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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화 Jul 06. 2024

MoMA-뉴욕 현대미술관

Part 2. 편지-Off the Record

친구야, 사실 고민을 많이 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뉴욕 현대 미술관 모두 가고 싶은데, 일정상 한 군데밖에 못 가는 거야. 후회 남지 않을 선택을 하기 위해서 뉴욕 미술관 블로그 리뷰글을 샅샅이 읽었어. 결국 미술관 건물 자체가 멋져보였고, 내가 보고 싶은 작품들이 많아서, 그리고 무엇보다 디자인 스토어가 멋져보여서 뉴욕 현대미술관을 선택했어. 너라면 어떤 선택을 내렸을까. 나와 같았을까? 그래도 MoMA보다는 가십걸과 레이니 데이 인 뉴욕 촬영지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뉴욕 현대 미술관은 색을 참 잘 쓰는 것 같아.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나의 빈약한 어휘를 너그럽게 용서해주라.) 자아가 강한 색들의 조합이 이질적이지 않고 오히려 탁월하게 어우러져. 미술관 티켓과 매장에서 모마의 대담한 색조합이 두드러졌어. (수집을 왜 하냐고 타박하던 내 부모님이 MoMA 티켓은 버리지 말고 꼭 다이어리에 붙여 놓으라고 할 정도면, 할 말 다 했지 뭐.) 


특히 내게는 분홍색과 초록색, 노란색과 빨간색, 살구색과 파란색의 조합이 제일 인상적으로 다가왔어. 모마의 색상 팔레트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색에 심혈을 기울였던 네가 생각이 나. 도자기에 네가 원하는 색을 입히기 위해 직접 유약을 만들기도 했었잖아. 너는 MoMA의 색채 감각을 어떻게 생각했을지, 너의 작품에 어떻게 활용했을지 자꾸만 궁금해졌어. 


현대 미술관의 4층과 5층에 유명한 작품이 모두 모여 있었어. 빈센트 반 고흐, 프리다 칼로, 폴 고갱, 모네 , 앤디 워홀. 미술 교과서에 실린 작품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이 MoMA 6층에 옹기종기 모여 있더라고. 네가 전시를 보면 체력이 엄청나게 소모된다고 말했잖아. 달리 옆에는 몬드리안, 몬드리안 옆에는 피카소. 유명한 화가의 작품이 계속해서 나타나는 MoMA는 잠깐이라도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안되는, 그렇기에 가장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미술관이야. 


복제품이 미디어에 차고 넘치는데도, 모마에 전시된 작품에는 원작만이 지닌 아우라가 풍겨 나오고 있었어. 특히 나는 앙리 마티스의 <춤>과 마르크 샤갈의 <마을과 나>라는 두 작품이 기억에 남았어. 네 추천으로 김환기 작가의 작품을 봤을 때처럼 내가 작품에 완전히 압도당하는 느낌이랄까. 어울려서 춤추는 사람들의 움직임에서 느껴지는 역동성과, 서로를 응시하는 염소와 사람의 눈에 담긴 따스함이 사람을 울컥하게 만들더라고. 시간이 더 있었다면 전시회장 내부의 소파에 앉아서 그 작품을 하염없이 들여다 봤을거야. 너한테도 그런 작품이 있었을까 궁금해.


모마 디자인 샵에는 예쁜 상품이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예술가의 말이 적힌 굿즈가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어. “A certain blue enters your soul.” “You don’t save your soul just painting everything white.” “I found that I could say things with color and shapes that I couldn’t say in any other way.” 예술에 대한 본인만의 철학, 세상을 남들과 다르게 바라보는 특별한 시각이 잘 드러나는 시적인 문장이라서 멋지다고 생각한 것 같아. 특히 ‘I am interested in restless ideas’의 경우, 늘 새로운 영감을 떠오르는 너와 꼭 들어맞는 문장이라고 생각해서 아무 망설임 없이 너를 위한 선물로 골랐어. 너와 왔다면 나에게는 어떤 문장을 추천했을지 궁금해지네. 


의도한 것도 아닌데 모든 감상의 끝이 너에게 던지고픈 질문으로 끝나. 미술관에 가면 너를 생각할 수 밖에 없어. 내게 미술관의 매력을 알려준 사람이 바로 너니까. 혹시 기억나니. 나 입시 끝난 기념으로 우리 만났을 때, 네가 나를 국립현대미술관에 데려다줬잖아. 그 경험을 계기로 나는 미술관에 입문하게 되었어. 네가 좋다고 추천한 전시를 같이 가고, 네 설명을 통해 작품을 감상하면서 세상을 보는 내 안목이 점차 넓어진 것 같아.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작은 디테일을 포착하고, 생각과 감정을 표현해보는 방법을 연습하는 느낌이랄까. 나중에는 혼자서 전시를 보러다니는 것 또한 즐기게 되었어. 오랜만에 만나서 얘기를 나눌 때 우리 둘이 같은 전시를 따로 보러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통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


미국 교환학생을 지원한 너도 가까운 미래에 이 공간에 오게 되겠지? 벌써 네가 옆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 너무 좋은 미술관이니까 최대한 많이 오고 최대한 오래 머무르기를 바랄게. 내가 처음에 너에게 전시를 혼자 보는 것의 매력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너는 스스로의 호흡에 맞춰 전시를 감상하며, 오롯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어서 좋다는 말을 했던 것 같아. 나중에 나한테 MoMA의 감상을 공유해줘. 너의 시선으로 담아낸 MoMA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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