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벚꽃, 목련같이 하늘을 배경으로 핀 꽃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땅에 밀착해 있는 듯 핀 민들레와 봄맞이꽃과 제비꽃도 내가 매화와 목련과 벚꽃에 희열하고 환호하고 있을 때 땅을 배경으로 노란색과 흰색과 보라색으로 자기 꽃으로 피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하늘을 배경으로 한 꽃들이나 땅을 배경으로 핀 꽃들도 모두 미운 꽃도 찡그린 꽃도 화난 표정의 꽃은 없었다.
꽃은 내 친구다. 내가 심심하고 무료할 때면 오직 꽃만이 나를 오라하고, 내가 갈 곳을 찾을 때면 나를 부르는 친구다.
그래,
너와 내가 사귄 지 한두 해가 아니고, 싸움은커녕 다툼도 한 번도 하지 않았으니, 친구가 맞네. 그려! 그러니, 나는 아침밥 먹고, 점심 먹고, 저녁밥 먹고서도 너를 찾는다네.
내가 먼저 떠날 때까지 우리 오랫동안 결별하지 말고 봄이 되면 만나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