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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화 Jul 04. 2024

Rutgers University


Media Representation

럿거스 일정의 마지막은 교수님 수업 참관이었다. 나는 보스턴과 MIT 대학교 담당이었기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우리 루키스 일행 중 일부는 수업 시간에 럿거스 대학생들 앞에서 주제 발표를 진행했다. 교수님께서 사전에 주제를 공지하셨는데, “한국 드라마에서 직업이 묘사되는 방식이 어떻게 변했는가?”였다. 

발표를 통해 한국인인 내가 오히려 새롭게 알아가는 사실이 많았다. 한국드라마는 의료인과 법조인과 같은 전문직이 많이 등장하며, 사회 문제를 비판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서사를 통해 동경을 자아내는 양상에서 차츰 실제 일상과 맞닿아 있는 서사를 통해 공감과 위로를 주는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흥미로웠다. 


친구들은 발표에서 풍부한 사례를 들어주었다. 특히 나는 사교육 강사가 주인공인 ‘일타 스캔들’ 사례를 통해 한국의 변화하는 직업관을 드라마가 반영하고 있음을 실감했고,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하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사례를 통해 한국 드라마가 다루는 직업군이 다양해지고 있으며, 드라마가 직업환경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는 순기능을 발휘할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업순위와, 당해 유행한 드라마 작품 간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자료를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미디어 콘텐츠가 인물과 배경을 재현하고 묘사하는 방식은 수용자의 인식과 태도에 영향을 끼친다. 사실과 허구의 교직, 과장 및 축소의 기법이 사용될 수 있지만, 콘텐츠가 현실을 지나치게 왜곡하거나 시청자의 인지적 편향을 부추겨서는 안된다. 럿거스의 수업 참관은 미디어가 현실을 반영하거나 가공하는 방식을 주의깊게 살펴보고 점검하는 태도가 필요함을 우리에게 일깨워주었다. 


커리어와 아카데미아를 넘나들며

우리는 럿거스에서 일하고 계신 한국인 교수님들과 대담을 나눴고, 교수님들께서는 진로고민이 한창인 우리에게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들을 건네주셨다.


첫째는 학문과 실무 중 고민이 된다면 실무에 먼저 뛰어들라는 조언이었다. CJ에서 PD로 근무하시다가 rutgers에서 문화콘텐츠를 연구하게 된 교수님, 네이버 홍보실에서 근무하시다가 rutgers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게 된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었다. 실무에는 나이 문턱이 있지만, 학문은 언제라도 진입할 수 있고, 실무에서 쌓은 경험이 학문에서 중요한 ‘소스’로 작용한다고 강조하셨다. 무조건 학문 혹은 실무 중 하나만 택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의 이분법적 사고가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


둘째는 수업 시간에 최선을 다하라는 조언이었다. 언제 어떻게 우리에게 교수님의 추천서가 필요한 상황이 닥칠 지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추천서’가 평가의 중요한 자료가 된다. 교수님께서는 수업에서 학생의 학업 참여도와 성취도를 바탕으로 못한 점은 못했다고, 잘한 점은 잘했다고 있는 그대로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추천서를 쓰신다. 학생을 추천한다는 것은 곧 자신의 명예를 거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상시에 잘 하는 성실한 태도‘가 언제나 중요함을 교수님께서 강조하셨다.


셋째는 네트워킹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조언이었다. 교수님과 관심 분야의 현직자를 ‘하늘의 별’ 같은 멀고도 두려운 존재로 간주하지 말라고 하셨다.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메일을 보내고, 고민이 있으면 면담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한다. 우리를 인솔하는 교수님께서도 ‘우리는 학생이 먼저 다가오면 고맙고,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어한다’고 말씀하셔서 놀랐다. 그동안 도움 요청을 항상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는 것, 부담을 주는 것으로 동일시하며 부탁을 꺼려왔지만, 앞으로는 먼저 용기를 내서 ‘reach out’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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