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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사진 모음집 Nov 16. 2022

학생사회의 위기, 데이터로 해결하자

연고대 전직 비대위원장들이 바라본 학생사회 2. - 고려대 김민수

고려대학교 2020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 전 의과대학 학생회장 김민수

<학생사회 lab>은 학생사회의 문제들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다양한 학우들의 의견을 기고받는 '청사진 모음집'의 칼럼 시리즈다. 11월 선거를 앞둔 지금, 창간 기념으로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전직 비상대책위원장들이 함께 모여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사회의 미래를 이야기한다.


학생사회가 위기라는 말이 나옵니다. 정확히는 이도 상투적인 표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무관심이 어제오늘 나타난 일이 아니란 점이다. 1998년 한 대학신문에는 “대학 (총)학생회의 위기 … 이념적 편향성과 학생들의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해”라는 기사가 있다. 날짜만 나타나지 않았다면, 2008년 기사라고 해도 누가 의심하겠는가.” (고대신문, 2008.11)


심지어 14년 전 기사에서도 그로부터 10년 전의 무관심 문제를 지적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학생사회는 밀려오는 무관심 위기의 파도속에서 매번 답을 찾았습니다. 탈정치화에 따른 복지 사업 확대가 2000년대의 화두가 되었고 접근성과 투명성, 그리고 인권의식을 제고하는 것이 2010년대의 담론이 되어 2020년대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위기의 원인이 동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상호간의 무지입니다. 특히 코로나 19 시대를 거치며 교류가 심각히 제한되었던 현재에는 그 문제가 더 도드라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혹자는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긴 비대면 활동으로 대면 활동이 주가 되는 정동아리들은 회원 모집과 운영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연세춘추, 2022.03)
“특히 사회적 거리 두기 방침은 학생회의 기본적인 동력을 떨어트린 주된 원인이 됐다. 학생들이 모여 행동할 수 없으니 학생회는 자연스럽게 약해졌다.” (대학신문, 2021.03)
김민수 (고려대 의학과 17)

서로 모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집단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한 집행부 구성원들의 자기 참조는 일반 학우와의 괴리를 유발하고 해당 조직에서 당선된 대표자들은 결국 보편성과 거리가 있는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합니다. 집행부와 일반 학우 사이의 집단간 이질성은 오늘내일 문제가 아니었지만 코로나 19 시대를 거치며 서로에 대한 무지가 심해지며 덩달아 심각성이 강화되었습니다. 


우리는 2020년대 위기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서로에 대한 무지를 인정하고 구성원을 알아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이미 각 대학의 본부는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려 다양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연세대는 교수학습혁신센터를 통해 ‘연세대 대학생의 학습-생활과정 분석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고, 고려대는 대학정책연구원에서 ‘대학생활 수요조사’를 진행하며 학생 집단을 파악하려 하고 있습니다. 구성원을 면밀히 파악하려는 시도에서 우리는 후발주자인 셈입니다. 


“이는 총학에 관심 없는 집단의 의견을 수치로 해석할 방법은 총학에게 없다는 점과 맞물린다. 학내에 다양한 의견이 있음을 인지해도 안건지 형태로 구체화되지 않으면 상술한 문제로 논의 시작 자체가 어렵다.” (대학신문, 2021.05)
“총학생회가 학생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은 다양했다. 총학이 대표성을 지니고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 자체는 대체로 동의했지만,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조금씩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고대신문, 2022.07)


심지어 대학에서 단독으로 실시하는 설문은 그 대표성 면에서도 신뢰도를 갖춰가고 있습니다. 실례로 고려대학교 다양성 위원회에서 실시한 다양성 현황 조사에는 꽤나 많은 학우들이 참여했습니다. 2020년 설문에서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1/3 이상이 참여했고 2019, 21년 설문에서는 재학생의 10% 이상이 설문에 참여했습니다.


“외국인 학생들의 구체적인 경험과 인식을 조사하고자 정규학위과정 재적생을 대상으로 2020년 11월 말과 12월 초에 걸쳐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전체 재적생 2,027명 중 38.3%인 총 776명이 응답했다.”  (고려대학교 다양성 보고서 2020)

다양성 현황 파악을 위한 자료 조사 방법 (고려대학교 다양성 보고서 2021)


현상이 이러한데 우리는 과연 정말 학생 집단을 본부보다 더 잘 파악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총학생회의 대표자들은 역으로 총학생회의 대표성을 상실할지도 모릅니다. 학생사회에서도 자체적인 설문조사가 없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관례적으로 설문조사는 편향 없는 데이터를 활용해 집단을 정확히 파악하기 보다는 참여자 수에 집중하는 익명 연서를 얻고자 하는 목적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서대문구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대학교 학생 1천676명 중 1천172명(69.9%)은 연세로 차량 통행 허용을 원치 않았다. 이에 우리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는 설문조사를 통해 재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연세춘추, 2022.09)
“…수강신청 오류에 대해서는 학교 측의 대처가 부적절했다는 반응이 과반을 넘었다. 지난달 17일에 수강신청을 재연기하지 않고 그대로 강행한 학교 측의 판단이 ‘매우 부적절’했다는 응답이 34.5%로 가장 많았으며, 30.2%가 ‘부적절’, 18%가 ‘보통’, 14.4%가 ‘적절’, 2.9%만이 ‘매우 적절’했다고 답했다.” (대학신문, 2021.09.12)


우리는 이러한 목적지향성 설문 경향에서 탈피해 객관적인 문항과 수치로 학생사회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데이터들은 기존 정책의 추진에 힘을 실어줄 뿐 아니라 차후의 창의적인 사업 설계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대학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다른 유형의 데이터, 데이터 기반 접근의 효용성 등 나누고 싶은 주제는 너무 많지만 이만 지면의 한계로 이만 제언을 줄입니다. 연세대의 학생사회에서 다방면의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blueprint 관계자 분들과 연세대 학우분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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