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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화 Jul 04. 2024

MIT Media Lab

Part 1. 출입처-On the Record

로봇이 배움의 지평을 드넓히다

다음으로 우리는 human robot social integration을 공부하는 Huili Chen박사님으로부터 Socially intelligent machines 연구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패러다임을 뒤집는 발상을 하신 Eden Adler 박사님과 달리, Huili Chen 박사님은 패러다임을 정교화하는 사고방식으로 소셜 로봇을 연구하셨다. 


박사님의 첫 번째 문제의식은 ‘인간과 로봇의 상호작용에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요소’였다. 인간과 로봇의 상호작용에서 연구자들은 로봇에 주목해왔다. 하지만 인간의 성격, 가치관, 소통이 이루어지는 문화적 배경 또한 결코 간과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요소이다. 심리학, 사회학, 인문학의 이론을 적용하여 인간과 로봇 상호작용의 복잡한 역학을 분석하고, 인간의 총체적 경험을 밝혀내려고 한다는 박사님의 설명을 들으며, 나는 학제성이 소셜 로봇 연구의 근간을 이루는 지적 이념임을 깨달았다. 


박사님의 두 번째 문제의식은 ‘로봇은 인간의 학습 도구로 쓰이지만, 그 이상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지 않을까?’였다. 문제를 풀고 맞추는 활동만으로 개인이 유의미한 배움을 얻는 것은 아니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이라서 지루한 상태와, 너무 모르는 내용이라서 불안한 상태 사이, 한 개인이 적절히 어려운 난도의 과제에 도전하며 몰입하는 상태가 최적의 학습 효율을 이끌어낸다. 이 상태의 학문적인 정의는 바로 ‘Flow zone’이며, 박사님은 인간이 ‘Flow Zone’에 진입하고, 머물도록 하는 것에 로봇이 도울 방법을 연구한다. 로봇을 통한 교육에 flow zone model을 접목하는 시도는, 로봇이 인간의 페이스 메이커가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안겼다.


박사님의 세 번째 문제의식은 ‘로봇이 비영어권 가정 자녀의 영어 교육을 도울 수 있지 않을까?’였다. 기존 연구는 로봇의 학습 보조가 이루어지는 장소를 학교로 국한해 왔었다. 하지만 선생님의 수업만큼 어린이의 정서와 인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부모의 가르침이다. 따라서 소셜 로봇의 활동 영역을 집으로 확장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박사님의 생각은 누구나 그 중요성에 공감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또한 박사님은 가정에서 소셜 로봇은 학습 능력 향상을 넘어, 아이의 사회화와 문화적 적응을 도울 수 있다는 인상적인 분석을 제시했다. 열악한 환경 혹은 불합리한 조건 때문에 배울 권리를 보장받기 어려운 사람들이 존재한다. 박사님의 설명을 들으며 필자는 그동안 로봇을 개인이 목표에 더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도달하도록 돕는 촉진제로만 여겼던 것을 반성하게 되었고, 로봇이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는 동시에 교육의 공정성과 다양성을 함양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향후 연구의 중요 과제임을 깨달았다.



로봇이 참여하는 교육의 미래를 그리며

종합하여, Personal robots lab 방문은 교육 분야에서 이뤄지는 로봇과 인간의 소통에 관한 3가지 중요한 깨달음을 안겨주었다. 

첫 번째, 인간과 로봇의 상호작용이 일차원적이고 고정적인 방식이 아닌, 다차원적이고 유동적인 방식으로 이뤄져야 교육의 질적 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 

두 번째, 로봇은 Demonstrator(시연자), Moderator(관리자), Relational Playmate(동반자)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인간의 학습을 도울 수 있다. 

세 번째, 연구자는 전체론적이고 간학문적인 접근을 통해 로봇이 인간의 배움에 기여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로봇이 인간의 교육에 점진적으로 통합되는 시대에서, 미디어 전문가는 로봇 교육 연구의 지평을 넓히고, 로봇과 인간의 상호작용에 관련한 사회적 담론을 활성화하는 노력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덧붙여 최근 장애 학생 교육과 노인 재사회화 교육에 관한 미비한 관심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다. 탐방으로 획득한 인사이트를 자양분 삼아, 로봇이 어린 학생들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더 많은 사람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방안을 강구한다면, 우리는 연구실이 중시하는 가치를 직접 실천하는 주체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입식 한국 입시 교육으로 인해 ‘암기하는’ 공부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었던 나에게, 경계의 바깥에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사람들이 당연시하는 관습을 깨뜨리고, 새로운 영역으로 발을 내딛는 연구진들의 모습은 큰 영감을 주었다. 


비판적이고 진취적인 탐구정신을 장려하는 MIT Media Lab의 풍토는, 내게 관심 분야에 열정을 발휘하고 정성을 들이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안겼다. 미디어 전공자들이 인간 로봇 커뮤니케이션에 일으킬 혁신을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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