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팀 심사위원님, 당신은 누구십니까?
출처: 개인 메일, 브런치 팀 (https://brunch.co.kr/)
우선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참패였다.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인 브런치의 심사위원이 보기에 내 글은 아직 작품이 아니었다 보다. 나의 글쓰기 솜씨가 부족한 것인지, 자기소개서가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인지, 잠깐 딴생각을 하시다가 내 껀 보지 못하고 넘긴 것인지, 이유도 모른 채 거절당하였다. 혹시 자기소개서나 첨부 자료가 조금 부족했나 싶어, 또는 잠깐 졸다가 실수로 못 보고 지나친 것일 수도 있으니 내용을 조금 바꾸어 다시 신청해보았다.
출처: 개인 컴퓨터 화면
편지를 써서 조금 더 진심을 보이면 달라질까 싶었지만, 2번째 실패. 연애로 따지면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는 신호였다. 다시 거절 메일로 돌아가 자세히 읽어보았다.
브런치에서 좋은 활동을 보여주시리라 판단하기 어렵다
"좋은 활동"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좋은 글을 말하는 게 아닐까? 아마 신청서 내용보다는 내가 쓴 글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과연 어떤 글이 좋은 글일까. 좋은 글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내 글을 읽고 심사하는 브런치팀 직원의 마음만 움직인다면 작가 신청을 받아주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마치 연애와 같다. 아무리 잘 생기고 예뻐도, 아무리 착하도 유머러스하더라도, 아무리 좋은 차와 좋은 집을 가지고 있어도 한 사람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사람과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처럼.
나는 지금 브런치팀 심사위원과 연애를 해야 한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나이는 몇 살인지, 파스타에 와인을 좋아하는지 삼겹살에 소주를 좋아하는지, 소주보다는 맥주인지, 술보다는 커피를 좋아하는지,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지 라테를 좋아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다. 오로지 나의 글 하나로 그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것이다. 심사위원이 한 사람인지, 매 번 바뀌는지, 만약에 바뀌지 않는다면 나는 그분이 퇴사할 때까지 작가로 데뷔할 수 없는 건지, 너무 궁금하지만 알아볼 방법이 없다. 입장을 바꿔도 마찬가지로, 그분도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니 생각해보면 불공평한 관계는 아니기도 하다.
단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계속 글을 써가며 그분을 설득하는 일이다. 다행히 횟수 제한 없이 재신청할 수 있기에 망정이지, 만약 실제 연애 상황이었다면 스토커로 신고당해 철창신세를 졌을 것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브런치 본사 앞에 찾아가 그분을 찾아내 이것저것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그럴 수 있는 환경이 아닐뿐더러, 작가로서 내 글에 대한 자부심을 잃어버리는 행위이다. 브런치만이 집필 활동을 이어나갈 수 유일한 공간은 아니지만, 궁금한 건 어떻게 해서든 알아내려는 내 성격 탓인지 그분의 마음을 얻어낼 때까지 도전할 생각이다.
연애를 한지 꽤 오래되긴 했나 보다. 마치 이 모든 과정이 새로운 사람에게 연애편지를 쓰는 것 같기도 하다. 실제 연애를 할 때도 가끔씩 편지를 쓰곤 했는데, 이번처럼 일방적으로 짝사랑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분들도 연애 중이거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오랜만에 편지 한 통 써보는 것은 어떨까. 적어도 상대도 모르고 편지를 쓰는 나보다는 훨씬 더 좋은 반응을 기대할 수 있으니 말이다.
우선 한 번만 더 도전해보고 그때도 실패하면 스토커로 신고당하기 전에 아예 계정을 바꾸어 새로운 사람인 척하고 새로운 글로 신청해야겠다.
세 번째 연애편지 전송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