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대 전직 비대위원장들이 바라본 학생사회 3. - 연세대 박현민
<학생사회 lab>은 학생사회의 문제들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다양한 학우들의 의견을 기고받는 '청사진 모음집'의 칼럼 시리즈다. 11월 선거를 앞둔 지금, 창간 기념으로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전직 비상대책위원장들이 함께 모여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사회의 미래를 이야기한다.
총학생회와 대의 민주주의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 구성원이 직접 자신의 정치적인 권리를 행사하여 공동체를 운영하는 것이다. 오늘날 민주주의는 여러 물리적이고 정치적인 환경을 고려하여 구성원이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뽑아 공동체의 운영을 일임하는 대의제 형식으로 실현되고 있다. 이상과 현실을 적절히 조율한 대의 민주주의는 최선의 선택이 되었으며, 우리 공동체의 근간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경험하듯이 ‘대표자들’의 정치는 항상 문제 투성이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도 대의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 학생들은 선거를 통해 학생대표자를 선출하고, 학생대표자들은 위임받은 권한을 학생들을 위해 행사해야 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어느 순간 대표자를 뽑는 것에 주저하거나 관심을 두지 않기 시작했다. 총학생회 선거의 경우에는 입후보자가 부재한 경우가 적다. 대부분의 비상대책위원회는 개표 가능 요건인 투표율 50%를 넘기지 못해서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되면서 시작된다.
유사 대의 민주주의, 비상대책위원회
주권자의 ‘투표 불참’이라는 권리 포기는 괴랄한 정치 체제를 만든다. 정치권력은 공백을 허용하지 않기에 선출직의 빈자리는 유사 선출직이 채워간다. 비상대책위원회는 학생회장단 궐위시에 구성되는 학생회장단과 집행위원회의 권한을 임시적으로 대행하는 기구이다.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총동아리연합회장과 각 단과대학 학생회장들이 모여 뽑는다. 흡사 의원내각제에서 총리가 나오는 방식과 비슷해 보이지만,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에서는 정당의 개념이 없고 학생들은 단과대학 학생회장을 선출할 때 해당 인원이 어떤 총비대위원장을 뽑을지를 모르고 투표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총비대위원장은 학생회원 모두가 무지의 베일에 둘러 쌓인 채로 20명 남짓의 학생대표자들이 자체적으로 뽑는다. 총비대위원장의 대의성은 2만 5천 명 연세인이 아니라 20명도 안 되는 학생대표자로 온다. 총비대위원장은 새로운 페르소나를 암묵적으로 부여받고 선거로 뽑힌 총학생회장인 마냥 움직인다. 비대위는 학생회의 유사품일 뿐이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총학생회의 실패를 반증한다.
만성적인 비대위의 등장에 많은 사람들이 청년층의 개인주의와 취업난으로 인해 학생자치에 무관심해진 것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그것은 학생들의 무관심을 전부 설명해주지 못한다. 오늘날 청년 정치에 대한 많은 관심과 여러 공정과 평등에 관련된 이슈들을 살펴봤을 때, 학생들은 자신의 삶과 관련된 ‘일상 의제’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냉정하게 평가해보자면, 비대위의 등장은 학생들의 무관심 때문이 아니라 나를 포함한 학생 대표자들의 부족에 기인한 것이다. 학생들이 총학생회를 통해 자신의 삶이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못하게 되었고, 나를 포함한 학생 대표자들이 그러한 학생들의 수요를 명확하게 반영하지 못함에 따라, 학생회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이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 (의도적이든, 무관심에 따른 것이든) 대표자를 뽑지 않겠다는 주권자들의 의사 표시는 대표자들의 정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고 반증하는 것이다. 에브리타임 등 학내 커뮤니티에서도 투표를 보이콧해야 한다거나, 학생회보다 비대위가 낫다는 의견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비상대책위원회가 익숙해져 버린 학생사회
과거에 비대위 체제는 말 그대로 ‘비상’을 ‘대책’하는 기구로서, 학생사회에 등장해서는 안 되는 체제였다. 기층 단위에서의 비대위는 더 오래전부터 익숙해진 개념일 것으로 추측되지만, 총비대위가 익숙해진 것은 60년 총학생회 역사에서 5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2010년대에 첫 등장한 비대위는 총학생회장단의 사퇴 등으로 설립되어 주(週) 단위로 운영되던 임시 기구였다. 그러나, 2017년부터 총비대위는 년(年) 단위로 운영되는 상시 기구가 되어버렸다. 학생들은 학생대표자를 신뢰하지 못하거나, 학생회 자체에 관심을 잃어버리면서 총학생회 선거는 무산되었다. 낮은 투표율, 입후보자 부재 또는 관례적인 단독 입후보는 불신과 무관심으로 인해 생긴 현상이다. 연세 학생사회가 겪고 있는 현상은 이웃 나라 일본이 겪고 있는 전국민적인 정치적 무관심 현상과 흡사하다.
비상대책위원회의 태생적 문제점
그럼에도 우리는 비대위 문제를 익숙하게 바라보지 말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비대위는 앞서 서술했다시피, 대의성이 결여된 임시 기구이다. 학생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학생 대표자가 선출되는 문제, 공약도 비전도 없는 총학생회를 만드는 문제, 갑작스러운 기구 설립에 따르는 인력난과 시간 소요 등 비대위는 연세 학생사회에서 많은 사회적 비용을 야기한다.
특히,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권력 남용의 문제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와 비교하였을 때, 연세대학교 총학생회는 상당히 중앙집권적인 측면이 있다. 고려대는 학생복지위원회 등 자치분권적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고, 의결기구인 중앙운영위원회(단과대학 학생회장 연석체)가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된다. 비상대책위원장은 의결기구 구성원인 단과대학 학생회장들 중 1인이 의장 격으로 선출되고, 번갈아가면서 겸임하기에 임기는 3-5개월로 한정적이다. 별도로 집행기구인 집행위원회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도 별도로 존재하고 자체적으로 임기를 보장받는다. 비상대책위원장은 집행위원회의 모든 사업을 총괄하기보다는 관리 및 감독하는 모양새이다. 반면에 연세대의 경우에는 비상대책위원장이 온전히 총학생회장의 권한을 행사한다. 의결기구인 중앙운영위원회는 비상대책위원회 설립위원회 등으로 비대위원장 선출에 관여할 뿐, 집행기구인 집행위원회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입하여 활동한다.
이상한 총학생회 비대위
연세대의 방식으로 등장하는 비대위의 등장은 장단이 있다. 비대위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안정적인 업무 진행이 가능하다는 장점과 대표성은 부족하나 권한이 강한 '유사 대표자'를 등장시킬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단점은 치명적일 수도 있는데, 연세대의 특성상 비대위원장은 별도의 과정 없이 비대위를 총괄하고 지휘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사업들이 강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임기와 권한도 집행위원회와 같이 보장되어 있어, 작정한다면 비대위원 선출에 소극적이거나 의결기구의 피드백을 제한하는 등 폐쇄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폐쇄적인 기구는 견제가 어렵고, 총학생회를 '그들만의 리그'로 만든다. 당연히 여러 가지 상황이 있었겠지만, 실제로 과거 비대위의 경우에도 5명으로 운영되는 등 여러 한계가 존재했었다. 폭넓은 학생자치로 운영되어야 하는 총학생회가 이상해진 것이다.
2021년 11월, 선거가 투표율 미달 등으로 무산되면서 연세대학교 총학생회는 다시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나 또한 당시 학생대표자로 활동했던 사람으로서 우리가 다시 맞이한 학생사회의 위기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이에 나의 부총학생회장과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의 경험과 반성, 그리고 상상력을 바탕으로 비대위 상황을 극복하고 예방하기 위해 총학생회가 취해야 하는 전략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현재 상황에 맞는 정석적인 해결책은 정론편으로, 상상력으로 하는 잡생각 수준의 제언은 별론편으로 나눠 다루겠다.
담론과 의제의 양성화
학생자치는 우리 사회의 혁신을 도모하고, 대학 운영의 민주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 필수적인 존재로서 그 원활한 운영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학생자치는 위기를 맞이했다. 학생자치의 위기는 담론의 부재에서 출발한다. 학생들은 더 이상 자신의 불만 사항과 개혁 의지를 학생회와 학교에 이야기하지 않는다. 보통의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대자보로 쓰고 학생회 안에서 고민거리를 이야기하던 시대는 사실상 종말을 맞이했다. 온라인상의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는 방식으로 의견을 개진할 뿐, 파편화된 담론장만이 남아있다. 우리는 여러 일상 담론들 속에서 우리의 의제를 명확하게 발굴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끊임없이 토론해야 한다. 이러한 일은 누구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고, 모두 함께 힘을 모아야 가능한 일이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네트워킹 작업과 정보가 체계적으로 공유되는 지속 가능한 담론장의 형성이 필요하다. 과거 민주화 운동 시절에는 하나의 거대한 이데올로기 하에 체계적인 네트워크가 구축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다양한 가치관과 관심사를 포용하는 네트워크와 담론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금처럼 청사진 모음집을 운영하는 것, 총학생회 차원에서 의결기구, 공론화위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일이 좋은 예시일 것이다.
사업과 인력의 양적완화
양적 완화란 중앙은행이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화폐의 발행량을 늘리는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말한다. 연세 학생사회는 전체적으로 침체 상태에 놓여 있다. 학생들의 무관심은 우리가 겪는 침체 상태를 잘 설명해준다. 기대가 없는 것이다. 학생사회의 침체는 악순환을 만든다. 침체되었기에 학생회의 인력과 의제 수합이 부족해지고, 부족해진 만큼 학생회의 역량은 줄어들고, 줄어든 만큼 학생회에 대해 무관심하게 된다. 학생자치는 우리가 우리의 일상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힘이다. 침체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총학생회 차원에서의 '양적 완화'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총학생회의 존재를 체감하고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의제와 일자리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양적 완화의 순간에는 발 빠른 의제 전개가 필요하다. 나의 경험을 비춰서 설명하자면, 2022년 2월 학교본부가 총학생회 오리엔테이션에 대해 갑작스럽게 비대면 방침을 통보했을 때가 좋은 예시가 될 것 같다. 총학생회 내부와 외부의 여론을 모두 파악하여, 무산에 대한 규탄을 정식적인 입장으로 선택하고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많은 학우들이 문제에 대해 공감하였고, 학생들의 서명 '참여'를 통해 대체 행사인 해오름제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이와 연관하여 업체 제휴와 예산 확보 등을 통해 '신학기 맞이 연세X나이키 후드티 배부 사업'을 진행하여 총학생회의 활동에 대한 효능감을 최대한 높이고자 했다. 여러 의제 사업에서도 학생회의 질 좋은 일자리가 창출되어야 한다. 학생회에서 질 좋은 일자리라 함은 학생회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학생회에서 자아실현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존중받으며 일을 하고 싶어 한다. 특히, 개인의 스펙과 취업에 관심이 많은 오늘날에는 총학생회가 학생들에게 좋은 경험(포토폴리오)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집행위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공익성과 부합하게 잘 이뤄질 수도록 조정하고, 좋은 성과를 내어 '자아실현적 동기부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아실현적 동기부여가 된 학생회 출신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총학생회는 활기를 되찾고, 양질의 사업들이 지속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학생대표자들은 다양한 일자리의 개발과 지원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빅 앤 리틀(big&little) 전략
빅 앤 리틀은 거대 담론 전담과 미시 담론 전담을 나누는 일종의 바벨 전략이다. 바벨 전략이란 떨어져 있는 양극단의 조합을 추구하고 중간을 기피하려는 생각을 나타내며, 중간 지점에서 상황을 그르치지 않는 이원성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타 학교에 비교해서 봤을 때에도 연세대학교 총학생회는 오랜 시간을 거쳐 체계와 작동 원리가 잘 잡힌 편이다. 학생들의 일상 담론들 중에서 교육권, 등록금, 총장 선출과 같은 대형 의제들은 대의기구인 총학생회가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효과적일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일상 담론들은 종류가 다양하다. 총학생회의 역량에도 한계가 있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기에, 비교적 작거나 지속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의제를 담당하기는 어렵다.('작다'라는 것이 가치가 덜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빅 앤 리틀은 총학생회가 다른 학생자치단체와 협업하는 방식을 안내해준다. 물리적으로 거리가 먼 국제캠퍼스는 국제캠퍼스 학생대표위원회와 협력하여 의제를 해결하고, 다양한 대학혁신사업에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 블루프린트나 워크 스테이션 단체와 협력할 수 있다. 인권 분야에서 활동하는 장애인권위원회 등의 자치단체를 지원하여 학생들의 일상 문제를 해결해갈 수 있다. 키워드는 상대적으로 큰 의제는 총학생회가 전담하되, 상대적으로 작은 의제는 협력과 위임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그것이 자치의 기본 전제이기도 하다. 사실, 빅 앤 리틀은 우리에게는 익숙한 전략이다. 과/반 단위 학생회 등의 기층 단위가 바로 그것이다. 다만, 시대적인 변화에 따라 학생들은 과/반 등 이제 학적이 아닌 관심사 등을 통해서도 소속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방식과 광범위한 협업이 중요하다.
별론편의 제언은 실제 상황과 맞지 않고 여러가지 한계점이 많지만, 총학생회의 역동성과 지속가능성을 불어넣기 위해 고민해본 해결책들이다. 재밌는 상상으로 기반한 별도의 이야기들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림자 내각(shadow cabinet) 시스템
그림자 내각이란 주로 영국식 웨스트민스터 체제 의원 내각제에서 제1야당 소속의 당원들로 구성하는 부차적인 내각을 말한다. 그림자 내각은 제1야당의 당수가 이끌며 그 밑의 원로 당원들이 여당의 내각을 검사하는 차원에서 조직한다. 여당이 총선에 패배하면, 야당의 그림자 내각이 대체로 새 정부 내각으로 입성한다. 현재 총학생회 선거에서는 출마한 선거운동본부가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 유권자는 투표율 미달을 위해 전략적으로 투표를 보이콧할 수밖에 없다. 특히 단선으로 진행하는 경우, 많은 학생들이 적은 선택지에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학내 커뮤니티에서도 학생회 보다 비대위가 낫다, 비대위는 있어서 안된다며 갈등을 겪는다. 비대위의 권한이 많기에 비대위원장을 꿈꾸는 대표자도 있을지도 모르고, 학생들은 비대위가 들어서더라도 누가 될지를 예측할 수 없다. 양성화되지 않은 갈등은 더 큰 문제를 만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총학생회 선거에 그림자 내각 시스템을 도입해보는 상상을 해보았다. 총학생회 선거 그림자 내각은 비대위원장 예비 후보자 격으로 구성한다. 그림자 내각은 선거 이전에 의결기구를 통해 선발하고, 선거 기간에는 투표 독려나 총학 선본 공약 검증 등을 진행한다. 단, 선거를 출마한 이들이 아니기에 그림자 내각에 대한 홍보와 유세 활동은 엄격히 금지된다. 선거가 무산된 경우, 그림자 내각은 비상대책위원회 설립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차기 비상대책위원회가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선거 결과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고, 비대위와 관련된 갈등들을 학생사회 내에서 공식적으로 그리고 안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의결기구 활성화 및 보조 사무기구 설치
연세대학교 총학생회는 총학생회장단과 집행위원회가 상당히 강한 권한을 토대로 많은 업무를 수행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중앙집권적인 구조는 업무의 효율성을 제고시키지만, 다양성 측면에서 약점이 있고 집행위원회 내부에 속칭 고인물을 양성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한 가지 출신과 배경에서만 고인물을 양성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의결기구의 정신을 토대로 보았을 때, 의결기구가 집행기구에 상당한 정책 제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출신과 배경들의 학생들이 총학생회 운영에 관여할 수 있도록 중앙운영위원회 및 확대운영위원회(단과대학 학생회장단+과/반 학생회장 연석체)가 활성화돼야 한다. 운영적인 실현 방안으로는 총학생회장이 안건 상정 등을 조정하여 집행위원회 운영에 대해 의결기구의 제언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수렴하는 방식이 있다. 제도적인 실현 방안으로는 의결권자를 위한 안건 발의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많은 학생들과 학생대표자들이 자유롭게 안건 발의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이 중 일정 수의 확대운영위원들이 동의한다면 안건 상정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안건의 내용은 집행위원회 사업 제안 등도 포함하여 정책적인 입법도 가능하게 한다. 집행위원회는 의결기구의 사무처리와 의결 내용을 집행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의결기구의 정책 입안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것은 집행위원회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업무 효율성을 저해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이를 보조하기 위한 의결기구 업무를 전담하는 사무기구를 설치하는 것을 제안한다. 보조 사무기구는 안건 발의 시스템을 관리하고, 가결된 정책 입안을 안건 발의자들과 함께 집행하는 업무를 맡는다. 제도권 정치에서도 어떠한 이슈가 나왔을 때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입법 활동을 하는 것처럼, 학생대표자들도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정책 제언과 집행을 할 수 있다면, 총학생회에서의 논의가 더 폭넓어지고 풍성해질 것이다.
전문 집행위원 제도 도입과 인수인계위원회 운영
이 외에도 전문 집행위원 제도를 도입하는 방식도 있다. 전문 집행위원은 1년 간의 수습기간을 거쳐 총 4년 동안 졸업하기 전까지 활동하며, 총학생회 기록물 관리, 홈페이지 운영, 대학 행정 정책 연구를 전담한다. 전문 집행위원은 회칙과 세칙을 통해 운영되며, 총학생회장이 확대운영위원회의 동의로 임명한다. 전문 집행위원은 봉사장학금을 안정적으로 지급받는 대신에, 피선거권과 정치활동이 제한된다. 전문 집행위원은 6-10명으로 구성하고, 사고나 궐위시에 빈자리만큼 추가적으로 임명한다. 이를 통해 총학생회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총학생회 사업이 지속 가능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총학생회 인수인계위원회를 운영하는 방식도 있다. 인수인계위원회에는 전직 총학생회 간부, 선거로 선출된 현직 총학생회 간부, 전문 집행위원, 중앙운영위원 등 모두가 모여 총학생회 업무가 인수인계될 수 있도록 한다.
이야기가 많이 길어졌다. 2만 5천 연세인과 함께하는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에는 힘이 있다. 우리는 총학생회의 역동성과 지속 가능성 그리고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부디 연세대학교 총학생회가 변화를 선도하고, 학생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학생자치의 중심이 되기를 희망하며, 글을 줄인다.