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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스므 Feb 17. 2023

[NZ 17] 삼총사

뉴질랜드, 오클랜드

[전 세계 고양이와 집사들을 만나보겠다고 혼자 떠난 세계여행은, <고양이를 여행하다>라는 매거진으로 발행해 하루 1개의 일기와 그림일기로 정리했다. 그 요약본은 <고양이도 통역이 되나요>라는 브런치북으로 발행했고. 마지막 나라인 뉴질랜드는 더 이상 고양이를 만나기 위한 여행이 아니었기에 <두 번째 뉴질랜드>라는 새로운 매거진으로 정리 중]




그녀를 만났다. 25년간 이메일과 편지로만 소식을 주고받았던 내 친구 '토모꼬'를.


우린 서로를 꼭 껴안고, 한참을 있었다.


긴 세월의 흔적이 흰머리로 남았는 친구를 보는 순간, 와락 눈물부터 쏟아졌다. 우리의 사연을 다 들어서 알고 있던 H도 옆에서 사진을 찍어주며 훌쩍거린다.


쫑쫑 땋은 삐삐 머리를 하고 동그란 안경을 끼고 늘 웃음이 많았던 토모꼬.


흰머리 몇 가닥을 제외하면 그녀는 변한 게 별로 없었다


토모꼬는 내 첫 번째 뉴질랜드 살이에서 나와 가장 친했던 삼총사 중 한 명이다. 또 다른 친구 '테쯔요'는 나고야 인근에 사는 터라 적어도 몇 년에 한 번씩은 서로의 얼굴을 봐왔지만, 결혼 후 뉴질랜드에 정착해 버린 토모꼬는 정말 우리가 헤어진 뒤 처음 얼굴을 보는 거였다.


당시에 그녀는 일본에서 간호사 일을 하다가 여행도 할 겸, 영어도 배울 겸 잠시 휴직계를 내고 뉴질랜드를 찾았었다. 그녀가 사라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했던 이유로 우리는 급 친해졌다. 내가 사라의 집을 떠난 바로 직후, 내 방에 묵은 사람이 바로 그녀였던 것이다.


그녀는 일본으로 돌아가기 직전 남섬으로 떠났던 배낭여행에서 영국인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고, 그와 결혼해 지금은 아이 셋을 낳고 웰링턴에 살고 있다. 간호사 일을 계속하다가 지금은 요양병원쯤 되는 곳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한다는데 나를 만나기 위해 휴가를 내고 오클랜드까지 와 준 것이다.


다운타운의 한적한 뒷골목에서 우린, 25년 전으로 타임머신을 탔다


우리가 그 긴 세월 동안 한 번도 만나지 않았음에도 지금껏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었던 건, 테쯔요의 공이 크다. 둘은 나이도 비슷했고 같은 일본인이라 토모꼬가 가끔 친정을 방문하면 만나기도 했던 건데 그럴 때마다 사진을 찍어 나에게 보내주었다. 물론 테쯔요와 내가 만날 때도 토모꼬에게 우리의 사진을 보냈다.


그렇게 테쯔요를 중심으로 우리 셋은, 뉴질랜드에서의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갈 수 있었다.


M이 떠나던 날, 너무 울어서 학교도 갈 수 없을 때 수업도 팽개치고 기숙사까지 찾아와 준 것도 두 사람이었고 며칠 뒤 M 대신에 끌어안고 자라고 곰인형을 사 준 것도 그들이었다. 이 인형은 세탁까지 해가며 지금도 가지고 있는데 도저히 버릴 수가 없다.


얼굴은 동안이지만 이래 봬도 25살이에요


25년의 세월을 업데이트하기에 우리의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녀 특유의 웃음소리를 코 앞에서 듣고 있자니, 내 인생 가장 행복했던 그 시절로 정말 순간 이동을 한 기분이었다. 떠오르는 기억들, 추억들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우리가 만나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는 무용담 같은 추억이 되어 얘기할 수 있기를. 우리 세 사람 모두 죽기 전에 다시 한번 서로를 안아볼 수 있기를.


나는 뉴질랜드를 미워할 수가 없구나.


아마도 사라의 집 앞에서 찍은 것 같다


한국에서 잠깐 일본어 강사를 했던 테쯔요와 함께


테쯔요네 집 인근 마을에서 열린 축제에 온 식구가 함께 참가했다. 테쯔요의 유카타를 빌려 입고 그녀의 아버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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