관해서는 아이의 정보 삭제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지를 쟁점으로 사안을 연구하면, 향후 온라인 프라이버시 정책을 구축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자의 경우 챗봇이 홍보 문구를 인간 마케터에게 추천하는 시대가 도래한 만큼, 챗봇의 역할이 마케팅과 세일즈 전반으로 확장할 것이라는 교수님의 전망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고, 챗봇의 잠재력을 탐구하는 연구가 시기적절해 보였다. 다만 이용자의 챗봇 과의존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루어지기를 바랐다. 물론 마케팅은 기업의 이윤 창출이라는 사익을 충족하는 것을 가장 중시하지만, 책임성과 안전성 또한 간과될 수 없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를 보장하는 것, 다시 말해 공익과 사익이 공존하게 만드는 것이 미디어학의 존재 이유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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