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인 '나'에 대한 고찰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 사수가 나에게 해준 말이 있다.
“나는 널 기술적으로 이끌어 줄 수 없어. 그렇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개발자가 되는 방법을 알려 줄 수는 있을 것 같아. 어떤 개발자가 될지는 너의 선택에 달렸으니 앞으로 잘 생각해 봐야 해!"
처음엔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고 크게 담아두지도 않았다. 그저 개발자로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는 사실이 중요하고 기뻤을 시기였기 때문에 다른 사실은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랬던 나도 점점 연차가 쌓여가며 여러 유형의 개발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들과 이런저런 대화들을 나누며 느낀 것은 다들 ‘개발’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을 때쯤 이전에 선배가 해주었던 이야기가 머리에 다시 떠오르게 되었다.
5년 차 개발자로서 어떤 개발자가 될 것인가 고민하고 있는 시점에서, 지금까지 내가 경험하고 느낌 ‘개발 바닥’에 존재하는 개발자는 크게 3가지 유형이다.
개발을 잘하는 개발자
흔히 말하는 너드 형 개발자
기술 자체에 대한 지식과 자신의 숙련도를 올리는 것에 의의를 두며, 많은 시간을 할애함
오픈소스 컨트리뷰트, 프레임워크 제작 등 기술에 대한 연구를 즐김
일 잘하는 개발자
개발은 다른 직군처럼 직업의 하나일 뿐이야!
회사의 일원으로 주어진 개발 업무를 묵묵히 해나가는 타입.
대부분의 직장인 개발자들이 여기에 속하게 됨
문제 해결을 잘하는 개발자
뚝딱이형
개발을 본인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도구로 사용
기술적 우아함보단 실제 사람들이 사용 할 한 프로덕트를 만드는 것에 집중
“세 가지 유형의 개발자 중 어떤 유형의 개발자가 더 나은 개발자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릴 순 없다. 단지 서로 집중하고 있는 부분이 다를 뿐이다. 그러나 스스로가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모르는, 즉 아무 유형에도 속하지 않는 개발자라면 앞으로의 개발 인생이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흔히들 개발자의 종착지는 치킨집 사장이라는 자조적인 말이 있는데, 이는 어떤 개발자가 될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기 때문에 생겨난 말이 아닐까? 충분한 고민만 있었다면 치킨 집 사장도 개발 인생 계획의 일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어떤 유형의 개발자가 되고 싶은 걸까?”
<GRIT>이라는 책을 보면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많은 사람들이 ‘의식적인 연습'을 통해 큰 성장을 이룬다고 한다.같은 일을 하더라도 의미 없이 반복적으로 일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앞으로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며 스스로에게 피드백을 줄 때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발 인생을 시작하자마자 내가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 알게 되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의식적인 개발을 지속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6년 차 개발자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에서야’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조금 아쉬울 뿐이다.
하지만 박 선생님의 말처럼 ‘지금이라도' 당장 내가 어떤 개발자인지 고민해 보고, 의식적인 개발을 하는 연습을 시작해야겠다.
시간을 들여 자기 객관화를 통해 목표를 설정해 놓는다면, 약간 방향이 틀어지더라도 금세 원래 자리를 찾아갈 수 있다. 혹은 대단한 것은 이루지 못할지라도 최소한 ‘지금 내가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와 같은 현타, 후회 등은 겪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