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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화 Jul 04. 2024

MIT Media Lab

Part 1. 출입처-On the Record

배움을 묵시지에서 명시지로 전환하다

우리는 integrated design (융합 디자인)을 공부하는 박사님으로부터 ‘Make Learning Visible’ 연구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한국어로 직역하자면, ‘배움을 눈에 보이게 만든다’이다. 

예로부터 배움은 학습과 경험을 통해 개인에게 체화되지만, 겉으로 타인에게 명확하게 표현되기 어려운 것으로 간주해 왔다. “Make learning visible은 주관적인 배움을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형식화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연구라고 박사님께서 말씀하셨다. 


배움은 무형적인 형태라는 통념을 깨뜨리고, 이를 명시지로 변환하려는 박사님의 시도가 대담하면서도 획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사님은 학생들이 공부를 하면서 중요한 깨달음을 얻는 순간인 ‘아하 모먼트’를 연구하고 계셨다. 성취감으로 입가에 퍼지는 미소, 놀라움으로 확장되는 동공, 무의식적으로 터져 나오는 얕은 탄식이 아하 모먼트의 일반적인 표식이라고 박사님은 설명하셨다. 학생들이 배움의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 포착된 방대한 영상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박사님께서는 아하 모먼트의 종류와 특징을 분석하셨다.


깨달음을 입증하는 기술의 부재는 학생과 선생님의 원활한 소통과, 학생의 성공적인 배움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되어왔다. 다시 말하자면 여태껏 교육에서 ‘학생이 내가 가르친 내용을 과연 잘 이해했을까?’하는 선생님의 불안함과, ‘내가 선생님이 가르치신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 게 맞을까?’하는 학생의 아리송함은 찜찜해도 ‘대충 넘어가기’ 외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이러한 막연함이 깔끔하게 해소된다는 측면에서 ‘Make learning visible’ 연구는 학생 교육에 중요한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과 학생 간의 상호작용에 아하 모먼트를 판별하는 기술을 새로 도입함으로써, 학생은 자신의 학습 상태를 정확히 인식하고, 선생님은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완벽한 기술은 없기에, 해당 아하 모먼트 연구에서도 문제와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가령 해당 기술은 학생들이 연기로 꾸며낸 ‘거짓’ 아하 모먼트를 ‘진짜’ 아하 모먼트와 구별하지 못하거나, 특정 인종과 성별의 학생들의 아하 모먼트로 편향된 데이터셋을 학습함으로써 차별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는 비판적인 질문을 통해 연구를 개선하고 보완할 방법을 박사님과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활발했던 질의응답은 알고리즘과 데이터셋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모든 기술 개발 연구에서 보장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특히, 뇌과학과 교육학의 융합적인 접근을 통해 인간이 무언가를 이해하게 되는 원리를 밝혀내는 것과, 순간의 깨달음을 장기적인 통찰력으로 발전시킬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아하 모먼트 연구의 미래 과제임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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